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협력사와 간담회 통해 P플랜 공식화
예병태 사장 "HAAH와 계약서 문구 협상"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쌍용자동차가 투자 협상 난항과 자금 압박 속에서 대주주 마힌드라를 배제한 상태에서 원매자인 HAAH오토모티브와 P플랜(프리패키지드 플랜·Pre-packaged Plan)에 돌입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이를 위해서는 산업은행이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예병태 쌍용차 사장은 지난 28일 쌍용차 협력사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간담회를 열고 P플랜과 관련된 계획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사진=쌍용차 제공


P플랜에 돌입하려면 상거래 채권단인 협력업체의 동의가 필수인데다 이번 계획에는 만기가 도래하는 협력사 보유 어음을 유예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예병태 사장은 협력사 비대위에 마힌드라와 HAAH간 협상 결렬로 P플랜 돌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HAAH와 P플랜으로 가려고 하며 계약서 문구를 협상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P플랜은 채무자 부채의 절반 이상의 채권을 가진 채권자 또는 채권자의 동의를 얻은 채무자가 회생 절차 개시 전까지 사전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그에 따라 법원의 심리·결의를 통해 인가를 받는 방식이다.

쌍용차와 HAAH가 P플랜에 합의했다는 것은 마힌드라와의 협상이 끝내 무산될 경우 마힌드라를 배제한 채 대주주를 HAAH로 교체하는 강제적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P플랜은 미리 회생 계획안을 마련해놓고, 투자자까지 정해진 상태에서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때문에 통상적인 회생 절차보다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쌍용차 측은 이날 간담회에서 4월 말까지 P플랜을 끝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관계자는 "일반적인 회생절차는 회생 계획안 제출에만 4개월 넘게 걸리고 회사를 글로벌 매물로 내놓아 투자자를 모집하는 절차도 필요해 법정관리 졸업까지 최소 9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지만, P플랜은 투자자가 미리 명시된 만큼 3~4개월이면 절차가 마무리된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일단 현재 진행 중인 투자 협상을 마무리 짓는 데 최선을 다하는 한편, HAAH와의 P플랜 합의안을 토대로 채무 변제 계획 등이 담긴 사전회생계획안을 마련해 다음 달 중으로 법원에 정식으로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관계자는 "P플랜을 신청하려면 자구안 등이 포함된 사전계획안도 필요하고 산업은행을 포함한 금융권과 부품사들을 포함한 채권자들의 2분의 1 이상 동의 절차도 거쳐야 하는 만큼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협력사 비대위에도 P플랜 돌입에 대한 동의를 요청했다. 쌍용차의 유동성 위기로 협력업체의 자금난도 심화해 중소 협력업체의 줄도산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쌍용차의 350여개 중소 부품 협력사로 구성된 쌍용차 협동회는 지난해 10월부터 받지 못한 납품 대금이 5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협력사 비대위에 당장 29일 만기가 도래하는 2000억원 규모의 어음을 상환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만기가 돌아오는 어음은 작년 12월21일 기업 회생 신청 이전의 자재 대금이다.

쌍용차는 당장 만기가 도래하는 어음은 유예를 받고 12월과 1월에 납품한 대금의 절반은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비대위에 요청했다. 비대위는 이의 수용 여부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일단 납품을 지속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지난달 기업 회생 신청 이후 일부 대기업 부품업체가 납품을 거부하며 납품 재개 조건으로 어음 대신 현금 지급을 요구해 유동성 자금이 고갈된 상태다.

이에 공장을 정상 가동하고 자재 대금을 지급하기 위해 직원의 1~2월 임금 50% 지급도 유예한 상태다.

이에 관심은 산업은행의 지원 여부에 쏠린다. HAAH는 쌍용차에 2500억원을 신규 투입하는 대신 산업은행도 같은 금액을 지원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자금 지원을 약속하면 HAAH로의 매각은 순조롭게 마무리되는 분위기다"며 "결국 산은의 의지에 쌍용차의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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