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서 자금조달 KCGI, 금융비용 상당할 전망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현 시점서 선택권 없어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 경영권 분쟁으로 기회비용 상실·역량 분산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지난해까지 한진칼 경영권을 두고 맹위를 떨치던 '한진그룹 경영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3자연합)'이 한국산업은행의 경영 참여로 위세가 급격히 꺾인 가운데 각자도생을 도모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기자회견장에 나온 강성부 KCGI 대표./사진=미디어펜


8일 재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으로 구성된 3자연합은 한진그룹 경영권에 대한 영향력을 사실상 상실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초 강성부 KCGI 대표는 대한항공의 호텔 사업을 정리 대상으로 여겨왔으나 이를 맡고 있던 조현아 전 부사장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게 됐다. 이후 반도건설이 '반 조원태' 라인에 합류하며 3자연합을 이뤘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전쟁을 치루던 KCGI는 △그레이스홀딩스 △타코마앤코홀딩스 △엠마홀딩스 △캐트 △디니즈홀딩스 △헬레나홀딩스 △베티홀딩스 △캐롤라인홀딩스 등 8개 유한회사를 통해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끌어 한진칼 지분을 사들였다.

현재 한진칼 주가는 8일 이날 기준 6만1200원. 평단가 3만2000원대에서 한진칼 지분을 매집해왔기 때문에 KCGI는 여전히 수익 구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천억원에 이르는 자금 전액을 저축은행들로부터 조달한 KCGI는 적지 않은 금융 비용을 지불해야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지난해 한진칼 배당금은 150억원. 3자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46%에 달했던 만큼 절반 가량 탔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모든 지분은 KCGI 몫이 아니기도 하고 주식 담보 대출 이자로 지출됐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KCGI도 배당 수익이 크지 않으리라는 관측을 해볼 수 있다.

   
▲ 대한항공 B747-8i 여객기/사진=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


다행히도 한진그룹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대한항공의 2020년 영업이익은 2383억원이나 진에어가 영업손실 1847억원을 기록했다. 그룹의 쌍두마차인 두 항공사 실적 총합이 전년 대비 더욱 악화돼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배당은 없을 것으로 예상해야 할 판이다.

게다가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보유한 유휴자산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조원태 회장이 차근차근 이뤄내며 무위로 돌아갔다는 평이다. 실제 대한항공은 △항공종합서비스 칼 리무진(KAL LIMOUSINE) 사업부 △인천 왕산리조트 △기내식·기판 사업부를 사모펀드에 잇달아 매각하며 현금 확보에 성공했다.

서울시와의 갈등으로 지지부진하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의 영역이던 송현동 호텔 부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건 덤이다.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주가는 크게 올라 KCGI는 큰 재미를 봤다. 그러나 내달 말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개인 투자자들이 한진칼 주식을 사들이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땅콩 회항'·'물컵 갑질' 등 각종 이슈에 힘 입어 큰소리 치던 왕년의 KCGI는 이제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됐다는 게 항공업계 중론이다.

올해 KCGI 등 3자연합은 주총에서 사내·사외이사들을 다수 추천하던 지난해와는 다르게 주주제안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산업은행을 포함한 조원태 회장 측 우호지분량은 47.3%, 3자연합은 지분율 희석으로 40.4%로 다소 낮아진 상태다. 때문에 주총 표결에서 패배할 것임은 너무나도 명약관화하다.

지난해 12월 9일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에 따르면 사외이사로 분류되는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 최대주주·특수 관계인·일반 주주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3자연합은 이 3%룰에 모든 기대를 할 수 밖에 없겠지만 이사 선임 등에 관한 사항은 한진칼 대주주 산은 의중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봐야 한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발표 전만 하더라도 정부와 산은이 대주주인 KCGI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현재 이동걸 산은 회장은 KCGI를 대화 상대로 여기지 않는다. 이와 같은 상황 탓에 KCGI는 퇴로 마련에 고심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보유 주식 일부를 외부에 매각할 방침을 밝힌다 해도 사실상 관치경영에 놓인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경영에 끼어들 '간 큰' 기업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점도 관전 포인트다. KCGI가 한진칼 지분을 대량 매각하게 될 경우 주가가 급락하게 되나 이 경우 조원태 회장 측에 힘이 실리는 효과가 나타난다.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반도건설 로고../사진=대한항공·각 사


3자연합의 불편한 동거 관계는 내달 주총 이후 해제될 것으로 전해진다. 모친 이명희 전 한국공항 고문, 여동생 조현민 ㈜한진 부사장은 조원태 회장 편에 서있다. 이들과 척을 진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진칼 지분 6.49%를 들고 있어 주요 주주로 분류되지만 현 시점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형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기존 입장을 뒤엎고 조 회장 편에 서는 것이 현실적으로 이득일 것이라는 평도 존재한다.

반도건설 역시 수천억원을 쏟아부어 한진그룹 왕좌를 노렸지만 역량이 분산됐다는 지적이다. 이로써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 역시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참여한 기회비용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란 분석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