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폭력 선거' 외쳤던 정의당...성추행으로 대표 직위해제
선명성 내세워 진보정치 2세대 육성하겠다는 방침도 도루묵
[미디어펜=조성완 기자]정의당이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초대형 악재를 만났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를 ‘반성폭력 선거’로 규정했던 당 대표가 성추행으로 직위해제 된 것이다.

정의당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전략 마련에 고심이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야권에서 대선주자급 후보들의 대거 출마로 판이 커진 가운데, 당 후보들의 인지도가 떨어져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난 22일까지 진행된 정의당 재보선 후보 등록 결과 서울시장 후보로 권수정 서울시의원이, 부산시장 후보로 김영진 부산시당 위원장이 각각 신청했다. 10여명이 출사표를 던진 국민의힘과 안철수 대표가 단일화 이슈까지 띄운 국민의당과 사뭇 대조적이다.

   
▲ 김종철 정의당 전 대표./사진=연합뉴스

이 때문에 심상정 전 대표가 출마해 원내 진보 정당의 체면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당내 유일한 중진의원이자 대권주자를 상징성, 그리고 경기도 의원이라는 한계를 고려해 불출마로 결론냈다.

정의당은 결국 더불어민주당과의 단일화도 배제한 체 선명한 진보 정책으로 정면 승부를 벌이겠다는 각오를 세웠다. 한발 나아가 이번 선거를 발판 삼아 노회찬·심상정을 잇는 진보정치 2세대 육성을 본격화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하지만 선거가 3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김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터지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더구나 김 전 대표 취임 이후 ‘민주당 2중대’ 탈피에 집중하며 선명선을 강조해왔던 것도 ‘말짱 도루묵’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 전 대표는 21대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이끌어내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낙태죄 폐지 등을 당론으로 채택해 진보 이슈를 선도해나갔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던 정의당을 ‘진보야당’으로 불러달라면서 젠더 이슈에도 앞장서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소속 의원들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 거부로 촉발된 집단탈당 사태에서도 "피해자와 연대 측면에서 조문을 가기 어렵다는 발언도 이해할 수 있다"고 장혜영·류호정 의원을 두둔했다.

지난해 11월 재보궐선거기획단 1차회의에서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심지어 민주당 소속의 지자체장으로부터 세 번 연속으로 일어났다면 민주당은 더욱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을 회피하는 민주당에 다시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 정의당 정혜영 의원(오른쪽)과 류호정 의원(가운데)./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대표의 성추행으로 정의당이 거대 양당과 맞서 차별화를 내세울 수 있었던 ‘젠더 이슈’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과 동시에 이번 보궐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에 호소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물음표가 생겼다.

정의당은 일단 김윤기 부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해 당 대표 보궐선거와 성평등 대책 마련에 우선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도 차차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류호정 의원은 2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무슨 염치로 선거 전망을 하겠냐”면서 “잘못이 있으면 진지한 반성과 사과와 함께 우선 일을 바로잡는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정호진 수석대변인도 지난 2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서울·부산시장 보선 후보등록이 완료된 상황"이라며 "상황을 더 파악해 봐야 한다. 보선 관련 전략 등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누구도 예기치 못한 큰 상황이 발생해 추후 더 논의 해봐야 한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두 분의 후보는 고(go)다. 달라지는 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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