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박스피였다. 올해도 국내증시의 대표지수인 코스피지수가 5% 가까이 하락하면서 3년째 해외 주요국 증시와는 반대의 움직임을 나타냈다. 또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그간의 대형주 쏠림 현상이 줄어들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2013.11로 출발한 코스피는 이날 1915.59로 한해를 마쳤다. 올해 코스피와 KRX100 지수는 올해 각각 4.8%, 9.5% 내려 3년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코스피 상승률은 G20 국가 중에서도 19위로 꼴지에 가까웠다. 올해 44.9% 급락한 러시아 증시가 20위로 꼴찌였다. G20 국가의 평균 증시 상승률은 신흥국 증시 강세의 영향으로 8.8%를 기록했다.

   
 
신흥국 불안 등으로 급락세로 출발했던 코스피는 7~8월 초이노믹스 기대감 등으로 2100선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 우려와 엔저, 국제유가 급락 등에 기업실적 둔화 우려가 커지며 다시 2000선 밑으로 내려앉았다. 지난 7월30일 2093.08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이달 18일 1881.73까지 떨어지면서 연저점을 기록했다.

주가지수는 떨어졌지만 시가총액은 오히려 늘었다. 올 코스피 시가총액은 1192조원으로 지난해 대비 6조원 늘었다. 이는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수준이다.

특히 대형주의 주가 약세로 시총의 대형주 쏠림 현상이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대형주 시총 비중의 경우 전년대비 81.2%에서 74.7%로 줄었다. 반면 중형주는 11.4%에서 12.6%로 늘었고, 소형주도 3.3%에서 4.1%로 증가했다. 업종별 시총 비중은 운수장비가 3.7%포인트 급감했다. 서비스업은 2.1%포인트 급증했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4조원으로 지난해와 같았다. 이는 3년 만에 감소세가 진정된 것이다. 거래량은 지난해 3억3000만주에서 올해 2억8000만주로 2년째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9개 업종이 올랐고 8개 업종이 내렸다. 17개 섹터지수 중 운송(32.1%), 필수소비재(13.1%) 등 9개 지수가 상승했다. 반면 조선(50.3%), 에너지화학(30.8%) 등 8개 지수는 내렸다. 21개 산업별 지수의 경우 비금속(71.1%), 섬유의복(64.9%) 등 내수주 중심으로 10개 지수가 상승했다. 운수장비(-27.9%), 기계(-15.3%) 등 11개 지수는 하락했다.

종목별로는 국동이 450% 올라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티웨이홀딩스(314%), 금강공업(259%), 조광피혁(252%), 삼양통상(231%) 등의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하락률 상위 종목은 범양건영이 가장 큰 폭인 85% 하락했다. 이어 STX(-78%)와 유니켐(-76%), 동양네트웍스(-68%), 팬오션(-66%) 등 순으로 낙폭이 컸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매수세를 주도하면서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외국인은 4조8000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과 개인은 각각 7000억원, 2조8000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3년째 순매수세를 보였다.

기관은 연기금의 5년째 순매수(5조원)에도 투신의 7년 연속 순매도(1조1000억원)와 9년 만의 금융투자 매도세(1조1000억원)로 기관 총합계로는 4년 만에 순매도로 전환했다. 개인은 2조8000억원을 팔아 6년째 증시 이탈을 지속했다. 다만 순매도 규모는 3년내 최저 수준이다.

대형주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10대 그룹의 시가총액도 작년보다 36조원 감소한 719조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4.0%로 지난해보다 2.2%포인트 낮아졌다. 10대 그룹 중 7개 그룹의 시총이 감소했다.

그룹별 시가총액은 삼성SDS, 제일모직 등의 상장으로 삼성그룹이 29조8000억원 증가했으며 SK그룹과 한진그룹도 각각 9조5000억원, 3조1000억원 늘어났다. 반면, 현대차그룹이 24조1000억원 감소했으며 현대중공업그룹(-13조1000억원), 롯데그룹(-7조5000억원), 포스코그룹(-5조6000억원), LG그룹(-3조8000억원), GS그룹(-2조1000억원), 한화그룹(-8000억원) 등 7개 그룹 시총이 줄었다.

삼성그룹의 시총이 불어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보유 상장주식 자산도 급증했다. 재벌닷컴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30일(페장일) 기준 보유 상장 주식 규모는 8조652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1조1530억원에 비하면 650%나 늘어난 금액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와 제일모직 상장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4%, 삼성SDS 지분 11.25%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상장활성화 정책 등으로 기업공개(IPO)는 작년보다 2조8000억원 늘어난 3조5000억원으로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다. 증시 자금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국내 주식형펀드에선 지속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갔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1년 새 2조5000억원 감소해 6년째 순유출을 기록했다. 펀드 규모는 지난해 65조8000억원에서 올해 63조3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주가연계증권(ELS) 열풍은 지속됐다. ELS발행금액은 지난해 45조7000억원에서 올해 68조원으로 22조3000억원 늘었다. 고객예탁금도 지난해 13조9000억원에서 올해 15조9000억원으로 2조원 증가했다.

한편 코스닥시장은 코스피시장과 대조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코스닥지수는 올해 542.97로 마감하면서 지난해에 비해 8.6% 올랐다. 시총도 143조1000억원으로 작년대비 20% 증가하면서 연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장사 수 역시 1061개사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특히 신규상장 기업이 68개로 작년에 비해 28개가 늘었다.

거래대금도 증가했다. 지난해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조8200억원이었지만 올해 기관 및 외국인의 시장 참여 확대와 대형·고가 우량주 중심의 거래로 인해 1조9700억원으로 늘었다. 투자 주체별로는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1조321억원, 2751억원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2042억원 순매도했다.

올해는 인터넷, 게임, 내수소비재 업종 중심으로 상승세가 나타났다. 종이·목재(146.4%) 출판·매체(101.3%), 디지털컨텐츠(79.6%) 순으로 높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에 비해 금속(-21.5%), 방송서비스(-19.3%), IT부품(-16.7%)은 하락세였다.

올 코스닥시장에서는 실적개선주, 소비·게임주 등이 강세였다.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낸 종목은 종이·목재 업종의 산성앨엔에스(607%)였고 헤스본(467%), 컴투스(438%), 유니테스트(423%) 순으로 뒤를 이었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