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화 건설부동산부장
[미디어펜=김병화 기자]"정부가 또 집값을 올려주려나 보네요. 3기 신도시 공급 발표 때도 그랬잖아요. 더 늦기 전에 막차타셔야 합니다."

지난해 5월 부동산 관련업에 종사하는 지인이 저녁 술자리에서 던진 말이다. 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한 직후로 기억한다. 앞서 2019년 말 서울 외곽 주택 공급을 골자로 한 3기 신도시 공급 계획 발표에도 불구하고 천정부지 치솟은 집값을 비꼬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지인의 예상은 현실이 됐다. 5·6 수도권 주택공급대책, 8·4 서울권역 주택공급대책 등 잇따라 내놓은 공급대책을 비웃듯 풍선효과가 곳곳으로 이어지며 집값 상승세가 이어졌다. 한두달 사이 억대로 집값이 오르는 이례적인 현상마저 익숙해진지 오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에서 매매 기준 10억원이 넘는 아파트 수는 3배(2017년 32개 동→2020년 97개 동) 이상 급증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12월 6000건을 넘어섰다. 서울 집값 상승에 초초해진 서민·무주택자들까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매수가 늘어난 것이다.

경기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한달 동안 경기도에서 거래된 아파트 중 33.8%가 신고가 또는 최고가에 팔렸다. 부동산정보업체 직방 조사결과이다. 신고가 및 최고가 거래가 가장 많은 지역은 동탄2신도시가 포함된 화성시였다. 동탄2신도시 대장아파트로 꼽히는 '동탄역 더샵센트럴시티'(2015년 준공) 전용면적 97㎡의 경우 지난 12월 15억원에 신고가를 찍었다. 서울이 아닌 경기도 화성시 집값 마저 15억원을 돌파한 가운데 대출이 막힌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정부의 잇따른 헛발질에 부동산시장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안정화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책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또다시 그동안 추진해 온 중장기 주택공급대책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단의 공급 대책'을 내놓겠다고 큰 소리치며 거론한 공공재개발과 역세권개발 등은 정부가 이미 수차례 언급했던, 전혀 새로울 게 없는 대책이다.

실제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취임식에서 공공재개발과 역세권개발 등을 언급한 이후 연초부터 서울 시내 연립·다세대주택의 매매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달 들어 현재(21일 기준)까지 서울 시내 연립·다세대주택의 매매 건수는 1205건으로 아파트 매매 건수(676건)의 2배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연립·다세대주택의 매매 건수가 3942건으로 아파트(6505건)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던 것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정부가 서울 도심 저층 주거지와 역세권 개발 위주 공급대책을 예고하자 역세권 지역의 빌라 등을 중심으로 가격이 뛰고 거래가 증가한 것이다.

어설픈 중장기 공급대책은 또 다른 풍선효과로 이어질 뿐이다. 파격적인 단기 공급대책을 내놓던가 규제완화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다주택자들의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징벌적 과세로 압박하기 보다는 양도소득세 완화 등을 통해 매물을 늘려야 한다. 임대차 3법으로 뿔난 임대인에 대한 세제 혜택 등도 필요하다.

24번을 헛발질로 넘어졌음에도 오뚜기처럼 일어나 25번째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 이번에는 제발 헛발질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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