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선택권 빼앗은 대형마트 영업규제 결국 소비만 줄어

필자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주 대형마트 의무휴일제와 영업시간 제한에 대해 어떤 의견들이 있나 살펴보다가 위 제목의 내용의 글을 쓴 블로거(여성)이 있어 읽어 보았다. 이 여성분은 전에는 집이 재래시장 근처에 있어서 재래시장도 자주 갔었다고 한다. 그러다 몇 번 매우 비위생적인 음식물을 구입하게 되고 변질된 음식물을 사게 된 경험이 있다 보니 이제는 가지 않게 된다고 한다.

가끔 상품가치가 없는 것도 슬그머니 팔아먹기도 하는 걸 몇 번 당하고 나니, 골목상권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나버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런 사기꾼들이 전통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되는 것은 진짜 ‘전통’을 모욕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전통시장이라고 하면서 이런 식의 사기를 치는 것은 오히려 전통에 대한 모욕일 뿐이라고 한다.)

대형마트에서는 조금 더 비싼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엔 시장보다 더 싸고 더 질이 좋은 경우도 있으니 최소한 사기당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 이 여성 블로거가 골목시장에서 대형마트로 발을 돌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분의 말씀 중 인상적인 것은 ‘물론 농업이라던가, 인간문화재 같이 지원이 필요하고 자생이 힘들어 공공자원으로 도와주어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지만, 골목상권이라는 것은 공공자원으로 지켜야 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골목상권은 인간문화재 혹은 명창처럼 우리가 대대손손 지켜내어야 할 그런 공공자원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이 골목상권이건 대형마트이건 소비자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공급자가 시장에서는 지켜지는 것이란다.

   
▲ 법원이 대형마트 영업규제 위법이라고 판결한 가운데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소비자 선택권 회복을 위한 유통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런 소비자가 시장을 지킨다. 시장이 역동적으로 작동하여 시장으로부터 소비자가 더 많은 것을 얻게 만든다. 억지를 부리는 상인이 아닌, 소비자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려는 상인은 살아남는다. 살아남을 뿐 아니라 오히려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필자만 해도 동네에 있는 유명한 프랜차이즈 빵집들에 굳이 가지 않는다. 내가 사는 동네에는 유명한 프랜차이즈에서는 제공하지 못하는 아주 마음에 드는 케잌과 빵을 판매하는 곳이 세 군데나 있다. 30년 이상 아침식사를 빵으로 하는 나로서는 빵에 관한 한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데 나의 자부심을 만족하는 빵집이 있고 그 빵집은 유명한 프랜차이즈 집도 아니고 대형마트 내의 베이커리도 아니라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물으신다면 답은 간단하다. 그 집들이 훨씬 더 나은 빵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종류도 다양하고 신선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좋은 상품을 준비해 놓으면 소비자는 먼 길 마다하지 않고도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골목상권 혹은 재래시장(전통시장이라고 하기에는 전통이 확실하지 않아 이렇게 부르는 것이 낫다)에서 상품 구성, 가격 및 시장환경 등을 포함 더 나은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면 소비자가 이렇게 나은 곳을 마다할 리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골목상권 및 재래시장은 정부에 대형마트 영업시간제한 요구를 하기 전에 먼저 소비자에게 본인들이 충분히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스스로 반문해 보았어야 했던 것이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을 요구하는 것이 중소상인들의 어려운 영업상황 때문이라 할지라도 이를 매우 당연하게 요구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하기보다 오히려 자신들의 이익은 확실히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시장에서 존중받아야 할 소비자들의 선택 권리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라 사료된다. 앞에서 인용한 블로거의 말처럼 골목상권 혹은 재래시장은 우리가 지켜내야 할 공공의 자원은 아니라는 것이 많은 소비자들의 생각인 것이다. 이를 간과한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규제는 결국 이미 재래시장에서 마음이 떠난 소비자를 붙잡지는 못하고 대형마트와 중소상인의 매출은 정체된 채 그 시장을 온라인시장에 빼앗기는 결과를 낳고 말았던 것이다

소비자는 원래 그런 계층이다. 머리로는 이렇게 하는 것이 더 낳은 것일지 모른다 생각해도 결과는 자신에게 이로운 쪽으로 쉽게 결정하는 것이 소비자인 것이다. 개념없다고 뭐라 할 것인가? 아니다. 그냥 소비자는 그런 그룹이다. 이 소비자그룹에게 모럴을 요구하기보다 어떠한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것이 훨씬 빠른 답을 얻는 길이다.

때마침 법원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지자체에서 제정한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조례가 위법이라는 것이다. 매우 환영할만한 용기있는 판결이다. 무엇보다 현실을 정확히 보고 판결을 하였다는 데 그 의의가 크다. 현실은 대형마트 건 재래시장이건 매출이 증대하지 않고 재래시장의 경우 오히려 감소하였으며, 특히 아이를 가진 주부의 입장에선 주차시설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재래시장에 가서 장보기는 쉽지 않다는 현실을 정확히 짚어낸 법원의 판결에 경의를 표한다.

판결 이후에 여러 신문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일제 등 3년간의 규제가 재래시장을 살리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규제를 위한 규제를 다시 생각해야할 때라고 논조를 펴고 있다. 늦은 감은 있으나 비로소 언론에서도 현실을 직시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소비자를 떠난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시장이 작동하는 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법이나 정책은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의무휴일제 및 영업시간 단축 등으로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하려 하지만 중소상인들이 영업하는 재래시장이나 골목상권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대형마트 영업시간제한에 따른 반사이익만을 구하려다가 결국 자신의 시장마저도 내어주어야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자신만의 경쟁력으로 소비자가 찾아오게 만들지 않는 한 영업시간규제로 인해 잠시 득을 볼 수 있으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중소상인들의 경우 장기적으로 한 번 떠나간 소비자를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고객은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공급자에게 찾아갈 것이다.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려 노력하지 않으면서 소비자의 구미를 맞추어주는 공급자가 단지 대형마트라는 이유만으로 영업규제를 요구한다면 전체시장 자체가 줄어들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기회로 중소상인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및 온라인쇼핑점에서도 과연 소비자를 위해 얼마나 구애의 노력을 해왔는가 스스로 묻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스마트폰 사용 이후 SNS의 폭발적 발달로 인해 소비자의 구미는 더욱 까다로와졌으며 이를 반영하는 상인만이 살아남을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제 단순히 대형마트 대 중소상인의 이분법적인 사고로 시장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실히 인식하여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를 높여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경쟁할 것은 경쟁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기를 기대해본다. 자칫 상생을 위한 상생으로 대형마트와 중소상인 간의 담합으로 흘러 그 피해를 다시 소비자가 입는 그런 상황은 오지 않기를 바란다. /김진국 배재대학교 중소기업컨설팅학과 교수, 컨슈머워치 대표

(이 글은 한국경제연구원 사이트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