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핀셋지원으로 코로나 위기 극복해야…미래세대 담보 빚더미 나라 안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공식화했다. 전국민 보편 지원과 선별 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예고했다.

이 대표는 "방역 조치로 벼랑에 몰린 취약계층과 피해계층은 두텁게 도와드리겠다. 경기 진작을 위한 전국민 지원은 코로나 추이를 살피며 지급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으로 미뤄 직접 피해 계층엔 맞춤형으로 꽤 큰 규모의 금액을 먼저 지원하고 재원의 일부를 남겼다가 추후에 전국민에게 보편 지급하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 부총리가 즉각 반발했다. 홍 부총리는 "3월에 추경 논의는 가능하지만, 선별과 보편지원을 함께 하는 것은 안 된다"며 제동을 걸었다.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 글에서 "재난지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전국민 보편 지원과 선별 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집권 여당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밝힌 구상을 경제 부총리가 단 4시간만에 정면으로 반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전문 관료로서 그만큼 재정 상황이 녹록치 않음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보다 필요한 곳에 지원하는 적재적소가 매우 중요하고 기본"이라고 밝혀 선별 지원이 옳다는 입장을 보였다. 3월에 추경 논의가 가능하다고 해 4월 7일 보궐선거 전에 지급을 원하는 더불어민주당과는 입장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재난지원금 지급은 1차 14조3000억원, 2차 7조8000억원, 3차 9조3000억원이었다. 이를 위한 네 차례의 추경이 편성됐고 재원 조달을 위한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41조7000억원에 이르렀다. 작년 수준을 감안하면 이번 1분기 추경은 지난해 보편 지급된 1차와 선별 지급된 2차를 합친 20조원 규모를 상회할 것으로 관측된다. 예비비도 백신 구매 등으로 다 썼기 때문에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 코로나 사태로 촉발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가, 재정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나라 살림과 효율성을 고려한다면 취약계층에 충분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선별적으로 최대한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동안 재정 지출을 놓고 당과 정부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질 때마다 막판에 물러서면서 '홍두사미', '홍백기'라고 불리는 홍남기 부총리도 이번에는 더 이상 물러서서는 안된다. /사진=연합뉴스

기재부 추정에 따르면 올 연말 국가 채무는 956조원에 달해 국가 채무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47.3%로 올라간다. 작년 같이 올해도 대규모 슈퍼 추경을 편성하면 국가 채무는 1000조원을 넘어서게 돼 국가 채무 비율은 50%를 돌파하게 된다.

이낙연 대표가 교섭대표 연설에서 밝힌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참담하다. 특히 내수는 최악이다. 연설에 따르면 서울 남대문시장 가게 3할이 문을 닫았고 소상공인 20%가 우울 위험군에 들어 있다. 1년 이상 취업하지 못한 청년이 70만명을 넘었고, 지난해에만 일자리 122만개가 사라졌다. 

1990년 75.4%였던 중산층 비중이 작년에는 58.3%로 낮아졌다. 소득 하위층부터 소득이 급감하더니 이젠 중위층까지 소득이 줄고 있다. 보통 사람들의 삶이 망가지고 상승의 사다리가 끊어지면서 빈익빈 부익부 속에 중산층이 추락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문제는 이런 암울한 상황이 재난지원금 지급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보편 지원을 주장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비판했다. 이재명 지사는 "너무 건전해서 문제인 재정 건전성을 지키겠다고 국가부채 증가를 내세우며 소비 지원, 가계소득 지원을 극력 반대하니 안타깝다"고 기재부를 공격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최근 우리 재정 상황을 두고 '너무 건전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을 봤다. 재정을 너무 쉽게 본 진중하지 않은 지적"이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지사는 경기도민 1399만명에게 1인당 10만원씩 총 1조4000억원을 뿌리는 절차에 착수했다. 시행 첫날인 2일 85만명이 재난지원금 지급 사이트에 몰려 장기간 신청이 지연되기도 했다. 1조4000억원은 큰 돈이지만 10만원으로 분할되면 푼돈에 불과하다. 중앙 정부가 주는 수백만원의 재난지원금도 밀린 의료보험료, 각종 세금, 전기료, 가스비 등 필수 비용을 지불하면 남는 것이 없는데 1인당 10만원을 준다고 얼마나 경기 활성화가 되겠나. 

차라리 이 돈을 선별 지원하면, 140만명에게 100만원씩 줄 수 있다. 자산가, 고액연봉자, 공무원, 공기업 및 대기업 직원 등은 오히려 피해계층에 도움의 손길을 보내야 할 사람들인데 어려운 사람이 낸 세금 10만원을 챙기는 모순이 발생한다. 차기 대선을 꿈꾸는 정치인의 선심성 현금 살포가 분명한데도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고 재난지원금 사이트가 마비될 정도로 사람이 몰릴 지경이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코로나 사태로 촉발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가, 재정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나라 살림과 효율성을 고려한다면 취약계층에 충분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선별적으로 최대한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피해가 큰 사람들에게 최대한 충분히 지원하고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사람들에게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을 나누자"고 호소해야 한다. 차가운 이성으로 지원 대상을 선별하고, 가장 효율적인 지원 방식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원 수준이었던 국가 채무는 매년 폭증해 2022년에는 1070조3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국가 채무가 5년 만에 410조원 이상 불어나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국가 채무 규모는 훨씬 더 커질 것이다. 노인은 늘고 일할 수 있는 청년은 급감하는 지금의 인구 추세가 진행되면 미래 세대는 빚에 허덕이며 항구적으로 원룸에서 살아야 하는 불행한 세대가 될 것이다.

그동안 재정 지출을 놓고 당과 정부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질 때마다 막판에 물러서면서 '홍두사미', '홍백기'라고 불리는 홍남기 부총리도 이번에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 부총리가 이번에도 뒷걸음질 친다면 '최악의 경제 부총리', '곳간을 지키지 못한 곳간지기'란 오명을 쓰게 될 것이다.

4월 부산과 서울의 보궐선거를 앞두고 '돈을 쓰고 보자'는 청와대와 여당의 압력이 가중되겠지만 홍남기 부총리는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적재적소'라는 재정의 원칙을 지켜 온 나라가 포퓰리즘의 바다에 빠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만들 빚 410조원은 가계의 은행대출 총액 988조원의 절반에 가까운 돈을 탕감할 수 있는 천문학적인 돈이다. 이 돈이 성장잠재력을 키우는데 쓰였다면 장기적으로 경기 회복에 기여해 고용과 소득 모두를 증대 시켰을 것이다. 

정치권도 진정으로 나라 살림을 걱정한다면 선거 공학적 사고를 버리고,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집중지원에 힘을 모아야 한다. 강도 높은 방역조치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을 최대한 단축함과 동시에 취약계층, 피해계층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일상의 회복을 앞당기는 것, 그것이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