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1년 앞둔 안식년 들어가며 고별인사

신경민 전 앵커가 정년을 1년 앞두고 안식년에 들어가면서 그동안 자신이 MBC에서 겪어온 소회와 함께 사장이 바뀐 뒤 벌어지는 MBC의 현실에 대해 일종의 고별인사 형식의 글을 남겼다.

신 전 앵커는 28일 오후 보도본부 게시판에 올린 '작별인사'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리 인생이 항상 그러했듯이 한국 사회, 언론, 방송, MBC의 미래는 불확실하다"며 "언론의 미래는 'content와 contact'의 성패에 달려있다는 분석에 공감하며, 올바름이 항상 세속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현실적 진실'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신 전 앵커는 10월부터 안식년 휴가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기자 30년을 마감한다. 대신 신 전 앵커는 이달 초부터 시작한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겸임교수 활동과 고려대 언론정보학과 대학원에서 수업을 듣는 교수 겸 학생으로 지내게 된다.


다음은 신 위원이 28일 MBC 보도본부 게시판에 올린 작별인사 전문이다.

작별인사

저는 10월부터 안식년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기자 30년을 마감합니다. 81년 초 입사 이후 정신없이 지내왔습니다. 9월 초부터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에서 겸임교수로 강의를 시작했고 고려대 언론정보학과 대학원에 재입학해 당분간 선생과 학생 신분으로 지내게 됩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메인 앵커 발령과 387일 만의 교체로 명예와 명성을 얻었지만 제 활동과 관심은 취재와 편집, 방송 체제와 한국 사회의 자유와 민주에 집중했습니다. 원칙을 지녀가기 험난한 시대에 공적, 사적 고초를 겪으면서 인간과 방송 기자로서의 자존심과 작은 원칙 몇 가지에 지탱했습니다. 이런 원칙을 지녀가면서 대과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던 점은 행운이었고 운명의 나침반과 함께 회사와 선후배들의 도움에 의지한 것입니다.

우리 인생이 항상 그러했듯이 한국 사회, 언론, 방송, MBC의 미래는 불확실합니다. 언론의 미래는 ‘content와 contact’의 성패에 달려있다는 분석에 공감합니다. 또 올바름이 항상 세속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현실적 진실’은 분명합니다. 70, 80년대를 몸으로 겪어온 세대로서 말하자면, 숨 쉬는 현실이 매우 불확실할 때에는 원칙을 지키면서 언론인의 기본 자질을 키워나가는 방법 이외에 뾰쪽한 묘수가 없지요. 이 점이 잊지 말아야 할 현실적 진실의 다른 면이고 최소한 생존할 수 있는 기초이며 언젠가 필요하게 될 언론과 언론인의 자질입니다.

능력 있고 엄청나게 좋은 "captain, oh my captain"은 아니더라도 그저 그렇고 그랬던 선배가 아니었기를 빌면서 저 역시 불확실한 미래로 들어갑니다. 다만 언론과 방송,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관심을 끄지는 못하겠지요.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개인적 작별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볼 테니 부디 함께 하도록 합시다. MBC와 법적 의무, 책임의 끈은 1년 남았지만 사실상 이것으로 '나의 MBC'를 클로징합니다. 모두에게 행운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