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고립 지속…시간 제한 뒤엎고 수사 성과 낼지 주목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전격적으로 검사장급 인사를 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앞날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7일 오후 1시 30분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하기 앞서, 법무부는 대검찰청의 확인 요청에 인사 발표 2분 전 인사안을 일방적으로 보냈다.

박범계 장관은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하는 등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인사에 대한 법조계 평가는 냉정하다. 돌려막기를 통해 윤석열 총장 고립을 지속시키겠다는 문재인 정권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건물을 나서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왼쪽)과 박 장관 예방을 마친 뒤 법무부 건물을 나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다만 법조계는 이번 인사에서 3가지 지점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 잇따를 차장·부장검사 등 중간간부 인사의 방향,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언제 구성될지, 월성 원전 등 뜨거운 감자로 꼽히는 정권 연루 수사들의 진행 추이다.

우선 각 수사팀의 실무 책임자인 차장·부장검사 인사에 더 관심이 쏠린다. 검사장급 인사가 소폭이어서 더 그렇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 내부는 일단 "차장·부장검사 인사도 소폭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지만 일각에선 다른 얘기가 나온다.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사태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내부에서 리더십을 잃은 이성윤 지검장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차장·부장검사로 수사 진용을 재구축할 가능성이 꼽힌다.

또다른 변수는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 가동 시기다. 검찰청법 34조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이 제청할 검찰총장 후보자의 추천을 위해 법무부에 추천위를 둔다.

윤 총장 임기는 오는 7월 말까지다. 빠르면 4월 말에 추천위가 꾸려질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부장검사는 8일 본보 취재에 "후보 추천위가 구성된 후라면 총장의 임기가 사실상 끝났다고 본다"며 "일선 검사들은 그 다음 수장을 바라볼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윤 총장이 적극 수사 지휘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은 구정 연휴 지나고 나면 만 2개월 남짓 남았다고 본다"며 "지휘라인 변화에 따라 곳곳에서 새로운 줄 세우기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지막 변수로는 월성 1호기 원전 조기 폐쇄 사건 등 현 정권 고위 관계자들이 연루된 사건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여부가 꼽힌다.

월성 원전 수사를 지휘하는 이두봉 대전지검장과 김학의 불법출국 금지 사건을 맡은 문홍성 수원지검장은 유임됐지만, 수사 진행은 시간에 쫓기는 모양새다.

대전지검 수사팀은 8일 내지 9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본격적으로 청와대 연루 인사에 대한 수사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백 전 장관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면 청와대를 직접 겨냥한 수사는 일부 벽에 막힐 것으로 관측된다.

김학의 사건 수사팀은 이성윤 지검장 및 청와대의 연루 의혹 실체를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이 지검장부터 비공개 소환 조사에 응할지 미지수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본보 취재에 "길어봤자 2~3개월 남았다. 시간이 문제"라며 "박범계 신임 장관이 '추미애 시즌 2'를 연출할 것이라는 예상 보다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윤석열 총장의 손발이 완전히 묶여서 제대로 된 결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면서 검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작년 8월 고검검사급 인사가 대규모로 단행됐고 올해 7월말 총장이 교체되면 검찰 주요 간부 인사가 불가피하다"며 "일부 라인 변동 등 정권발 검사들의 줄 세우기가 일어날게 뻔하다"고 보았다.

시간과 수사 결과가 가장 큰 변수다. 앞으로 윤 총장이 수사 지휘에 적극 나서 정권 연루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정권을 뒤엎을 결과를 낼지 주목된다. 이를 막기 위한 법무부·검찰의 '친문' 고위 간부들 움직임도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