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건설 유일하게 사망사고 '0건'…삼성물산·HDC현산 각각 1명 사망
[미디어펜=이다빈 기자]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이하 중대재해법)이 공포되며 건설 현장 사망사고 빈도가 적은 건설사들이 부러움의 시선을 받고 있다.

중대재해법이 본격 시행되면 공사 현장에서 사망자가 1명이라도 발생할 시 해당 건설사의 CEO가 책임을 져야한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기존에 사고가 적었던 건설사라도 피해갈 수 없지만 안전사고에 대한 예방과 관리 수준이 높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 2019년 7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상위 11대 건설사 사망사고 발생 현황./자료=국토교통부


미디어펜이 지난 2019년 7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100대 건설사의 공사 현장 사망사고 건 수를 집계한 결과, 해당 기간 동안 100개 건설사 중 54개 건설사가 사망사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기간 동안 공사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사망자는 총 75명이다. 국토부는 2019년 7월부터 건설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망사고의 신고를 의무화하고 사망사고를 낸 건설사를 분기별로 발표하고 있다.

기존 사망사고가 잦았던 건설사들은 안전 관리 재점검이 시급한 상황 속에서 업계의 시선은 국토부가 100대 건설사의 사망사고 집계를 시작한 2019년 7월부터 사망사고가 없거나 적었던 건설사들에게 쏠리고 있다.

100대 건설사 중 해당 기간 동안 사망사고가 한 번도 없었던 건설사는 46개로 상위 11위 건설사 중에서는 한화건설이 유일하게 '사망사고 제로(0)'를 달성했다. 사망사고가 많았던 현대건설(사고 6건, 사망자 8명), 대우건설(사고 4건, 사망자 4명), GS건설(사고 3건, 사망자 3명) 등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안전 관리를 위해 다양한 신기술을 도입했고 각 건설 현장마다 특성에 맞는 아이디어 기술을 적용해 효과가 높은 기술은 전사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건설이 현장 특성에 맞는 기술을 적용해 안정성을 확보한 대표적인 현장은 올해 개통을 앞둔 '대구외곽순환고속도로 제1공구' 현장이다. 대구외곽순환고속도로 제1공구는 금호대교를 포함해 총 5.11㎞에 달하는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한화건설은 넓은 사업구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드론을 도입했다. 폭이 좁아 작업자 외 다른 인원이 올라가기 힘든 교량 상부 공사에 인력을 투입하는 대신 드론을 띄워 안전 점검을 진행하는 등 현장 특성에 맞는 안전 해법을 발굴했다.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 리모델링 현장과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현장에는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설계 기술을 적용했다. 이 기술은 설계 단계부터 건물의 시공과정을 3D로 확인할 수 있고 건축 부재의 속성, 공정 순서, 물량 산출 등 다양한 정보의 확인이 가능해 건축물에 대한 이해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설계나 시공의 오류를 최소화하고 사전 위험 요소를 파악해 선제적으로 안전 사고에 대응할 수 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전 현장 임직원과 협력사 직원들은 한화건설이 자체 개발한 모바일 안전관리 앱을 통해 현장에서 안전 개선 및 예방조치가 필요한 부분을 스마트폰 사진으로 찍어 공유하고 안전 대책 수립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 사망사고 1건…지난해에는 '0건'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도 해당 기간 동안 사망사고가 1건에 불과했다.

삼성물산은 2019년 9월 3일 경기 화성시 석우동 25 'E-PJT' 현장에서 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고가 난 사업장은 첨단 극자외선 기술을 기반으로 반도체를 생산하는 라인 건설 현장으로 2층 높이에서 작업하던 삼성물산 협력 소방방제업체 직원이 감전으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같은 해 7월 26일 부산 동래구 '온천2구역 주택 재개발 사업'에서 근로자 1명이 대형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두 사고 모두 2019년 3분기에 일어났으며 지난해에는 사망사고가 없었다. 상위 11위 건설사 중에서 2019년 7월부터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한화건설을 제외하면 지난해 사망사고가 없었던 건설사는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 2곳 뿐이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라고 생각하고 안전을 위해 경영진의 참여시스템 재정립, 안전품질위원회 활성화, 협력회사 자율안전시스템 정착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사장./사진=한화그룹, 삼성물산, HDC현대산업개발


◆'안전 건설사' 수장들, 임직원들에게 안전 강조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적었던 건설사 수장들의 공통점은 안전 관리에 대한 당부를 빼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2019년 창립 67주년 기념사를 통해 "아무리 수익성이 높아도 안전을 확보할 수 없는 사업이라면 영위할 이유가 없다"면서 "각 사업장 별로 정밀진단을 철저히 하고, 모든 업무수행 시 기본과 원칙을 엄수해, 완벽을 추구하는 안전경영을 뿌리내려야 한다"고 말하며 '안전 경영은 한화의 철칙'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어 “안전에서만큼은 단 1%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다”고 덧붙엿다.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안전과 관련한 엄격한 사회적 요구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모든 임직원이 일과 행동의 최우선 가치에 안전을 두어 재해 없는 회사로 만들어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26일 협력사와 함께 안전·품질 캠페인 'SMART ZERO'를 선포하며 현장 안전 시스템과 안전의식 개선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선포식에서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사장은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바탕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사망재해 제로 달성과 부상 재해를 현저히 줄일 수 있었다”며 “중대재해 발생 위험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고, 시스템과 시설·도구 개선을 통해 원칙을 지켜나가 무재해·무결점의 현장관리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