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취 표명' 주목…대국민담화 공식사과할지, 뭉개고 넘어갈지 관심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 '거짓 해명' 여파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실제로 자진 사퇴하면 누가 가장 기쁠까. 바로 문재인 대통령일 것이다."

"그 이유는 뭘까. 대법원장 임기는 6년이다. 5년 단임인 문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불과 1년 2개월 남겨놓은 상황에서 6년 임기의 대법원장을 한차례 더 지명하면 청와대 입장에서 그보다 더 좋을 일이 있을까 싶다."

우스갯소리와도 같은 이런 얘기가 최근 법조계에 파다하다. 대법원장의 중요성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만큼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이 입법부 수장으로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표 반려에 대한 '거짓 해명'으로 사퇴 위기에 몰린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헌법상 대법원장은 대법관을 임명제청한다. 헌법재판소의 헌법재판관 9명중 3명에 대한 지명권도 갖는다. 선거 공정성을 주관하는 중앙선관위원장도 지명한다.

이뿐 아니다. 온갖 정치 사건을 비롯해 국민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재판을 심리·주관하는 각 법원 판사들에 대한 인사권도 휘두른다. 법치주의 수호에 있어 대통령 보다 더 위중한 자리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은 막다른 골목에 접어 들은 모양새다. 곳곳에서 김 대법원장에 대한 고소 고발과 손해배상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직접적으로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대검찰청에 고발됐다.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표 반려를 놓고 거짓 해명을 한 김 대법원장에 대해 법원 내부 의견은 양분됐다. 법조 원로와 학계에서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이와 관련해 법관의 의원면직 제한에 관한 예규 2조 1항 '의원면직의 제한'의 해석 범위 검토에 들어갔다.

예규상 수사 통보를 받은 법관(임 부장판사)이 언제까지 사퇴할 수 없는 지에 관한 부분이 불분명하다고 본 법원행정처는 이를 면밀하게 분석 검토하고 있다.

이는 김 대법원장의 사표 반려가 적절했는지 주요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부장판사는 10일 본보 취재에 "참담할 노릇이다. 이 사안에 관해 다들 쉬쉬하고 있지만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것도 아니다. 단지 다들 인사나 외부 눈초리 때문에 공식적인 표명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거짓 해명으로 일관한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타락을 자처해 법원 내부를 정치적으로 양분시킨게 아니라 거의 모든 법관들이 자괴감을 들게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애초에 문재인이 지명했을 때부터 사법부 독립을 지켜낼 위인이라 보지 않았지만 이번 사안은 해도 너무 했다"며 "대놓고 정치권 눈치를 보는 사법부 수장이라면, 다음에 더한 사람이 오더라도 이번에 그만두는게 정도(正道)"라고 지적했다.

공정한 것 못지 않게 공정하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법관을 만나면 흔히 듣는 말이다.

사법부 중립성을 훼손했고 대법원장 권위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물의를 빚는 김 대법원장이 언제쯤 자신의 거취를 표명할지 주목된다.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공식 사과하고 정면 돌파할지, 아니면 정치인들처럼 뭉개고 넘어갈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