시장경제 강화해야, 선거제도 세분화, 정당 책임 강화도

   
▲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경험의 영역과 가치판단의 영역을 비교하기는 어렵고 다르다. 거래(transaction) 반복에 따른 경험축적 결과가 항상적이고도 긴밀하게 반영되는 시장시스템과 가치지향과 개별의지가 반영된 공동체 합의구조의 형성이라는 정치시스템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런 면에서 시장메커니즘과 정치메커니즘을 비교하고 시장에 비교한 정치의 상대적 실패를 지적하는 것은 중요하다. 정치(정부)의 정당성이 시장실패가 만드는 외부(externality)효과를 근거로 하고 있으나 정치는 외부효과를 측정할 수단과 정보를 갖지 못하기에 결국 외부효과의 문제도 시장이 해결할 문제다.

다만 정치실패가 ‘항상적이고 필연적 실패’라고 단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단말기통신법과 분양가상한제, 혹은 골목시장 및 재래시장 보호제도와 표를 구하기위한 과도한 복지제도와 포플리즘 등에서 보듯 정치가 실패하기 쉬운 이유는 정치가 상대적으로 지식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그 지식은 하이에크의 지적처럼 오만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정치는 항상적으로 실패하고 시장은 예외적으로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적 접근과 정치적 접근은 모두 사회를 보는 방법의 차이다. 정치는 시장질서를 안정적이고 지속화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정치는 시장의 완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시장과 분리되거나 시장에 반하는 정치란 매우 제한적이고 일시적이다.

예를 들면 종로시장 상인들이 시장골목을 방문하는 고객쇼핑의 편의를 위해 상인조합차원에서 개별판매대의 길쪽 진입을 50cm이내로 하고, 가게 문밖의 호객행위를 금한다는 자율규제를 정하고 모든 상점에 일률화, 강제화할 때 그것은 시장현장으로 볼 것이냐, 정치현상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다. 또, 숭인동 마을협의회가 치안 제고를 위해 추가 가로등을 설치하고 방범요원 1명 고용할 것을 결정하여 1가구당 5만원씩을 거둘 것을 강제화, 일률화할 때, 그것이 시장현상이냐, 정치현상이냐의 문제다.

정치는 종로시장에서 만든 (대표/다수)합의 결정의 국가적 혹은 지방(단체)적 확장이다. 마찬가지로 세금을 거둬 전등 추가 가설과 방범요원 고용에 대한 국가(혹은 지방)차원의 결정이다. 여기서 정치는 강제적(=권위적)이고 일률적이지만 그것은 시장질서를 만드는 다른 방식(=정치)이라는 사실이다.

시장과 비교된 정치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한 과도한 일반화는 좀 더 고민해야 한다.

홍콩의 경제자유 수준을 설명하기 위해 ‘영국과 중국의 임명제’에 선호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나, 시장은 진화하는데 비하여 정치는 진화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전제된 것은 편향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금융시스템의 문제나 급격한 환율변동, 혹은 대규모기업의 파산 등에 따른 국민고통에 비교할 때, 지방공항 등과 같은 정치실패 사례가 반복 거론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로서는 합리적인데 그 동일인이 유권자로 행동할 때는 비합리적인 것으로 상정하는 것과 정치와 법을 분리시키고 법치를 강조하는 것도 편의적 잣대일 수 있다. 정치실패를 줄이고, 국회를 개혁하기위해서는 수혜자 부담원칙의 관철과 국회의원 특권의 축소, 상임위원회중심의 의회 제도등은 필요하다.

사적 거래의 무한반복으로 이루어지는 시장과 달리 정치는 공적 목적을 위해, 공적 자금(세금)을 조성하여, 공적(민주) 방법을 통한 집행이 특징이다.그런 면에서 시장과 정치란 성공과 실패의 이분화나, 정치의 항상적 실패란 전제와 반(反)정치적 규정보다는 정치의 진화를 만드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실패확률이 더 높을 수밖에 없는 정치실패를 줄이는 방안은 세가지다. 첫째는 정치의 영역을 축소시키는 것이다. 강제적,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그렇기에 비효율과 무책임이 확대되는 정치결정의 영역을 줄이고 시장결정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둘째는 정치영역의 전문화(세분화)와 책임성(accountability) 강화다. 선거제도의 세분화와 정당 책임성 강화는 물론이고, 정치과정을 전문화시키고 정치결정에 대한 사법적 영역을 확대함으로써 정치의 자의적 판단을 줄여야 한다.

셋째는 정치경쟁을 확대시켜 정치 소비자가 ‘반복된 선택’과정을 통해 진화를 거듭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시장은 소비자가 만들듯, 정치는 유권자가 만든다. 정치실패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정치실패를 줄일 수있는 선택을 자구적으로 찾을 때 정치도 진화하게 된다. 개방된 경쟁과 반복적 선택에 따른 시행착오와 경험누적만이 지속적으로 더 좋은 정치결정을 만들 것이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이 글은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이 29일 개최한 <정치실패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정책토론회에서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이 패널로 참석해 발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