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소셜 네트워크…'도토리 장사' 전성기 연매출 1000억원 기록하기도
방심·안주·스마트폰 도입·개인정보 유출, 싸이월드 몰락 초래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세계 최초 소셜 네트워크 싸이월드가 새단장을 마치고 내달 복귀한다는 입장을 밝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 콘텐츠 회사 슈퍼맨씨엔엠(C&M)을 주축으로 하는 컨소시엄 '싸이월드Z'가 싸이월드 서비스를 인수해 내달 기존의 서비스를 정상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사진=싸이월드 공식 유튜브 채널 'CPR편' 캡처


3일 업계에 따르면 콘텐츠 회사 슈퍼맨씨엔엠(C&M)을 주축으로 하는 컨소시엄 '싸이월드Z'는 지난 2일 "싸이월드 서비스를 인수해 내달 기존의 서비스를 정상화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싸이월드Z는 기존 서비스를 재개해 사회 전반적으로 유행인 '레트로 열풍'을 반영한 모바일 3.0버전도 선보일 방침이다.

싸이월드는 지난해 6월 최종 폐업처리됐다. 현재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는 경영난 탓에 직원 임금을 체불한 혐의로 법정 다툼을 하고 있다.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직원 27명분 임금과 퇴직금 4억70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아 징역 1년 6개월형이 언도됐다.

1심 재판부는 피해 보상 기회 제공 차원에서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전 대표는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인수 작업 종료 후 법원 판단을 구해보겠다며 항소했다.

싸이월드Z는 전 대표로부터 10억원에 싸이월드를 인수했다. 이와 관련, "전 대표가 서비스 매각대금 10억원으로 지난달 29일 임금체불 문제를 완전 해소했다"며 "14개월만에 서비스를 재개해 점유율 회복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싸이월드는 1999년에 만들어진 1세대 소셜 네트워크다. 이는 2001년 미니미와 일촌공개, 도토리 등으로 유명한 미니홈피 서비스를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영세 벤처기업에서 운영하다보니 폭발적인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러 서버가 다운될 정도였다. 결국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인수해 전성기인 2009년에는 일촌 건수 10억건, 회원수 3200만명의 거대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사이버 머니 '도토리'를 수익모델로 한창 잘 나갈 때는 연 매출이 1000억원에 달했다. 이런 사업 대박에 페이스북 창업주 마크 주커버그가 노하우를 배워보고자 방한한 건 주지의 사실이다. 

   
▲ 싸이월드 전성기 시절의 각종 밈./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이와 같이 '인기 대박'을 누렸던 싸이월드인만큼 이용자들은 '싸이 명언'이라고 불릴만한 '중2병' 콘텐츠도 많이 남겼다. 대표적으로 △음악만이 나라에서 허락하는 유일한 마약 △난 가끔 눈물을 흘린다 △더 이상은 NAVER △여자가 담배를 담배를 피우는 이유는 △학생이라는 죄로 △내 여자 하나만 들어서 다른 건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등이 있다. 때문에 싸이월드에는 '살아있는 흑역사 저장소'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그러나 싸이월드의 영광은 여기까지였다. IT업계에서는 싸이월드가 무너지게 된 대표적인 원인으로 방심과 안주를 꼽는다. 스마트폰의 도입은 싸이월드 몰락을 가속화했다. 싸이월드는 PC 중심의 소셜 네트워크였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등장에 따라 소셜 네트워크 주 무대는 책상 앞이 아닌 손 안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싸이월드는 스마트폰의 위력 무시한 대가로 접근성 좋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외국산 소셜 네트워크에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IT업계는 일본·중국·베트남 등 8개국에 진출하고도 실패한 점이 싸이월드 패망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 싸이월드 창업자 중 하나인 형용준 메이크위드 대표이사는 한 언론사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2008년 해외에 진출한 싸이월드는 한국인-미국인-일본인 등 외국인 간 일촌 관계를 맺지 못하게 했다"며 "각국에서 분리 운영하다보니 사실상 회원 데이터베이스 제로에서 시작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싸이월드는 '싸이마켓'이라고 불리는 상점에 입점한 상인들의 페이지와 일촌이 되면 도토리를 제공하는 방식의 서비스를 운영했다. 이는 곧 이용자가 상인들에게 자기 개인 사진들을 공유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곧 신뢰 기반 정보공유 플랫폼에 반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 2011년 7월 26일 네이트·싸이월드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3500만명이 피해를 입었다./사진=네이트


다시 말해 모르는 사람에게 개인 신상을 낱낱히 공개하게 된다는 것인데 이용자들이 염증을 느낄만 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우려는 현실로 이어졌다. 2011년 7월 26일 네이트·싸이월드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3500만명의 △아이디 △비밀번호 △이름 △주민등록번호 △연락처가 해커의 손에 넘어갔다.

이는 싸이월드에 결정타로 작용했다. 이용자들의 탈퇴 행렬과 더불어 페이스북 등이 본격적으로 국내 소셜 네트워크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2013년 당시 국내 소셜 네트워크 시장 점유율은 카카오스토리 55.4%, 페이스북 28%, 트위터 13%, 싸이월드 5.5%으로 집계됐다. 그 해 3분기 싸이월드는 93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방향성을 상실해 운영사였던 SK커뮤니케이션즈도 운영 포기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이후 종업원 인수방식(EBO)으로 벤처기업 분리된 싸이월드는 '싸이홈'으로 시즌 2를 알렸다. 오히려 이전 대비 사용하기 더 어려운 환경이라는 인식을 심어줬고 여러 버그가 생겨나 이용자들의 원망을 샀다. 개편 전 비공개로 올린 글들이 전부 공개되는 대참사도 벌어졌다. 이후 싸이월드는 2016년 프리챌 창업자 소유의 법인에 인수합병된다.

2017년 삼성벤처투자로부터 50억원 수준의 투자를 받고 대대적 서비스 개편을 통한 화려한 부활을 꿈꿨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2018년 3월 뉴스 서비스 '큐'를 론칭해 재도약을 알렸지만 콘텐츠 사용료 지불 능력이 없어 회사 내 기물에 압류 딱지가 붙기도 했다. 이후 2019년 10월 1일을 기해 사이트 장애로 접속이 불가해졌고 대표이사·관계자들이 잠적해버렸다.

싸이월드 도메인은 다행히도 1년 연장 조치됐지만 로그인 장애가 빈번하게 발생해 과거의 기록을 찾아보고자 했던 이용자들의 불만만 커져갔다.

이렇게 산소 호흡기를 달고 있던 싸이월드는 지난해 5월 26일 세금 미납으로 국세청이 직권으로 사업자 말소 처분을 내려 폐업 처리됐다. 아울러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망법 29조1항에 따르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폐업 시 지체 없이 개인정보 복구 재생이 불가토록 파기를 규정하고 있다.

싸이월드Z는 200억원 상당의 기존 부채는 남기고 서비스만 가져온다는 입장이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오랜만에 새 주인 품에 안긴 싸이월드, 이번에는 진정한 의미의 '예토전생'을 통해 원조 소셜 네트워크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