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8600만명 유치…넷플릭스 절반 따라잡아
웨이브 관계자 "국내 이통사들, 자체 OTT 전략 세워야"
SK텔레콤 관계자 "디즈니 들여오면 시장 확대 전망"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 디즈니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독점 사업권을 놓고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 디즈니 플러스가 서비스하는 프로그램 브랜드들./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는 전세계 미디어 시장의 '큰손' 디즈니와 OTT 사업 추진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는 '디즈니 플러스'를 앞세워 애니메이션·영화·다큐멘터리 등 양질의 콘텐츠로 전세계 OTT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디즈니는 서비스 1년 남짓한 기간에 전세계 가입자 8600만명을 끌어모으는데 성공했다. 이는 전세계 넷플릭스 가입자 절반 수준이나 후발주자인 점을 감안하면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는 평가다. 파죽지세와 같은 사업 추진력에 국내 이통 3사가 디즈니와의 계약을 금과옥조처럼 여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101마리 달마시안·겨울왕국 등 가족형 콘텐츠 부문에서 큰 강점을 보이는 디즈니 플러스는 IPTV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업자와 손을 잡아야 하는 입장이다. 디즈니는 해외에서도 지역 1위 사업자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디즈니 플러스의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독일에서는 유럽 최대 이통사 도이치텔레콤과, 프랑스에서는 비방디 등과 손을 맞잡았다.

디즈니 플러스는 지난해 인도를 필두로 일본·인도네시아 등 3개국에만 론칭했다. 올해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공략에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첫 주자는 싱가포르다. 그런데 지역 2위 '스타허브'와 계약을 체결해 국내에서도 반드시 1위 사업자와 사업 진행을 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분석이다.

   
▲ 국내 OTT 이용률 순위./자료=방송통신위원회


그러나 국내 이통사들이 디즈니 플러스와 계약을 맺게 될 경우 국내 OTT 업체들은 더욱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가 2일 이날 발표한 '2020년도 방송매체 이용 행태조사'에 따르면 넷플릭스·유튜브 등 외국 OTT 이용률은 87.2%. 국내 1위 네이버TV 조차 5%에 미치지 못했다.

이 같은 조건에 웨이브를 운영하는 SK텔레콤이나 티빙을 보유한 KT, U+모바일을 서비스하는 LG유플러스는 상당히 고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OTT 사업자들과 계약을 하자니 자사 보유 컨텐츠 이용률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그러지 않을 경우 경쟁사에 손님을 빼앗겨 관련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이 우려돼 국내 이통사들과 토종 OTT 서비스 회사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는 평가다.

   
▲ 넷플릭스 홈페이지./캡쳐=넷플릭스 홈페이지


국내 한 OTT 업체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사례만 보더라도 국산 OTT가 경쟁 측면에서 불리해 서비스와 콘텐츠 분야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며 "시청 패턴 변화에 따른 컨텐츠 새로운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사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8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등과 다각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국내 이통사들이 자체적인 OTT 전략을 세우기 보다는 글로벌 OTT의 인기에 편승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던 건 사실"이라며 "이통사들이 투자하지 않는다면 국산 OTT는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점유율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그는 "KT와 LG유플러스도 자체적으로 서비스하는 OTT가 있다보니 디즈니 플러스와의 협상을 고심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넷플릭스는 국내 IPTV 시장에 진출하면서 TV 리모콘 버튼에 자사 로고를 입혔다. 이른바 '바로가기' 버튼인 셈이다. 이와 같은 세심한 마케팅 전략 또한 국내 OTT 업계에 필요하다는 평이다.

한편 SK텔레콤 관계자는 "디즈니 플러스 때문에 웨이브 영향력이 축소될 것이라는 건 가설적"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유튜브 프리미엄과 같은 유료 OTT 중복 이용자 수가 많아져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며 "웨이브 등 국내 OTT 업계가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