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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외면·민간 배제…오기 못버린 25번째 부동산정책
규제폭탄은 해소하지 않은채 공공 중심축…시장 복권없이는 '헛구호'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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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21-02-05 12: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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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불안을 일거에 해소할 특단의 부동산 대책을 설 전에 내놓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언 보름여만인 4일 25번째 부동산대책이 나왔다. '변창흠 표 1호' 대책이다. 지난 4년간 엉망진창이 된 시장을 바로 잡겠다며 내 놓은 이번 대책에 '특단'이니 '공급 쇼크'니 하며 잉크도 마르기 전에 낯부끄러운 분칠을 하고 있다.   

규제에서 공급으로 정책의 방향이 선회한 것은 맞다. 이전 김현미 전 국토부장관 재임 시 나온 24번의 대책은 '집은 충분하다'며 공급보다 규제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2·4대책은 공급 중심이다. 2025년까지 서울 32만호를 비롯해 전국에 83만6000호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에만 분당급 신도시 3개가 들어서는 셈이다. 

정부는 '공공주도 3080 플러스,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대책에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시 주택 재고의 10%에 달하는 공급쇼크 수준"이라고 했다. 변창흠 국토부장관은 "차질 없이 시행되면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속도, 물량, 입지, 품질의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시장의 반응이나 입주 지역 등 구체적 실행 방안은 내놓지 않고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다. 3기 신도시 삽질고 하기 전에, 새로운 대책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효과부터 장담하고 있다. 지금껏 24번의 잘못된 길을 걸었을 때와 마찬가지다. 이렇게 쉽게 풀릴 문제였다면 4년 동안 그렇게 시장을 망가뜨리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의 무능과 무대책과 무책임과 무소신을 자인할 뿐이다.      

2·4대책의 핵심은 도심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의 재건축·재개발에 공공기관이 직접 뛰어들어 공공주택 복합·정비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부족한 부지 문제는 역세권 용적률을 700%까지 높여 고밀도 개발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준공업지역에선 500%까지 용적률을 올리는 방안도 포함됐다.

   
▲ 정부가 4일 발표한 25번째 부동산정책은 시장과 민간을 배제한 정부주도의 공공주택정책이다. 그동안 규제폭탄은 제거하지 않은채 공급이라는 장밋빛 전망만 내놨다. 반쪽 대책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은 지난 4일 주택공급 당정회의에 참석한 변창흠 국토부 장관./사진=연합뉴스

공공 재건축의 경우 재건축 조합원 2년 거주 의무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공급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평균 13년 걸리던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패스트트랙 제도도 도입한다고 한다. 초과이익환수제 면제 등의 인센티브 제공으로 빠른 사업 진행을 위한 당근책도 담았다. 

그동안 공급을 부르짖어 온 전문가와 시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규제로 일관해 오다 뒤늦게 공급으로 방향을 튼 정부는 온통 장밋빛에 취해 있다. 24번이나 대책을 쏟아내며 시장과 전쟁을 벌였던 정부가 백기투항을 하면서 보일 자세는 아니다. 신뢰를 잃은 정책이 국민들에게 준 고통을 한 번쯤 되돌아보는 자세가 아쉽다.

다주택자들을 잡기 위해 마구잡이식으로 쏟아낸 규제로 인한 세금폭탄, 보유세·양도세와 임대차3법 등으로 출구 없는 시장, 당장 들어가 살 집이 필요한 내 집 없는 설움을 겪는 전세 대책은 없다. 수년에서 수십년이 걸릴 수도 있는 공급대책을 정부가 또다시 희망고문을 하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공공이란 이름으로 얽히고설킨 주택문제를 한 방에 풀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심감도 문제다. 재개발 주민들 간 의견 차이, 사업성 부족으로 정체됐던 일부 지역의 동의율을 낮추면 속도가 붙을 수도 있지만 반발도 생각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재산권 박탈에 대한 갈등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역세권, 준공업지, 저층주거지를 고밀 개발하는 것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권리관계와 사유지 문제가 실타래처럼 얼킨 권리관계를 공공이 푼다고 쉬울 리 없다. 재산권다툼이 빈번할 것이다. 민간 소유 땅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정부의 자신만만한 주택 공급이 계획대로 흘려가지 않는다.

공공개발의 전면 확대라는 대책 속에 똬리 튼 정부의 인식 또한 우려를 사고 높다. 지금껏 정부가 내놓았던 반시장적인 정책의 이면에는 '주택공개념'이란  이념적 냄새가 묻어난다.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으로 몰아붙였고 1가구 1주택을 사회적 정의인양 내세웠다. 공공이 전면으로 나서는 이번 대책에 이런 우려는 더 깊어진다.  

규제와 세금폭탄에 멍든 주택시장은 무엇하나 바뀐 것이 없다. 분양가 규제, 재건축·재개발 규제, 세금 폭탄 정책은 손 하나 안대고 공공기관을 동원한 '억지 공급' 대책만 내놨다. 시장을 거스른 정상적인 주택공급의 길을 온갖 규제에 절벽 그대로다. 거래의 숨통을 트게 할 거래세 인하 등 방안에는 대해서는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시장원리에는 등을 돌린 채 공공기관만 앞세워 공급을 늘리겠다는 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벗어난다. 주택공급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는 민간의 개발은 사실상 배제됐다. 개발과 확보한 물량의 70∼80% 이상을 공공분양한다. 빚더미에 앉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배만 불리는 것이라는 비판이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결국 24번째 대책으로 망가뜨린 시장의 기능 회복이 아니라 시장을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모든 걸 정부가 하겠다는 환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시장과 국민의 사유재산을 우습게 보는 이런 정책이 과연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더 늦기 전에 '시장 복원'부터 해야 한다. 그게 국민의 눈물을 닦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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