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브랜드 수익성 악화로 '판매중단' 기아차는 품귀현상으로 ‘판매중단’

루블화 폭락에 수익성 악화로 타사브랜드들이 판매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현대·기아차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30일 기아차에 따르면 기아차 러시아 법인은 수입차종의 품귀현상으로 이달 말까지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러시아 루블화 폭락 사태를 시장 확대의 기회로 이용하는 역발상 전략을 펴고 있다. 러시아에 진출한 자동차 브랜드들이 수익성 악화로 판매를 중단하거나 가격을 크게 올린 가운데, 현대·기아차는 가격을 거의 그대로 유지해 일부 차종은 품귀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지난 11월 기아차는 전체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전년보다 1.1% 감소했음에도 판매가 19% 늘었다. 계열사인 현대차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기아차 '리오'(국내명 프라이드)는 정상 판매되고 있다. 리오는 올 1~11월 기아차 러시아 전체 판매량에서 48% 차지하는 볼륨 모델로, 지난달 판매량은 전년 동월대비 53.9% 증가했다.

기아차 제품이 러시아에서 품귀 현상을 빚는 것은 루블화 급락으로 러시아 시장이 급변해서다. 현재 러시아에 진출한 자동차 브랜드들이 판매를 중단하거나 가격을 인상하면서 기아차가 반사이익를 보고 있는 것이다.

루블/달러 환율이 지난 6월 30루불대에서 이달 70루블대까지 급상승하자 현지화율이 낮은 업체들은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아우디, GM, 재규어 랜드로버 등은 이달 중순부터 러시아에서 자동차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

이밖에 BMW(5~10%), 벤츠(6~8%), 폭스파겐(2~5%), 닛산(2~3%)은 가격을 인상했고, 인피니티 등은 내년부터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아차도 지난 17일 일부 차종의 가격을 인상했지만, 평균 인상률은 0.3%에 그쳤다.

수요가 늘어도 판매물량을 곧바로 늘릴 수 없는 사정도 재고 부족에 영향을 줬다. 기아차는 '리오'를 제외한 전차종을 한국 공장이나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수입해 판매한다. 루블화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러시아 현지에서 수입된 차량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이 때문에 기아차 러시아 법인은 올해 1~3분기까지 적자를 지속했고, 4분기에는 그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수입 차량 물량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당장은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대응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우선은 몰린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공장에서 수입하는 물량을 더 늘리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 올해(1~11월) 시장 점유율은 7.9%로 지난해보다 0.7% 포인트 올랐다. 특히 지난달 점유율은 9% 로 전년 동월 보다 1.5% 포인트 상승했다.

한편 현대차도 러시아 시장에서 구체적인 가격 인상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현대차 관계자는 "다른 브랜드들이 가격을 올리거나 판매를 중단해 경쟁력이 높아진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