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발 수요 폭증·대양제지 화재·택배노조 파업 등 각종 요인 중첩
[미디어펜=박규빈 기자]민족 고유의 명절 설을 2주 앞둔 가운데 골판지 생산량 부족과 택배노조 파업 예고로 인해 물류 대란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골판지./사진=태성산업


28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최근 골판지 수급 여건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택배용 골판지 상자 수요가 꾸준히 늘어와서다. 골판지 원지 구하기가 어려워져 이에 대한 가수요까지 발생해 이달 부족분은 10만톤에 이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10월 국내 골판지 원지 생산량의 7%를 차지하는 대양제지에서 화재 사고가 나 골판지 물량이 달리게 됐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 섬유탄소나노과는 지난달 골판지 수급 우려에 대응하고자 수급 동향을 점검하고 관련기관·업계와 함께 수급 우려 원인분석 및 수급 안정화 대책을 논의했다.

   
▲ 골판지 원지 수급 동향·전망./자료=산업통상자원부


실제 한국제지연합회·한국제지공업협동조합·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한국박스산업협동조합 등 국내 제지 관련 4개 단체는 지난해 12월 30일 '골판지 수급 안정을 위한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에 따라 신문용지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점에 착안해 생산 설비 중 일부인 월 1만9000톤을 골판지 원지 생산에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월 1000톤을 추가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골판지 수급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계약 체결 물량 외 골판지 원지 수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일본·동남아 등에서 골판지 원지 수입을 적극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선에서는 설비와 시간 부족 탓에 설 대목 골판지 상자 대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택배 터미널에서 분류작업중인 근로자들./사진=연합뉴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지난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분류작업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해 파업을 전격 선언했다. 택배사가 분류작업을 담당하고 심야 배송을 금지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합의문을 작성한지 불과 6일만에 벌어진 일이다.

전체 조합원 중 97%가 투표했고 이 중 91%가 파업에 찬성해 가결됐다는 게 택배노조 측 입장이다. 택배노조는 "'분류작업은 택배사의 업무'라고 명시한 대타협 이후에도 현장 상황은 변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택배노조는 "29일 전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14개 택배회사는 한국통합물류협회를 통해 "합의문에 따라 6000여명 분류 인력을 확보 중에 있다"며 "노조 측 주장은 사실 관계에 배치된다"고 맞서고 있다.

이와 같이 골판지 수급 불균형, 택배회사-노조 간 첨예한 대립이 맞물려 설 택배 대란은 명약관화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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