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배분 및 소유배분적 규제…상생보다 소득양극화만 불러

정부의 단기적 정책성과를 위한 개입, 포퓰리즘 통제가 만연하면, 기업은 위험을 감수하며 혁신과 창조에 나서지 않기 마련이다. 자유가 보장된 환경이 조성될 때, 13척으로 왜함 330척을 쳐부순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과 같은 기업가정신도 발휘 될 수 있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창조경제의 씨앗들이 싹을 트고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시장의 보복을 부추기는 분열의 철학과 정책을 타파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유경제원이 이러한 취지에서 2014년 한 해를 되돌아보고 2015년 새해를 열기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아래 글은 자유경제원의 <분열의 철학, 정책 버리고 성장으로 가자> 특별토론회에서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발표한 토론문이다.

   
▲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 기업법률포럼 대표
I. 머리말

양교수님께서 경제민주화를 분열의 정책의 하나로 분류하시고 경제민주화가 대한민국을 사회주의적 경제체제를 구축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계십니다. 또한 경제민주화 정책들이 포퓰리즘적 정치 행태와 맞물리면서 정책으로 구현되기 시작하였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저도 전적으로 이에 공감하면서 경제민주화가 박근혜 정부에서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사회주의화가 가속될 수 있다는 우려로 경제민주화가 현 정부에서 논의되게 된 배경과 현행 해석에 대한 오류를 지적하고 이에 대한 새로운 해석론을 제시해 보고자 합니다.

II. 박근혜정부와 경제민주화

2012년 4월 19대 총선과 같은 해 12월 18대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을 총선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약속한 바 있고, 2013년부터 경제민주화 입법을 현실화한 바 있습니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양교수님의 말씀처럼 정부주도로 시장을 재편하여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소상공인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상생하고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대주주의 기업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반대로 소수주주나 제3자의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경제민주화란 시장배분 및 소유배분적 규제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는 민주통합당이 경제민주화의 정당성으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최대수혜자이고 국가지원에 의해 성장한 ‘재벌’들이 사회적 책임은 외면한 채 경제적 성과를 독점하면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고 탈법․편법을 통해 경제력을 집중하고 문어발식으로 계열사를 확장하는 등 ‘재벌’의 부정적 효과가 날로 커지고 있는 것을 타파해야 하는 시대적 사명”을 들었던 것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습니다.

   
▲ 자유경제원 주최 <분열의 철학, 정책 버리고 성장으로 가자> 특별토론회의 전경.

물론, 이들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 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는 위헌적 법률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즉, 우리 헌법이 제23조와 제37조 제2항에서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고 제119조 제1항에서는 사적자치를 근간으로 하는 경제질서의 기본원리를, 그리고 제10조에서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을지라도, 제23조 제2항과 제37조 제2항에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 (이하 “공익 등” 이라함)를 위하여 법률로써 이러한 사익 추구를 제한할 수 있다고 한 점을 고려하여 볼 때 사적 자치를 통제하는 사법의 공법화가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라면 정당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역설적으로 표현하면, 이러한 경제민주화입법이 헌법이 규정하는 기본권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벗어 난 것으로서 헌법에 의하여 국민에게 보장되는 사적자치의 원칙과 재산권 보장원칙 등을 희생시키는 것이라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위헌적 법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경제민주화 입법이 한창 진행되던 2013년 9월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투자율이 2011년부터 점차적으로 하락하다가 2013년 2분기에 이르러 급속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국내총투자율은 전분기(26.8%)보다 1.9%p 하락한 24.9%를 기록한 반면국외투자율은 6.6%로 전분기(4.4%)보다 2.2%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2013년 9월 11일 현재까지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한 개에 불과하고, 2010년 22개였던 신규 상장법인이 2011년 16개, 2012년 7개 등으로 최근들어 급속히 감소했다고 합니다. 코스닥 시장 역시 2010년 59개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였지만 2013년 9월 11일 현재까지 17개 기업만 신규 상장했다고 합니다.

또한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총저축 대비 기업저축 비중이 2000년 32.2%에서 2011년 48.6%로 높아졌으며, 2013년 11월말 기준으로 기업의 저축성 예금은 2011년보다 15조원 가량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근 CEO스코어가 2014년 1월 1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한국 경제의 각종 경제 지표에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였다고 합니다. 즉, 양대그룹 경제쏠림현상이 급증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는 대기업을 억제하고 중소기업을 지원하여 경제를 활성화시켜 모두가 상생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경제민주화 취지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경제민주화 입법은 모두가 잘사는 대한민국이라는 공익을 실현하기 보다는 사적 자치를 억제함으로써 투자를 위축시키고 기업간 소득만 양극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는 가설이 설득력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 박근혜정부가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근간으로 하는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많다. 사법영역보다 공법영역, 공적 개입이 늘어날수록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사적 자치는 위협받게 된다.

III. 결어

결론적으로 보면 경제민주화 입법은 투자기피 통계자료를 고려해 볼 때 피지배적 사업자 보호라는 기대공익과 대기업의 사적 자치제한으로 인한 시장위축이라는 상실공익간 균형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가능합니다. 즉, 현 정부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않고 법개정안을 마련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헌법 제119조 제2항 서두에서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 방지”라는 목표를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의 범위 내에서 실현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경제민주화의 궁극적 목적은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에 있는 것이지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 방지”가 아닙니다.

따라서 이미 2013년에 완료되었거나 2014년 이후부터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민주화 입법은 헌법 제119조 제2항의 “경제민주화”의 의미를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으로 해석하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지배적인 학자들의 견해는 “경제민주화”의 의미를 소극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즉, 국민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에 대한 국가의 관여는 시장기능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을 때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도록 소극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입장이 지배적입니다. 이러한 해석은 헌법 제119조 제2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사법을 공법화시키는 시장배분적 규제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해석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이러한 경제민주화입법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는 기본권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벗어 난 것으로서 헌법에 의하여 국민에게 보장되는 사적자치의 원칙과 재산권 보장원칙 등을 희생시키는 것은 아닌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경제민주화입법이 공공의 복리를 달성할 수 없는 국민의 기본권제한 입법은 아닌지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경제민주화입법이 보다 덜 기본권 침해적 방법으로 공공복리를 달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려하지 않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자유시장경제질서와 사적자치의 원칙과 같은 헌법상의 기본적 가치들에 대한 희생을 무릅쓰면서까지 사적 자치를 제한해야 할 공공의 필요성이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사적 자치를 통제하는 극단적 방법을 여전히 사용하는 것은 공공의 필요에 비하여 지나치게 사인의 재산권행사와 사적자치권을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