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에 대한 평론가들의 의견이 ‘골 때리는’ 이유
   
▲ 이원우 기자

허지웅은 ‘2014년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마냥 칭찬은 아니다. 분명 그는 2014년의 대한민국이 원하는 뭔가를 가진 멋스런 사람 같다. 하지만 이 말은 그가 현재 한국의 병리적 태도까지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허지웅은 지나치게 ‘멋’에 집착한다. 쉬운 말도 어렵게 한다. ‘있어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그러더니 ‘국제시장’에 대해서는 “토가 나온”단다. 꼭 그런 표현을 써야만 했나? ‘골 때리는’ 일이다.

잠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시간을 갖겠다. “토” 발언의 진원은 한겨레였다. 24일자 ‘진중권 허지웅 정유민의 2014 욕 나오는 사건사고 총정리’라는 기사에서 허지웅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른 세대가 공동의 반성이 없는 게 영화 ‘명량’ 수준까지만 해도 괜찮아요. 근데 ‘국제시장’을 보면 아예 대놓고 ‘이 고생을 우리 후손이 아니고 우리가 해서 다행이다’라는 식이거든요. 정말 토가 나온다는 거예요. 정신 승리하는 사회라는 게.”

이 말을 읽은 언론들은 당연히 ‘허지웅이 국제시장에 대해 토 나온다고 말했다’고 썼다. 누구라도 그렇게 썼을 거다. 저 말이 ‘국제시장’을 폄훼한 발언이 아니면 뭔가?

희한하게도 허지웅은 지금 트위터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뉘앙스로 부정하고 있다. 자신에 대해 보도한 TV조선을 비판하며 안티조선 정서를 자극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일보 프레임’마저도 별로 그를 구출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발버둥 칠수록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들 뿐이다. 그가 정말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었다면 그의 진짜 적은 TV조선이 아니라 한겨레일 개연성이 높다.

   
▲ 허지웅 트위터

사실 모든 비난을 허지웅에게만 집중하는 건 부당하다. ‘국제시장’을 악평한 건 허지웅만은 아니니까. 아니 오히려 대다수의 영화평론가들이 평론이란 이름으로 감정 실린 악평을 쏟아내고 있다. 허지웅에 대한 지나친 비난은 균형감각을 완전히 상실해 버린 지 오래인 대한민국 영화평론가들에게 면죄부를 허락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국제시장’을 깎아내리는 데 온힘을 집중한다. 비열하다느니 역사의식이 없다느니 별의 별 소리가 다 나온다. 심지어 김태훈이란 평론가는 “나이 든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를 또 영화로 볼 것까지야”라고 한줄평을 했다.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것 아닌가.

이번 ‘국제시장’ 논란으로 대한민국 영화평론가들은 하나의 병력(病歷)을 들켰다. 70년대를 다루는 영화에는 무조건 ‘박정희 타도’가 나와야만 한다는 식의 ‘정치병’ 말이다. 매사가 권력투쟁이요 정치싸움으로밖에 안 보이는 사람들의 ‘극장구경기’가 대한민국 영화 평론의 현주소라면 슬픈 일이다.

이 나라의 영화평론계에 없는 게 있다면 ‘희망’이다. 단지 허지웅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는 영화평론계 ‘편향시장’의 말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인 하나일 뿐이다. 그의 가게를 벗어나도 편향의 악취는 이미 씻어낼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해진 채 시장 전체를 삼켜버렸다. 굳이 구역질이 난다는 표현을 써야 한다면 여기에 해야 하지 않을까.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