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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해외자본·국민연금의 덫 '배당금 족쇄'
현금 배당보다 기술 개발·인수합병 등 기업 미래 가치 창출에 투자해야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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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21-02-08 15: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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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금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다. 기업의 이익을 주주와 나눠 가진다는 점에서는 일면 바람직해 보인다. 문제는 과도한 배당이 기업 자체의 결정보다는 주주들의 압박에 의해서라거나 정부의 강요에 의해서라면 문제다. 

기업의 이익은 미래 먹거리를 찾고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투자로 이어져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자양분이다. 이익이 난 만큼 주주에게 돌려주고 거기에 정부마저 숟가락을 얻는다면 오늘의 기업은 있을지언정 내일의 기업은 없다.

기업의 생명력은 내일에 대한 투자다. 미래를 위한 준비에 오늘의 성과를 내일에 투자하는 것이다. 한 해의 실적에 일희일비 할 수 없는 것이 기업의 운명이다. 오늘의 대기업은 과거의 엄청난 투자의 결과물이다. 결코 하루아침에 오늘의 성과를 이룬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등 어려운 환경에서도 약 36조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9년에 비해 30%가량 늘어난 어닝 서프라이즈다. 지난달 28일 삼성전자는 주주 배당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주주들에게 오는 4월 10조7000억원 규모 특별배당금을 지급한다. 삼성전자 주주들이 받게 되는 연간 배당금 총액은 2019년 9조600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20조3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하게 됐다. 

기업의 배당정책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는 없다. 배당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수익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업의 사내유보가 그만큼 줄어들고, 배당 자체가 기업의 자체적인 결정보다는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 반기업 정책으로 규제의 벽은 높아지고 국내 연기금의 배당 압력과 해외 투자자들의 등쌀에 국내 기업들이 멍들고 있다. 배당 압력이 높아지는 만큼 투자여력은 줄어든다. 경쟁력은 약화되고 협력업체는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일자리는 줄어든다. 삼성전자, 현대차, SK 등 주요 대기업들이 매년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지만 상당수가 국내보다 해외시장의 진출을 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막대한 배당금이 외국인 주주들의 입김에 의한 것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실제 외국인투자가가 지배주주로 있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경우 압박에 의해서 원치 않는 고배당정책을 울며 겨자 먹기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오너 경영인의 지배력이 취약한 데다 온갖 규제가 쏟아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고배당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국 대기업의 배당 확대 배경에는 주요 대기업 오너 경영인들의 지배권이 취약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존재한다. 삼성전자는 외국인투자자들로부터 ‘삼성전자를 분할해 나스닥에 상장하거나 배당을 파격적으로 높이라'는 요구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실제로 2016년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라고 요구하면서 정기 배당과는 별도로 30조원 규모의 특별 배당을 요구했다. 2012년 5.2%였던 삼성전자의 배당성향도 엘리엇 파동을 거치면서 2016년엔 17.8%로 증가했다.

현대자동차도 엘리엇이 2018년 4월 경영 개입을 선언하자,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2019년 주총에서 당기순이익의 70.7%를 현금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2018년도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62%나 감소했지만 배당성향은 43.9%포인트 증가했다. 차등 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는 결국 배당 확대로 달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10년 전만 해도 10% 미만이었던 국내 주요 기업의 배당성향이 최근 40%를 넘어 선 것으로 집계됐다. 배당성향이 40%라는 것은 기업들이 100원을 벌어서 주주에게 40원을 지급했다는 의미다. 외국계 자본과 적대적 인수합병 세력으로부터 경영권 방어, 대주주의 상속세 마련, 국민연금의 배당 확대 요구가 맞물리면서 기업 배당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국내 10대 기업은 당기순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배당은 늘렸다. 배당금 총액은 2012년 3조2320억원에서 2019년 13조1062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업의 당기순이익 총액은 43조8219억원에서 31조7601억원으로 27.5% 감소했다. 같은 기간 10대 기업의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14.7%에서 9.2%로 뒷걸음질 쳤다. 

해외 상황은 우리와 딴판이다.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며 대규모 실적을 내고 있는 미국 거대 IT 기업들은 현금 배당을 아예 하지 않거나 소규모의 배당을 하고 있다. 기업 이익을 현금 배당보다는 기술 개발이나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기업 가치를 높여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하고 있다.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이라 불리는 실리콘밸리의 IT 공룡 중 구글·아마존·페이스북은 창사 이후 한 번도 현금 배당을 하지 않았다. 주주들에게 곧바로 현금 이익을 돌려주기보다 신사업에 투자해 주가를 높이는 미래지향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생전에는 현금 배당을 하지 않았다. 잡스 사후 주주들의 요구가 거세지자 경영 바통을 이어받은 팀 쿡 CEO는 현금 배당을 시작했지만 ’시늉‘에 그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에만 삼성전자의 한 해 수익을 뛰어넘는 335억달러(약 37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주당 0.205달러(약 228원)만 배당하기로 했다. 

반면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배당 확대 요구는 지속되고 있다. 특히 정부 산하 기관인 국민연금은 2018년부터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배당 확대를 적극 요구하고 있다. 배당은 기업의 고유 가치판단 영역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배당 확대를 요구하면 기업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반기업 정책으로 규제의 벽은 높아지고 국내 연기금의 배당 압력과 해외 투자자들의 등쌀에 국내 기업들이 멍들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SK 등 주요 대기업들이 매년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지만 상당수가 국내보다 해외시장의 진출을 택하고 있다. 

배당 압력이 높아지는 만큼 투자여력은 줄어든다. 경쟁력은 약화되고 협력업체는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일자리는 줄어든다. 연기금으로 기업을 압박하고 온갖 규제로 경영권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기업의 선택지는 좁아진다. 기업을 때리는 것은 국가 미래를 막는 일인 동시에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드는 자해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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