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고질병인 ‘월요병’까지 날려버려 주는 토요일이었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 2회가 22.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무한도전> 최고시청률을 넘어선 수치다.

<무한도전> ‘토토가’ 2회의 전국시청률은 22.2%(이하 닐슨코리아)로 지난주(19.8%)보다 2.4%나 상승했다. 수도권 시청률은 24.9%로 소폭 높았고, 출연진들이 앙코르곡으로 터보의 ‘트위스트킹’을 함께 부르는 순간은 35.9%까지 치솟았다.

자연스럽게 평소 <무한도전>과 경쟁체제를 구축했던 프로그램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KBS2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는 7.7%,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은 9.1%의 시청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은 <무한도전>의 시청률 상승에서 그치지 않았다. 방송 직후 출연자들의 90년대 히트곡은 순식간에 각종 음원사이트를 점령했다. 이 추세는 이틀이 지난 월요일까지 이어져 엄정화의 ‘포이즌’,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쿨의 ‘애상’이 네이버뮤직 1~3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와 더불어 SES, 터보, 지누션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 3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가 전국시청률 22.2%, 순간 최고시청률 35.9%를 기록하며 방송 후에도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 MBC <무한도전> 캡처

고달픈 월요일 출근길, 직장인들도 ‘토토가’ 이야기로 월요병을 달랬다. 회사 동료와 만나자마자, 회의 시작 전에 ‘토토가’ 이야기로 한창 추억에 젖었다는 이야기들이 SNS에 번지고 있다.

특히 그들의 전성기를 함께 보낸 20대 후반에서 30대 직장인들의 소회가 남다르다. 해당 세대인 이들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세대’로 불리며 극심한 취업난과 업무강도 시달려왔다. 각종 스펙을 쌓고, 취업 후 직장에 적응하다보니 10대에 누리던 문화생활은 서랍 한편에 접어두고 가끔 꺼내보는 정도였다.

‘토토가’는 개인적으로 조용히 추억하던 90년대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면서 이들 세대가 다시 함성을 지르고 ‘오빠’를 부를 자리를 제공했다. 성인이 된 이후 90년대 콘셉트의 술집에서나 듣고 부를 수 있었던 노래가 들리고, 그때 그 가수들이 다시 무대에 나서자 이들은 20여 년 전 그때로 돌아가 모든 걱정을 날려버리고 열렬히 환영했다.

3년차 직장인 이동명(31)씨는 “취업난을 뚫고 회사에 적응하고 나니 어느덧 30대에 접어들었다. 내 청춘이 이렇게 끝났구나 하는 시점에 ‘토토가’를 보며 다시금 활력을 되찾았다”고 말했고, 이수진(30)씨는 “10년도 넘은 노래들의 가사를 무의식중에 중얼거리는 내 모습을 보며 학창시절의 추억들을 되새겨볼 수 있었다. 덕분에 친구들과 신년회도 함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무한도전> ‘토토가'는 지난주 터보, 김현정, SES에 이어 지난 3일에는 쿨, 소찬휘, 조성모, 지누션, 엄정화, 김건모 등이 출연해 90년대 히트곡을 선보였다. [미디어펜=최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