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재계가 능력 있는 여성 사외이사를 모시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이사회 다양화 추세 등 여성 인재의 필요성이 확대되면서다.

24일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업체 유니코써치의 ‘국내 100대 기업 사외현황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사외이사는 441명으로 여성 35명(7.9%), 남성 406명(92.1%)이다.

100대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가 한 명이라도 있는 곳은 30곳으로 집계됐다. 70개 기업은 여성 사외이사가 전무했다.

‘지역난방공사’는 100대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가 가장 많았다. 이 회사의 사외이사 6명 가운데 50%인 3명이 여성이었다. 이어 삼성전자, 한국전력, S-Oil도 여성 사외이사가 각 2명씩 활약 중이다. 이 중 삼성전자와 S-Oil은 사외이사 6명 중 2명(33.3%), 한전은 8명 중 2명(25%)이 여성 사외이사로 포진됐다.

이번에 조사된 100대 기업 내 여성 사외이사 35명을 살펴보면 1960년대 출생자는 21명으로 60%를 차지했고, 1970~80년대생은 9명(25.7%)으로 나타났다. 이중 교수 이력을 가진 학자 출신이 20명(57.1%)으로 가장 많았다.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올해 신규 선임되는 여성 사외이사 중에는 1960년 이후 출생한 대학 교수 중에서 이사회로 진출할 확률이 매우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기아’가 올해 주주총회에서 신규 승인할 조화순 사외이사는 1966년생으로 연세대 교수다. 현대모비스가 새로 선임한 강진아 사외이사도 1967년생으로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직을 맡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현재 카이스트 교수 타이틀을 가진 1974년생 이지윤 사외이사를 선임한 상태다. 이는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경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선진국과 비교하면 국내기업에서 여성의 이사회 진출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100대 기업에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포함한 총 이사회 인원은 모두 756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여성은 39명으로 5.2% 수준이다.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대기업 500개사로 구성된 S&P 500 지수에 들어가는 회사들의 여성 이사회 진출 비율은 지난해 기준 약 28%다. 스웨덴(24.9%), 영국 (24.5%)도 이사회에서 여성 비율은 20%대로 우리 보다 높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등 유럽 선진국은 법률 등에 여성 이사 비율을 40%까지 확대해 놓았다.

올해부터는 국내 기업의 여성 이사회 멤버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이 2조원 넘는 기업은 내년 8월부터 이사회에서 최소 1명 이상의 여성 이사를 두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150여명의 여성이 이사회에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새로운 경영 화두로 떠오르고 있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사회 멤버 중 여성 비율을 높이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여성 사외이사의 증가는 기업의 지배구조인 거버넌스를 투명하게 하고 이사회 조직 운영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기 위한 행보의 일환으로 이제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