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이 과거 박철우(삼성화재) 폭행 건이 논란이 된 데 대해 사죄하고 시즌 남은 경기 팀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했다.

KB손해보험 배구단은 20일 "이상열 감독이 2020~2021 시즌 잔여 경기 자진 출전 포기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상열 감독은 구단을 통해 "과거 나의 잘못된 행동으로 박철우 선수에게 깊은 상처를 준 것에 깊이 반성하고 있고 사죄하는 마음이다. 또한 시즌 마지막 중요한 시기에 배구팬들과 구단, 선수들에게도 부담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 사진=KB손해보험 배구단 홈페이지


KB손해보험 구단은 "이 감독이 박철우에게 진심 어린 사과로 용서를 구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이 감독의 자성과 자숙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를 수용했다. 따라서 21일 6라운드 첫 경기인 OK금융그룹 배구단과의 경기부터 이 감독은 출장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철우는 지난 18일, 12년 전인 2009년 이상열 감독(당시 국가대표팀 코치)에게 폭행 피해를 당했던 사건을 재론하며 아직도 깊은 상처가 남아 있음을 밝혀 논란이 일었다.

박철우가 과거 얘기를 다시 꺼낸 것은 이 감독의 그 전날(17일) 언론 인터뷰 내용 때문이었다. 최근 배구계에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학교폭력 문제로 촉발된 논란이 커진 데 대해 이 감독은 과거 자신이 폭행 가해자였던 일을 떠올리며 "어떤 일이든 대가가 있을 것이다. 인과응보가 있더라"라는 발언을 했다.

물론 이 감독은 반성의 의미로 한 말이지만, 폭행 피해자였던 박철우는 자신의 SNS에 "정말 피꺼솟이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또한 박철우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 감독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고 아직도 마음의 상처가 크게 남아 있어 경기장에서 마주치기가 힘들다는 얘기를 했다.

박철우는 2009년 국가대표 선수로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할 당시 코치였던 이 감독에게 심한 폭행을 당한 바 있다. 이 감독은 이 일로 무기한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지만 2년 만인 2011년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 운영위원으로 배구계에 돌아와 대학 지도자와 방송 해설위원을 거쳐 지난해부터 KB손해보험 감독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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