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장한 제일모직과 삼성SDS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삼성생명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생명과 같이 상장이후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주가가 공모가 주위를 맴돌 것이라는 공포감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제일모직의 주가는 전거래일대비 4.81% 내린 13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SDS의 주가도 5.16% 떨어진 29만4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아직까지는 두 종목 주가 모두 공모가(5만3000원, 19만원)보다는 높지만 추가적인 주가하락 가능성은 열려있는 상태다.

지난 2010년 상장된 삼성생명도 공모주 청약경쟁률은 40.60대 1을 기록했고 청약증거금은 19조8444억원이 몰리는 등 보험 대장주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상장이후 주가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불과 상장 4거래일 만에 공모가 11만원을 밑도는 등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2011년 12월19일에는 7만9500원까지 떨어지면서 사상 최저가를 기록했다. 5일 장에서도 11만5500원에 마감하면서 공모가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다.

삼성생명의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았다는 지적으로 삼성SDS와 제일모직은 공모가를 낮춰서 상장했지만 향후 이들 종목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실적 등 펀더멘탈이 아닌 지배구조 개편으로 인한 수혜 가능성에 주가가 강세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제일모직의 최근결산 주당순이익(EPS) 기준 주가이익비율(PER)은 380배에 달한다. 삼성SDS도 70배 수준의 PER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도 주가에 대해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실적 등 밸류에이션을 바탕으로 주가가 상승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영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의 현재 밸류에이션만을 감안하면 시가총액 25조원 정도까지 상승할 수 있는데 이미 주가 고점에서 그 수준을 찍었다“며 “밸류에이션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상승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삼성SDS의 사례를 볼 때 고점대비 35% 수준인 12만원선에서는 다시 매수세가 들어올 수 있다”며 “긴호흡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은 다르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시장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았던 삼성SDS와는 달리 제일모직은 4분기와 올 1분기 실적 전망치를 달성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