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와 성취, 창의적 삶, 다른 사람 기쁘게 하는 삶 추구한 기적의 사람들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는 2010년부터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으로 일했던 다니엘 튜더가 한국 사회와 경제를 새로이 바라보며 썼던 저서의 제목이다. ‘Korea, The Impossible Country’라는 부제로 다니엘 튜더는 한국을 불가능한 기적을 이룬 나라라고 칭송하며, 불가능한 희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기쁨을 잃은 나라라고 칭한다.

저자는 한국에 대해 결코 만족함이 없는 나라라고 말한다. 기적과도 같은 물질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실현 불가능한 획일적 기준에 맞춰 많은 이들이 경쟁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획일적 경쟁심에 사로잡혀 결코 만족함이 없는 불행한 나라라는 지적이다.

한국은 지난 시대를 통틀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괄목할 만한 물질적 부를 이루었다. 60년 전 전쟁의 참화를 딛고,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핀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다. 나라가 태어난 지 70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 글로벌기업으로 자라난 한국의 수많은 기업들은 세계 곳곳을 누빈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를 필두로 하는 수많은 기업들은 나라의 얼굴이 되었고, 국민 개개인의 삶은 세계 어느 선진국 못잖은 풍요로움을 자랑한다.

하지만 만족함이 없는 불행한 나라라는 점에서 한국은 기쁨을 잃은 나라다. 자신의 과거에 비해 풍요로워진 현재와 미래의 전망을 뒤로 하고, 사람들은 주위의 ‘보이지 않는’ 획일적 기준을 따라가려 한다. 재벌 2, 3세가 일상생활에서 무엇 무엇을 입고 걸치느냐가 세간의 관심사로 떠오르며, 일부는 대기업에 대한 근거 없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재벌가에 대한 정체모를 분노를 토해낸다.

   
▲ 대한민국은 물질적 성공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세계 최고의 기적과도 같은 일을 해냈다. 전자업계에서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난 삼성전자가 대표적 사례다. 사진은 삼성그룹 본사의 모습. 


한국은 시장경제의 나라다. 도처에서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개인과 기업, 모든 주체들은 치열한 경쟁을 치른다. 승부사, 게임의 규칙이 자연스럽다. 야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감독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됐어”라는 말이다. 김성근 감독의 일갈은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4강까지 나아갔던 히딩크 감독의 ‘나는 아직 배고프다’, ‘Stay Hungry’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이는 소위 ‘성공’을 향한 마음가짐을 다지며 자기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당연하고 합리적인 자세다. 오히려 누구나 갖고자 권장할 만한 적극적인 삶의 태도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배고픔의 삶’, ‘만족감이 부재한 삶’은 고행이다. 물론 죽을 때까지 삶이 고행임은 사실이다. 하지만 진실은 아니다. 진실은 고행 너머의 단계에 있다. 우리나라는 기적을 이룬 나라지만 기쁨을 잃은 나라다. 사람들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적으로는 가난해졌다. 이제는 만족하면서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 불만족해야 한다. 일종의 ‘거룩한 불만족’이다.

야신 김성근 감독이 듣기 싫어하던 “이 정도면 됐어”라는 말은 정답이 아니다. “이 정도면 감사하다. 좀 더 나아지기 위해서 노력하자”라는 자세가 긍정적인 삶의 태도다. 기쁘다고 인정하는 것. 현재 삶에 만족하기 힘들지만 그럼에도 감사하는 것. 더 큰 기쁨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 밥숟갈이라도 들 힘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공부하거나 걸어 다닐 수 있는 건강이 있음에 감사하는 것. 내게 직장이 있어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이를 통해 나 또한 나의 살림에 보탬이 됨을 감사하는 것이 삶의 정답이 아닐까.

   
▲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경쟁에 놓여 있다. 2014년 최고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부산 래미안 장전' 견본주택 현장. /사진=삼성물산 


기쁨의 종류, 단계

기쁨에는 종류가 있고, 단계가 있다고 한다.

먼저 첫 번째 단계의 기쁨이다. 가장 먼저 꼽히는 기쁨의 모습은 소유, 성취의 기쁨이다. 일을 통해 돈을 모으고 투자를 해 더 큰 부를 모은다. 값지고 맛있는 음식을 사먹고 명품을 골라 갖는다. 편안한 곳에서 즐거운 여행을 하고 좋은 차와 집을 영위한다. 공부를 열심히 해 좋은 학교에 들어간다. 어려운 시험에 합격해 인정을 받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괜찮은 직장에 들어간다. 가장 원초적인 정서이지만 가장 중요한 단계다. 많은 이들이 이를 이루고자 노력하며, 상당수가 이러한 기쁨을 맛본다.

단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소유, 성취의 기쁨은 빈자나 부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매순간 느끼는 감정이다. 그런데 타인과 비교하게 되면 기쁨은 분노로 바뀐다. 기쁨과 감사가 아니라 화병과 그늘이 생긴다. 타인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주위 친구, 일가친척, 선배와 후배를 넘어서 연예계 스타, 부자와 기업가, 재벌 오너에게까지 이르는 피해망상을 보이게 된다. 소유 성취의 기쁨은 누구나 추구해야 할 당연한 것이지만, 남과 비교해서는 절대로 만족할 수 없다.

두 번째 단계의 기쁨은 ‘내 삶을 창의적으로 만드는’ 기쁨이다. 일에만 매달리던 아버지가 딸의 결혼식 때 들려줄 피아노곡을 연습한다. 기타를 치지 못하던 아주머니가 레슨을 받아 곡을 하나하나 배워나간다. 아가씨는 캘리그라피를 배워 가족들과 친척들에게 이쁜 손 글씨를 써준다. 주중에는 열심히 일하면서 뜻이 맞는 지인들과 주말 및 남는 시간에 틈틈이 연습한 후, 가슴 벅찬 뮤지컬 공연을 올린다. 틈틈이 써놓은 글로 시집을 내고 작사에 곡조를 붙여 노래를 만들기도 한다. 수제 빵과 케이크를 맛있게 만들어서 지인들과 나누는 우리 집 요리사도 멋진 일이다.

내 삶을 창의적으로 만드는 기쁨은 앞서 언급한 소유 성취의 기쁨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풍요롭고 다채롭게 만들어 가는 기쁨이다. 값진 자기성취, 자기만족의 기쁨이다. 첫 번째 단계와 더불어 두 번째 단계까지 다다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많은 이들이 노력하지만 소수만이 자신의 삶을 창의적으로 만든다.

   
▲ MBC방송연예대상에서 수상소감 발표중인 MC 유재석. /사진=MBC방송연예대상 캡처 


마지막 단계의 기쁨은 ‘나 자신, 내 일을 통해서 세상이 더 아름다워지고 사람들이 더 즐거이 기쁘도록 만드는’ 기쁨이다. 이 기쁨은 세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며, 이루기 힘들어 극소수의 사람만이 여기에 이른다.

유재석은 방송 진행을 통해 사람들에게 기쁨을 나눠준다. 유재석의 멘트와 태도로 사람들은 푸근한 웃음을 짓고 따뜻한 시선으로 출연자들을 바라본다. 함께 웃고 함께 울며 함께 무언가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사람들은 유재석의 진행에 녹아든다. 술자리든 식당이든 집안 거실이든 수백만의 사람들이 유재석을 보며 웃고 즐거워한다. 유재석은 '보는 기쁨' 그 자체다.

두 번째 경우는 가수 션이다. 션은 과거 유명한 래퍼가수였지만 지금은 기부 나눔의 상징으로 사람들에게 더 알려져 있다. 종교 여부를 떠나 션은 기부문화의 메신저로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어렵고 불편하며 배고픈 지역에 방문해 사람들의 슬픔을 나눈다. 강제적 기부가 아닌 자발적인 기부의 아름다움을 사회 곳곳에 전파한다. 션은 '나눔의 기쁨'을 대변한다.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의아할지 모르지만 기쁨의 마지막 주인공은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다. 이건희 회장이 이끈 삼성은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었고, 수없이 많은 거래와 사업 영위를 통해 수천 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삼성은 우리나라에서 사회공헌 기여도가 가장 큰 기업이기도 하다. 가장 성공적인 기업이라기보다는 가장 포용적이며 많은 이들에게 금전적인 이득을 가져다주는 기업이다. 현재 (삼성그룹이 아닌) 삼성전자의 직원 수만 해도 구글, 애플, MS를 합친 것보다 많다. 삼성그룹의 연 매출액은 310조원에 달한다. 삼성은 한국기업 누구도 걸어가지 못한 길을 나아가고 있다.

경제, 거래, 교환은 누군가 돈을 벌면 누군가 돈을 잃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서로에게 호혜적인 윈윈 게임이다. 기업은 금전적인 봉사, 섬김의 표상이다. 삼성을 일으킨 이건희 회장은 이러한 점에서 대한민국 그 누구보다도 '가장 금전적인 섬김', '금전적인 기쁨'의 주인공이다.

맺으며

우리나라는 기적을 이룬 나라지만 기쁨을 잃은 나라다. 국민들 다수는 획일적 경쟁심에 사로잡혀 만족함이 없는 불행한 삶에 스스로 갇혀 있다. 이에 대한 극복은, 만족하면서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 불만족함으로써 가능하다. 그 비결은 기쁨이다. 서로 다른 세 가지의 기쁨을 단계별로 순서대로 차분하게 추구하는 것이다. 소유 성취를 위해 노력하고, 이후에는 자신의 삶을 더욱 다채롭고 즐겁게 만들며, 마지막으로는 자신을 통해 세상 사람들이 더욱 기쁘도록 자신의 삶을 가다듬는 것이다.

사실 소유 성취를 위해 노력해서 이것만 달성해도 충분하다. 나와 상대방에 대한 너그러움, 일에 대한 몰입을 통해 단순하지만 솔직한 기쁨을 누리는 것이다. 타인과 비교하는 것은 본인만을 불행하게 만든다. 인생은 고행이지만 고행이 아니기도 하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순간의 기적을 인정하고, 앞으로의 기쁨을 누리자.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이건희 회장은 1974년 당시 삼성 계열사 이사로서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다. 1983년부터 삼성은 반도체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으며, 십 년 뒤인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한마디로 유명한 이건희의 ‘신경영’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삼성은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다. 이건희의 승부사적 리더쉽은 시장의 판도를 바꾸며 한국 제조업의 절정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