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 기반으로 발행 박차…사업구조 다각화 효과낼 듯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작년 한 해 기록적인 호실적을 낸 국내 증권사들이 회사채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채권발행 ‘러시’가 증권사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직접 발행에 앞장선 가운데 타 증권사들도 사업구조 다각화를 위해 관련 부문 채권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권사들 사이에서 회사채 발행 사례가 늘고 있다. 회사채란 기업이 시설투자나 운영 등 장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의미한다. 증권사들 역시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사업구조 다각화를 위한 자금 조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특징적인 사항은 최근 회사채 발행시장의 ‘대세’인 ESG 채권발행 흐름이 증권사까지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NH투자증권은 1100억원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이는 회계법인인 딜로이트안진으로부터 사회적 채권, 지속가능채권을 인정받은 채권으로, 당초 모집액은 1000억원이었으나 무려 6배가 넘는 자금이 유입돼 100억원을 증액했다고 함께 알렸다.

삼성증권 역시 같은 날 ESG채권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발표하면서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녹색채권 최우량 등급인 ‘Green1’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5년 만기물로 700억원 규모이며 수요예측을 거쳐 오는 25일 발행한다.

이 밖에도 KB증권을 비롯해 금융지주사 산하에 있는 대형 증권사들 역시 ESG채권 직접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까지 ESG채권을 주관하거나 주선하던 증권사들이 이제 직접 회사채 발행의 주체가 된 것이다.

최근 들어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ESG 경영’이라는 화두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국민연금은 내년까지 전체 운용자산의 절반 가까이를 ESG기업에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며, 주식과 채권 위탁 운용사를 선정할 때도 ESG 투자 현황을 주요 평가 항목으로 반영한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ESG채권 발행 ‘러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단,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ESG채권에 대한 기틀이 자리 잡지 않았다는 점이 함께 지적되기도 한다. ESG채권은 녹색채권, 사회적 채권, 지속가능채권 등 3가지로 분류되는데, 작년 말에 정부가 직접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녹색채권과는 달리 나머지 두 유형에 대해서는 아직 일관된 기준이 없다. 그래서 일부 신용평가사에서는 해당 유형의 채권을 인정하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정부가 ‘정리’를 해주기 전까지는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업계에서의 ESG채권 발행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 증권사들은 ESG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친환경, 사회적 책임 등 관련 프로젝트를 지원할 것”이라면서 “신규 친환경 산업, 사회적 가치 창출사업 등 증권사들의 사업구조를 다각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