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C 지분·칼 리무진·기내식기판·왕산마리나 매각 등 전방위적 구조조정.
'자구안 핵심' 송현동 부지 매각, 권익위 입장 나올 때까지 전면 중지
적자 최소화 일환서 바르셀로나 등 3개 노선 운수권 일시 반납
진에어, 화물기 개조·기재 반납 등 경영 효율화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군살 빼기와 몸집 불리기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한진그룹이 대한항공과 진에어를 중심으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김포국제공항 주기장에 서있는 대한항공 소속 여객기들./사진=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 제공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 타개를 목적으로 지난해 11월 말 칸서스자산운용-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에 왕산레저개발 매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왕산레저개발은 대한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이 회사는 인천 영종도 소재 요트 계류장 '왕산마리나'를 운영하고 있다.

매각 대금은 1300억원으로, 올해 1분기 중 매각 작업이 마무리 될 예정이다.

   
▲ 대한항공 자회사 항공종합서비스가 운영하는 칼 리무진(KAL LIMOUSINE) 공항버스./사진=한진그룹

인천국제공항·김포국제공항-서울 시내 간 공항버스 65대를 굴리는 또 다른 자회사 항공종합서비스의 칼 리무진(KAL LIMOUSINE) 역시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스톤파트너스에 매각하기로 MOU를 맺었다. 2019년 매출 431억원·영업손실 24억원을 기록한 칼 리무진 사업부는 올해 초 200억~300억원에 계약이 성사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제주도 소재 연동 사택도 매각할 계획을 갖고있다. 이 경우 현금 419억원을 추가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대한항공은 기내식·기내면세품 판매 사업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넘겨 9906억원을 확보했다.

이에 더해 지난해 7월 자체적 유상증자 1조1269억원과 내달 3조3000억원, 지난해 5월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발 운영지원자금 2조원, 한진칼의 대(對) 대한항공 3000억 유상증자까지 고려하면 대한항공은 약 10조원에 이르는 현금을 손에 쥐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까지 대한항공이 갚아야 했던 부채는 약 4조5000억원 수준. 이를 털어내며 동시에 진행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역시 무리 없이 해내기 위한 방편으로 분석된다.

이와 같이 가능한 선에서의 유동성 확보는 일단락 되는 모양새이나 경영진의 뜻대로 잘 안 풀리는 건도 있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소재 윌셔그랜드센터 야경./사진=윌셔그랜드센터

대한항공은 재무제표상 큰 부담을 주고 있는 미국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HIC) 매각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곳은 조양호 선대 회장의 '마스터피스'로 불리는 호텔 '윌셔 그랜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재작년 12월 31일 기준 적자 부채 3조1522억2900만원, 3년래 2883억6200만원 수준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연평균 961억2000만원씩 적자인 셈이다.

매각방식에 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HIC는 곧 윌셔 그랜드 센터 호텔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지분 매각은 곧 자산인 호텔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의 자산가치는 1조4000억원에 이르나 아직 매각 협상대상은 나타나지 않은 상황. 하지만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은 이따금씩 나타난다는 게 대한항공 측 설명이다.

   
▲ 서울 종로구 송현동 대한항공 소유 호텔 부지./사진=연합뉴스

구조조정의 '진 주인공'격이라 할 수 있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호텔 부지 매각은 아직도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고로 모든 상황이 '올스톱' 돼 보궐선거 이후에나 진행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서울시 입장을 조율하며 중재안을 마련하는 국민권익위원회 역시 고심 중이라는 전언이다. 따라서 5000억 수준에 달할 것으로 평가되는 송현동 부지 매각 건은 다소 시간을 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산 매각 외에도 대한항공은 바쁜 날갯짓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국토교통부에 마드리드·바르셀로나·블라디보스토크 등 3개 노선에 대한 운항 중단을 신청했다. 또한 노후 기재 반납을 통한 경영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 14 온도 조절 기능을 갖춘 특수 화물용 컨테이너에 의약품을 싣고 기내에 적재하는 한국공항 직원들./사진=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 제공

대한항공은 여객 수요 감소에 따라 수입도 줄어 화물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오히려 화물기가 모자라 여객기의 좌석을 탈거하는 개조작업도 벌였다. 이를 통해 백신과 전자제품 등을 전세계 각지로 나르고 있다.

자매 회사 진에어도 자체적인 구조조정에 힘쓰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중 유일하게 B777-200ER 여객기를 보유한 이 회사는 지난해 추석 이후 좌석을 떼내 본격적인 화물 운송을 개시했다. 국내 LCC 중 최초로 미국 본토인 LA까지 가는 진기록도 세웠다.

   
▲ 한진그룹 지상조업사 한국공항(KAS) 소속 직원들이 B777-200ER 항공기 밸리 카고에 화물을 적재하고 있는 모습./사진=진에어 제공

진에어는 몸집 줄이기에도 신경쓰고 있다. 지난달 B737-800 2대에 대한 리스 계약을 종료했고 이달 중 같은 기종 2대를 추가 반납하기로 했다. 진에어 측은 "대외 환경을 고려한 탄력적 운영 차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진에어 항공기 리스 부채는 총 3761억원. 전분기 3074억원보다 22.3%나 증가했다. 동기간 리스 이자 등 금융 비용은 129억원, 1년 내 의무 지급 리스비만 해도 1100억원이다. 5년간 여객기를 임차한다고 가정하면 해당 기간 동안 내야 할 비용은 4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진에어 매출은 2718억원, 영업손실은 1847억원이다. 이처럼 악조건 하에서는 기재 반납을 통한 고정비 절감이 경영 합리화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진에어 측은 "향후 여객기 운영은 여건을 고려, 탄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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