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현실화 주장, 현행 2500원서 3800원으로 인상 추진
직원 4500여명 중 33%, 무보직 억대 연봉…구조조정도 미미
대국민 손 벌리기 당연시 하면 미디어 시장서 도태 가능성↑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지난달 30일 KBS(한국방송공사) 이사회는 물가 상승분을 고려해 수신료 현실화를 이뤄내야 한다며 현행 월 2500원인 수신료를 3800원으로 52% 대폭 인상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달 1일에는 사장 이하 경영진이 모두 기자회견에 나와 수신료를 왜 올려야 하는지에 대해 대국민 설득 아닌 설득을 했다. 이와 같이 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답정너'식이기 때문이다. 동의한 적 없는 국민 여론은 냉소적이기만 하다.

   
▲ 미디어펜 산업부 박규빈 기자
KBS는 수신료 인상 근거로 두 차례 자체 공론조사 결과를 들이밀었다. 각각 72.2%, 79.9%가 수신료 인상에 찬성했다는 게 KBS측 주장이다. 그러나 지난 2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했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76%가 수신료 인상안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KBS가 거둬가는 수신료는 TV를 보유한 가정에는 부과토록 돼 있어 사실상 세금이나 다름 없다. 그러나 요즘 세상에 TV 없는 가정이 어디 있나. 방송·통신 당국에 제출한 수신료 인상안이 받아들여지면 KBS는 광고 외 연 1조원이 넘는 추가 수입을 올리게 된다.

KBS는 방만 경영의 온상 그 자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재직자 4480명 중 33%가 보직이 없으면서도 억대 연봉자라고 한다. 별다른 업무도 없는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려고 국민 주머니를 털겠다는 발상은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 2월에 KBS 직원이 블라인드에 "(고연봉이) 꼬우면 사우가 돼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자체로 수신료 인상 명분을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

국내 미디어 시장에서는 외국과 마찬가지로 KBS를 비롯한 지상파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소정의 비용만 내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각종 스마트 기기로 유튜브·넷플릭스·웨이브와 같은 OTT 콘텐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판도 자체가 바뀌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외산 OTT의 경우 프로그램 하청 업체들에게 제작비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제작토록 해 콘텐츠의 질 자체가 다르다. 이를 통해 미디어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상태다. 조만간 '글로벌 콘텐츠 제국' 디즈니 플러스까지 국내 시장에 상륙할 예정으로 KBS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건물./사진=KBS


이쯤 되면 KBS는 자신들의 존재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때다. KBS는 매달 한국전력공사 명의의 전력 고지서 뒤에 숨어 국민들에게 받고 있는 수신료에 대해 그 가치를 다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KBS는 고성 산불 사태 등 연이어 문제 있는 보도로 신뢰도를 스스로 깎아 먹었다. 보도국 뿐만 아니라 예능국도 마찬가지다. 정치 편향적이라는 논란에 시청률이 바닥을 치면서 개그콘서트는 막을 내린지 오래다.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을 표방하는 KBS, 자구책도 없이 국민에게 아무렇지 않게 손 벌리는 모습을 당연시 한다면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려 도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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