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7조4050억원, 당기순손실 2281억원…화물이 하드캐리
대한항공 "임직원 순환휴직 등 고통 분담 덕"
대승적 차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전격 결정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우리의 날개' 대한항공이 사상 최악의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창공을 날아다녔다.

   
▲ 대한항공 B747-8i 여객기/사진=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


대한항공은 4일 오전 이사회를 개최해 지난해 매출 7조4050억원·영업이익 2383억원·당기순손실 2281억원 등을 골자로 2020년 잠정 영업실적을 공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여객수요의 감소로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40%가 줄었다. 특히 여객 매출은 전년 대비 74%가 감소했다. 하지만 화물기 가동률을 높이고 유휴 여객기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토대로 화물 매출은 4조2507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의 2조5575억원 대비 66% 늘었다. 코로나19 진단키트·자동차 부품의 수요가 증가했고 일부 해운수송 수요가 항공수송으로 몰리면서 항공 화물 매출의 증가폭을 이끌었다.

   
▲ 2020년·2019년 대한항공 실적 비교./자료=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


영업흑자 달성은 화물사업부문의 선방과 함께 전사적인 생산성 향상·비용절감 노력이 어우러져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여객 공급 감소·유가 하락에 따라 연료 소모량·항공유 비용이 낮아졌으며 여객 운항 감소로 시설 이용료 등 관련 비용이 함께 줄었다. 또한 직원들이 순환 휴업에 들어감에 따라 인건비도 다소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영업비용을 2019년과 대비해 40% 가량 줄일 수 있었다.

순이자비용 등의 영향으로 2281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으나 전년도 5687억원의 당기순손실과 비교해 손실 폭을 대폭 줄였다는 전언이다.

   
▲ 서울 중구 서소문동 소재 대한항공 빌딩 간판./사진=미디어펜


◇글로벌 유수 항공사 대비 빛나는 실적…"화물이 하드캐리…임직원 희생·헌신 큰 역할"

대한항공의 2020년 실적에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혼연일체가 돼 헌신한 임직원들의 공헌을 빼놓을 수 없다는 평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국제 여객수송실적(RPK, Revenue Passenger Kilometers)은 전년대비 75.6% 감소했다. 국제 화물수송실적(CTK, Cargo Ton Kilometers)도 11.8% 하락세를 보였다.

이를 반영하듯 대부분의 글로벌 항공사들은 영업 악화로 신음하고 있다. 델타항공·아메리칸항공·유나이티드항공 등 최근 실적을 발표한 미국 항공사들의 경우 정부로부터 수십조원 규모의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60억~120억달러 수준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회복에 실패했다. 전일본공수(ANA)도 30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여객기의 대부분이 멈춰서자 지난해 4월부터 전 직원들이 연말까지 교대 휴업에 들어갔다. 복수의 노동조합들도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한 고통분담의 일환으로 기꺼이 동참했다. 순환휴업에 따라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자리를 비운 직원들의 몫까지 채워주면서 업무에 임했다. 이와 같은 헌신이 이번 영업흑자로 이어졌다.

   
▲ 대한항공 화물기에 항공화물이 적재되는 모습./사진=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 제공


화물사업의 선방도 빼 놓을 수 없다. 여객기 운항이 급감해 화물공급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벨리(Belly, 여객기 하부 화물칸) 수송이 줄었다. 이에 대한항공은 기존 23대의 보유 대형 화물기 기단을 십분 활용해 가동률을 전년 대비 25% 제고했다.

   
▲ 지상조업사 한국공항 직원들이 기내 좌석에 짐을 실은 모습과 좌석 탈거 작업을 진행 중인 대한항공 정비본부 직원들./사진=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

또한 유휴 여객기를 활용하는 한편 국내 최초로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 운항하는 등 공급력을 늘렸다. 유휴여객기를 활용해 항공화물을 운송한 것만해도 연간 4500편 이상이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항공화물 수요 대비 항공화물 공급 감소로 인한 항공화물 운임 강세까지 겹쳐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각고의 자구안…대승적 차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이후 자산매각 등 선제적인 자구노력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고 체질개선에 나선 바 있다.

대한항공은 이미 지난해 1조1193억 규모의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진행했고 기내식·기내 면세사업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9817억원에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왕산레저개발·항공종합서비스 칼 리무진(KAL LIMOUSINE)도 매각 마무리 단계다. 이와 함께 미국 LA 소재 윌셔그랜드센터를 운영 중인 한진인터내셔널 지분 매각과 서울시와의 송현동 호텔 부지 매각 협의도 꾸준히 추진 중이다.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그런 가운데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안정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전격 결정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사 역시 경영난에 처해있지만 국내 항공산업의 구조 개편을 통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추가로 투입될 공적 자금 규모를 최소화해 국민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다각도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도 희뿌연 항공시장…"재무 문제 해결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성료할 것"

올해 항공산업 시장의 전망도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탓에 지난해와 같이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IATA는 올해 여객 수요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과 비교해 50%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관측한다. 화물수요는 2019년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와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올 한해 자구 노력을 토대로 위기를 극복하고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한다.

특히 올해 3월 예정된 3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자본을 확충해 유동성 확보·재무구조 개선을 단행한다. 이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 문제도 해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위한 PMI(Post Merger Integration)도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올해도 직원들의 순환휴업은 지속된다. 또한 자구안의 핵심인 송현동 부지 매각도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간다.

   
▲ 온도 조절 기능을 갖춘 특수 화물용 컨테이너에 의약품을 싣고 기내에 적재하는 한국공항 직원들./사진=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 제공

대한항공은 올 한해 항공화물 시장이 2019년 수준으로 회복이 기대됨에 따라 탄력적으로 항공화물 공급을 조절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시장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등 현재 항공화물 사업 전략을 한층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됨에 따라 백신수송 태스크포스(Task Force)를 중심으로 올해 2분기부터 백신 수송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다만 항공화물 시장과는 달리 항공여객 시장의 정상화는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 백신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올해 하반기까지는 여객 공급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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