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신세계 그룹이 프로야구팀 SK 와이번스를 인수헸다. 프로야구판에 던져진 충격적인 소식이다. 그런데 신세계의 야구단 인수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SK가 와이번스를 매각헸다는 사실이다.

25일 SK 와이번스 지분을 100% 보유한 SK텔레콤이 신세계그룹과 야구단 매각 관련 협상을 진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어 26일 신세계그룹은 SK텔레콤으로부터 주식회사 SK와이번스를 총액 1352억8000만원에 매입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신세계그룹이 프로야구단을 인수하는 것은 '그럴 수 있는 일'로 여겨진다. 앞서도 히어로즈 구단이나 두산 베어스의 자체 사정으로 인한 매각설이 불거질 때마다 야구단을 인수할 기업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 곳이 신세계그룹이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스포츠, 특히 야구단에 대한 남다른 관심도 잘 알려져 있다. 실제 정용진 부회장이 유통계의 혁신적인 작품으로 내놓은 하남 스타필드 개장 당시 '유통과 프로스포츠의 융합'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그 뜻을 SK 와이번스 인수로 이룬 것이다.

그런데 SK 와이번스가 매각된 것은 '잘 이해가 안되는 일'로 여겨진다. 모그룹 SK텔레콤이 굳이 야구단을 매각할 이유가 드러난 것이 없고, 와이번스가 프로야구 구단으로서 운명을 다할 결정적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 사진=SK 와이번스


지난 2000년 해체된 쌍방울 레이더스를 재창단 형식으로 인수해 탄생한 SK 와이번스는 21년의 길지 않은 구단 역사에도 강팀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한국시리즈에서 4차례나 우승한 것이 단적으로 와이번스가 걸어온 길을 대변한다. 

와이번스는 '스포테인먼트'라는 신선한 개념을 야구단에 도입해 모범적인 구단 운영을 해왔다. 지난해 성적이 9위로 뚝 떨어져 강팀 이미지에 손상이 가긴 했지만, 여느 팀들처럼 장기간 바닥권에 머물며 암흑기를 겪었던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SK텔레콤이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해 구단 운영이 부담스러운 상황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SK는 왜 와이번스 야구단 운영을 포기했을까. 

허구연 MBC 해설위원의 말에 힌트가 있다. 허 위원은 와이번스 매각 소식이 전해진 후 매체 인터뷰를 통해 "한국 기업들의 야구단에 대한 인식이 예전 같지 않다. 야구계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야구뿐 아니라 다른 스포츠 종목들도 이 사건을 큰 위기로 생각해야 한다"며 "스포츠 산업이 지금처럼 반전의 계기 없이 계속 적자를 지속한다면 (모)그룹이 운영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야구단에 애정이 있는 신세계그룹(또는 정용진 부회장)이 와이번스를 인수해 프로야구판에 새로운 바람몰이의 주역이 되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SK 와이번스가 창단 21년 만에 KBO리그에서 사라진 것은 야구계가 분명 깊이 고민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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