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알코올로 추행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 떨어진 상태"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대법원이 상대방이 성적 관계를 맺는 데 동의했다고 해도 음주 등으로 상황을 기억 못 하는 '블랙아웃' 상태였다면 강제추행죄가 인정된다고 판단 내렸다.

21일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 대법원 전경./사진=대법원

경찰 공무원인 A씨(당시 28세)는 2017년 2월 새벽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중 우연히 만난 10대 B양을 모텔로 데려가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A씨는 B양에게 "예쁘시네요"라고 말을 걸었고 2∼3분 대화를 나눈 후 술자리를 가졌다. B양은 함께 간 술집에서 테이블에 엎드려 잠을 자기 시작했다.

A씨는 "한숨만 자면 된다"는 B양에게 "모텔에서 자자는 것이냐"라고 물었고 B양이 "모텔에 가서 자자"고 답해 함께 모텔로 갔다고 주장했다.

A씨는 2심에서 당시 B양이 준강제추행의 성립 요건인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으로 무죄 판결을 말했다

재판부는 모텔 CCTV상 B양이 비틀대거나 부축을 받는 모습 없이 자발적으로 이동한 점에 주목해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재판부는 B양이 당시 일행이나 소지품을 찾지 못한 점, 처음 만난 A씨와 간 모텔에서 무방비 상태로 잠이 든 점 등에 비춰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친구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모텔방으로 찾아온 것을 알면서도 다시 B양이 옷을 벗은 상태로 잠든 점도 언급하며 "판단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상태"라며 "피해자가 의식상실 상태는 아니지만 알코올 영향으로 추행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 상태였다면 준강간죄나 준강제추행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알코올 블랙아웃을 심신상실 상태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본 첫 대법원 판례로 심리 과정에서 '블랙아웃' 재판에 대한 심층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법원행정처를 통해 관련 외부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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