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희영 항공대 교수 "물동량, 정치논리로 못 옮겨"
금액으로나 중량으로나 수출량 절반 이상이 수도권발
[미디어펜=박규빈 기자]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한 찬반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2월 시작된 국회에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안이 상정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오는 7일 부산·울산·경남에 연고를 둔 전국 국회의원 모임 '부산갈매기 의원단'이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부울경 발전을 위한 가덕신공항 특별법 통과 결의대회'를 연다고 지난 4일 밝혔다.

   
▲ 2016년 파리공항공단(ADPi)이 활주로 1개만 있을 경우를 상정해 설계한 가덕도 신공항 마스터 플랜./사진=국토교통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부울경 지역 숙원사업이다. 이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특별법안에 대한 심의에 착수했다.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국민의힘 역시 박수영 의원의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발의안을 국토위에 상정했다.

두 법안은 영남권 신공항 입지를 가덕도로 꼽고 있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비롯, 2030 월드 엑스포 개최 전 개항을 추진하겠다는 '패스트 트랙'을 골자로 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국가재정법 제38조·동법 시행령 제13조에 따라 대규모 신규 사업에 대한 예산편성·기금운용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장관 주관으로 실시하는 조사다. 예타 조사는 총 사업비 500억원을 넘고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건설사업·정보화 사업·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이 대상인데 국회가 이를 무시하고 가덕도 신공항 법안 처리를 강행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된다 해도 예타 조사나 기본계획 수립, 이후 행정적 절차 등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여야는 가덕도에 신공항을 세우면 인천에 집중된 물동량이 부울경 지역으로 옮겨올 것이라고 판단, 국토균형발전론을 주장하며 특별법 통과를 지지하지만 전문가 의견은 다르다.

   
▲ 인천국제공항 수출 물동량 발생지별 비중(금액)./자료=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물동량을 정치논리로 옮겨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운을 뗐다. 허 교수는 "대한민국의 관문 인천공항 수출 물동량 분석 결과 2019년 금액 기준 53%가 수도권, 27%가 충남 지역에서 나왔다"며 "부산·경남 지역발 비중은 2%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 인천국제공항 수출 물동량 발생지별 비중(중량)./자료=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수출품의 전체 중량만 보더라도 66%가 수도권발이며, 부산·경남의 경우 10%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허 교수 설명이다. 다시 말해 현재 수준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부산·경남권 물동량 처리를 위해 신공항을 짓는다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는 이야기다.

허 교수는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정치권의 기세에 눌려 아무 소리도 못하고 있다"며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빠져 국민 혈세를 가지고 장난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국토부는 2009년 동남권 신공항 선행 연구를 통해 35개 후보지를 선정했다. 이후 영남권 인구 중심에서 거리가 65km이상 돼 먼 거리에 있는 10개 후보지에서 제외했다. 차후 장애물 제한표면(OLS)·평가표면(OAS) 등을 검토해 8개 후보지를 3개군으로 묶었고 김해·밀양·가덕도 3개소로 추려냈다.

이후 국토부는 파리공항공단(ADPi)와 한국교통연구원 등에 용역을 맡겨 3개 후보지를 대상으로 평가기준에 따라 최종입지를 선정했다. 공항 운영·접근성·환경성·경제성 등 1000점 만점으로 평가한 결과 김해신공항안이 1위로 꼽혔다. 가덕도는 4·5위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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