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 부는 외해(外海) 공항 특성상 운영 애로 따를 것"
"반대 활주로 이용해도 이륙 항공기, 김해 접근 항공기와 교차"
"부산시 활주로 1본안, 국제 관문 공항 역할 기대 어렵게 해"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가 안전상의 문제로 사실상 관련 사업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 로고./사진=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


2일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김해공항 안전 문제와 비효율성 해결, 국가 균형발전과 항공산업 인프라 확대를 위해 동남권 신공항 건설에 원론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정치 쟁점이 돼 감에 따라 항공안전을 위한 필수 검토 요소들이 간과될 수 있으므로 깊은 관심과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가덕도 신공항 부지에는 다수의 안전 문제가 걸려있어 신속한 추진보다는 항공산업 현장의 전문가들과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항조종사협회는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 추진 특별위원회에 민간항공조종사·관제사·공항운영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덕도 신공항은 섬을 중심으로 양쪽을 매립해 건설되는 세계 최초의 시공 사례다. 따라서 고중량 대형 항공기가 이용해야 하는 활주로의 적합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게 조종사협회 주장이다.

이들은 "세계 주요 매립 공항은 안전과 경제성을 위해 수심이 얕고 파고가 낮은 내해(內海)에 시공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는 수심이 깊은 외해(外海)에 위치해 두꺼운 높이로 매립이 이루어 질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섬을 중심으로 활주로 양끝단의 침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활주로 양단의 침하는 활주로의 구배(휘어짐)와 균열을 발생시킬 수 있으며 이 같은 현상은 항공기 최대이륙중량 약 330톤, 이륙속도 약 300km/h인 B777-300ER 기준 고중량·고속·대형 항공기 이착륙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조종사협회는 외해(外海) 공항 특성상 운영 애로가 따를 것이라는 관점을 갖고 있다. 외해는 내해와 달리 통상적으로 바람이 강해 비행안전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가덕도는 과거 다수의 태풍 경로에 있고 내해보다 강풍과 높은 파고의 영향으로 공항 피해와 운항 저해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들은 김해공항과 국내선 분리 운영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김해공항은 북쪽 산악지형으로 인해 연중 대부분 남쪽 접근경로를 이용하게 된다는 것이 조종사협회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편서풍 지역으로 통상 서풍이 강하다. 가덕도 공항의 경우 대부분 동쪽 접근경로(활주로 29방향) 이용이 예상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두 경로가 최저 관제 분리 고도 이내로 교차해 동시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게 조종사협회의 주장이다.

   
▲ 김해공항 활주로 36방향 접근경로와 가덕도 신공항 활주로 29방향 접근경로 중첩도./사진=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

조종사협회는 가덕도 신공항에서 반대 활주로를 이용할 경우에도 이륙하는 항공기가 김해에 접근하는 항공기와 교차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점도 언급했다.

   
▲ 김해공항 활주로 36방향 접근경로와 가덕도 신공항 활주로 11방향 출항경로 중첩도./사진=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


조종사협회 관계자는 "김해·가덕도 두 공항에 접근 또는 출항하는 항공기의 간격 분리를 넓혀 시차 접근과 출항을 이용해야 하며 결국 두 공항의 이착륙 가능 항공기 대수를 절반을 감소시키는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항공기 기종별 접근·출항 속도가 상이한 만큼 고도의 관제 기술이 필요하므로 비행안전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도 들었다.

부산시가 제시한 가덕도 신공항 안에 따른 활주로 1본 설치는 공항 효율성을 현저히 떨어뜨려 국제적 관문 공항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공항 효율성 증대 차원에서 이륙 전용과 착륙 전용 등 2본 활주로가 국제적인 추세라는 게 조종사협회 관계자 전언이다. 이와 같이 접근·출항 경로 중첩 탓에 가덕도 신공항에 국제선과 국내선을 동시에 운영할 경우 활주로 2본은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는 비상 시 한 개의 활주로 운영이 중단돼도 나머지 활주로로 안전한 운항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에서 비롯한다.

조종사협회는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 추진 특별위원회"에 항공안전 담보와 공항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민간항공조종사·관제사·공항운영 등 항공실무 전문가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심도 있는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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