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이항 주식 6000억 보유…올 들어 1000억 순매수
과거 중국 커피 프랜차이즈 루이싱커피 사태 '악몽' 떠올라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가짜 계약 논란의 중국 드론택시업체 이항(EHang)이 뉴욕 증시에서 연일 아찔한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해당 종목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들이 적지 않아 피해가 우려된다.

   
▲ 중국 드론택시업체 이항의 주가가 널뛰기를 하며 이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의 잠못 이루는 밤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이항 홈페이지 일부 화면 캡쳐. /사진=이항 홈페이지


17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이항은 67.88% 폭등한 77.73달러에 장을 끝마쳤다. 장 마감 후 에프터 마켓에서는 종가 대비 7.11% 내린 72.20달러로 마감했다.

전날인 16일 이항이 정규장에서 62.7% 폭락한 46.30로 마감했던 것과 비교하면 하루 사이 주가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모습이다.

폭락의 원인은 글로벌 투자정보업체 울프팩리서치가 발간한 33쪽짜리 공매도 리포트였다. 울프팩리서치는 ‘추락으로 향하는 이항의 주가 폭등’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이항의 가짜 계약과 기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이항이 5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는 중국 업체 ‘쿤샹’이 계약 9일 전에 급조된 기업이며 주소지도 가짜라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4월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의 매출 조작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던 울프팩리서치는 “이항 본사에는 드론택시 생산을 위한 기초적인 조립 라인도 없었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날 폭락으로 이항의 시가총액은 하루 새 약 25억 달러(약 2조7700억원)나 증발했다.

지난 2019년 나스닥에 상장한 이항은 드론택시 등 대형 드론 제조업체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주가가 21달러 선에 머물렀지만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하며 40여일 만에 124달러로 6배 가까이 폭등했다.

공매도 리포트로 인한 주가 폭락에 이항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리포트에 근거 없는 주장, 정보 해석의 실수가 있다고 믿는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리포트에서 지적한 부분에 대한 뚜렷한 반박은 없었다. 

하룻밤 사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이항의 주가 흐름에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이항에 투자한 금액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 투자자들은 이항 주식을 5억4948만 달러(약 6000억원)어치 보유 중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 중 9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이항 주식을 9804만 달러(약 10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항은 지난해 11월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서울 여의도에서 ‘K-드론관제시스템’ 비행 행사를 열면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인지도를 쌓았다. 해당 행사에서 이항의 드론택시가 사용됐기 때문이다.

일부 투자자는 과거 루이싱커피 사태의 악몽이 떠오른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미국 주식 정보 공유 커뮤니티에는 “중국 기업이 미국에 상장한 주식은 쳐다보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2017년 설립된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인 루이싱커피는 ‘중국판 스타벅스’라고 불리며 지난 2019년 5월 나스닥에 상장했다. 중국 커피시장 잠재력 등에 힘입어 주가가 급상승했지만, 회계부정 사건이 불거지며 주가는 급락했고 결국 상장폐지됐다. 1억2705만달러어치나 사들인 서학개미들의 루이싱커피 주식은 그대로 종잇조각이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루이싱커피 사태에 이어 이항까지 겹치면서 중국 주식에 대한 서학개미들의 신뢰도가 흔들리는 모습”이라면서 “중국 기업은 회계 측면에서 불투명한 지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금 전세계 넘치는 유동성이 증시로 몰리면서 실체가 없는 기업일지라도 주가가 폭등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무작정 높은 수익률에 현혹돼 투자하기 보다는 재무 안정성, 성장 가능성 등을 꼼꼼하게 따지는 기본기가 절실한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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