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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비겁한 오너가 버린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이스타항공 별, 너도 나도 잘 사는 꿈과 희망의 별"
212억 벌고도 고용보험금 5억 안 내 직원들 고용 불안정 초래
이스타항공 재무부장,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
사측, 건설사에 매각 소식 흘리며 근로자 희망고문
승인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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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21-02-09 11: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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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펜 산업부 박규빈 기자
[미디어펜=박규빈 기자]"하늘에 빛나는 찬란한 별빛 어두운 밤길을 밝혀주며 지평선 저 너머 동방의 별이 주님께 우리를 인도하네."

가톨릭 성가 100번 '동방의 별' 가사 중 일부다. 동방박사 세 사람이 따라갔던 동방의 별은 탄생의 상징이 됐다. 이와 같은 의미를 확장해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동양 항공계의 별이 되겠다는 뜻에서 2007년 이스타항공을 창업했다.

그는 자서전 '촌놈, 하늘을 날다'에 "꿈을 꾸는 사람의 도전과 노력은 아름다운 별로 승화될 수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스타항공의 별은 나도 잘 살고 너도 잘 사는 꿈과 희망의 별"이라고 기술해뒀다. 이어 "앞으로도 이스타항공은 지금처럼 그 길을 제시하고 그 길을 위해 도전하는 가장 선한 별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 지난해 6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경영진 규탄 시위를 벌이는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원들./사진=미디어펜 산업부 박규빈 기자


과연 창업주 이상직 의원 일가와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같은 길을 가고 있을까. 지난해 7월 초, 제주항공이 전격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 포기 선언을 했다.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기다렸다는 듯 본격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임차했던 여객기를 리스사로 돌려보내고 605명을 정리해고했으며 지상조업사 이스타포트는 폐업처리했다.

이스타항공 경영주 일가는 212억원에 달하는 거부를 쌓으면서도 고용노동당국에 5억원 가량의 고용보험금도 체납했다. 때문에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타 항공사 직원들과는 달리 고용유지지원금을 한 푼도 못받았다.

그 결과 한때 칵핏에 앉아 조종간을 잡던 기장들은 밤거리의 대리운전 기사로 내몰렸다. 일부는 물류창고나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다 몸져 눕기 일쑤다. 같이 하늘을 날던 한 객실 여승무원은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에 유서를 남겼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월급 구경한지가 한세월이다. 그런데 회사측에서 해고 조치를 하지 않아 실업급여도 못 타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국회의사당 앞에서 인력감축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원들./사진=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고통 분담 차원에서 △체불 임금 일부 포기 △임금 삭감 △무급 순환휴직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창업주 일가는 사재 출연은 커녕 입도 뻥긋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평직원들이 회사 정상화에 열을 올림에도 조합비가 다 떨어져 서울 강서구 방화동 본사 인근 노조 사무실도 비워줘야 하는 실정이다.

산소호흡기를 단 회사는 이제서야 법정관리 체제에 돌입했다. 다행히도 법원이 보전처분·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채권자들이 자산을 임의로 가압류하거나 매각하지 못하게 하고 모든 채권이 동결됐지만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사경을 헤메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이스타항공 근로자연대는 지난달 25일 서울회생법원에 '이스타항공 기업회생 결정 인가를 위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스타항공 재무부장이자 창업주 이 의원의 조카인 이모 씨는 수백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전주지검이 구속 기소했다. '너도 나도 잘 살자'던 이상직 의원 저서 속 구절은 온데 간데 없고 자기들끼리만 잘 먹고 잘 살고자 했던 만행이 드러난 것이다.

   
▲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연합뉴스


경영진은 회사를 정상궤도에 다시 올려놓고 매각을 통한 차익 실현만을 바라고 있다. 이상직 의원 보좌관이던 김유상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가 됐지만 항공업계에서는 가망이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들은 심지어 건설사와 협상 중이라는 가능성 낮은 소문도 흘리며 근로자들을 기망하는 추태도 보였다. 이쯤 되면 희망의 별이 아니라 희망고문의 별이다.

잔여 직원들도 다른 회사가 이스타항공을 사들이길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이들은 빠른 손절을 하고자 했던 경영진과 다르게 근무지가 있길 염원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안진회계법인을 이스타항공 재무상태 조사위원으로 선임했다. 내달 25일까지 존속가치를 산정해 청산 여부를 결정짓는다. 벼랑 끝에 선 이스타항공, 재기의 기회를 얻어 '하늘에 빛나는 지평선 저 너머 동방의 별'이 될 수 있을까. 직원들은 과연 기적같은 장면을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이스타항공 여객기./사진=이스타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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