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의 사면론, 정치 착오…지지율 기준 아니라 미래권력이 좌우”
“노 전 대통령과 달리 권리당원 자산…큰 성취 욕심 땐 달라질 수도”
“야당,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권력 소실 새로 만들어지는 중”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올해 초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거론했다가 해프닝으로 끝났다. 내막을 알고 보니 이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레임덕을 맞은 것이 아닌가 하는 ‘정치 착오’를 했고, 방책 삼아 선제적으로 사면론을 꺼냈다. 하지만 이는 레임덕을 개념적으로나 현상적으로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최근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파동,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이 불거지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해 관련 부처가 이견을 제시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권력 누수)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문 대통령의 집권 4년차 4분기 지지율은 47%로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31%, 노무현 전 대통령 12%, 이명박 전 대통령 32%, 박근혜 전 대통령 12%와 차이가 크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경기대 부총장)는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이낙연 대표의 사면론 실체를 밝히면서 “현재 문재인청와대를 레임덕 현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려는 것은 섣부른 정도가 아니라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레임덕은 단순히 지지율로 판단할 수 없고, 일시적인 내부 갈등으로도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레임덕을 결정짓는 것은 당 안팎에서 견제하는 미래권력이고, 지지율은 권력누수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일 뿐 레임덕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지금 여당 내 어떤 차기 대권주자도 문재인정부를 극복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아무도 없다. 비록 정책 노선은 다를지라도 민주당 대권주자들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문 대통령을 필요로 하고 있어 당 내부로부터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박 교수는 “여기에 야당이 너무 약하다. 선거야 말로 냉철하게 현상을 반영하는데 지금 서울시장선거 과정을 보듯이 제1 야당인 국민의힘 후보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주목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세력까지 손실됐다. 아무리 전임 대통령이 나빠도 정치세력은 유산으로 이어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정치권력이 소실돼버린 야당은 지금 새로 만들어지는 중이지만 잘 안 되고 있다. 지난 4.15총선 결과가 그 사실을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설 명절을 맞아 청와대 관저에서 축구 국가대표 지소연 선수를 비롯해 국민 8명과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20201.2.11.사진=청와대

박 교수는 “결론적으로 문 대통령의 임기 말에도 여당인 민주당이 여전히 건재하고, 여기에 문 대통령이 민주당을 장악하고 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 말 기간당원 때문에 힘들어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권리당원(기간당원의 바뀐 이름)이 자산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때문에 현재 민주당 내부로부터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기 힘든 구조다. 이런데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정말 국민이 평가할 때 문 대통령이 잘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 단임제에서 임기 말 레임덕 현상은 불가피하고, 독재정권 이후 역대 대통령이 거의 레임덕을 겪었으므로 문 대통령 역시 레임덕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레임덕이란, 한마디로 권력을 잡은 사람이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으로 안팎에서 때리기에 나서면서 국정이 마비되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 역대 대통령의 임기 말 레임덕 현상을 살펴보면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박철언’ ‘박태준’ 등에 의해 권력 내부에서 암투에 가까운 갈등을 겪었다. 여기에 ‘김영삼’이라는 미래권력이 탄생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역시 임기 말 IMF를 맞은데다 ‘이회창’이라는 미래권력에 난타 당했다. 이회창 전 총리는 대권주자 시절 당명도 바꿔서 한나라당을 탄생시켰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모두 임기 말에 아들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고, 정치세력이 분열되고, 미래권력이 등장했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4년차에 역대 대통령 임기 말 지지율 중 최저치로 평가되는 12%를 기록했다. 

박 교수는 “이때부터 임기 말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레임덕을 떠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임기 말에 같은 당의 차기 대권주자인 ‘박근혜’때문에 레임덕을 맞은 경우이다. 당시 야당 대권주자였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상대도 되지 않았다. 

그는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및 퇴진과 문재인 대통령의 등장 과정을 잘 봐야 지금의 실체가 파악된다”며 “박 전 대통령은 촛불 정국에서 완벽하게 사법적·법적·정치적으로 탄핵 당했고, 저항하는 국민에게도 버림받았다. 하지만 앞으로 더 이상 박 전 대통령과 같은 탄핵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유는 당시 새누리당이 버텼으면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될 리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아무리 5년 단임제라도 우리나라에서 레임덕이 자주 오는 이유는 정당이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미국의 경우를 보면 대통령이 아무리 실수를 하고, 국민 불만이 커도 당이 유지되고, 새로운 후보가 나오고, 현직 대통령의 임기 말 권력 누수도 크지 않다. 따라서 대통령의 레임덕이 온다는 것은 민주적 구조가 약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경기대 부총장)

그럼 문 대통령은 언제 레임덕을 맞게 될까. 박 교수는 “문 대통령이 레임덕을 맞지 않으려면 두 가지를 조심해야 한다”며 ‘큰 성취에 대한 욕심’과 ‘인사 문제’를 꼽았다.

박 교수는 “레임덕은 당내 갈등이나 미래권력 못지않게 개인의 리더십에도 달렸다”며 “문 대통령이 ‘빅 빅토리’를 원하면 실패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령 자신이 공약했던 것을 다 실천하려고 하면 안 된다. 그럴수록 반시대적 행위가 뒤따를 수 있다. 즉 사찰 등 부정행위가 나오고 야당과의 대화를 간과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큰 좌표를 찍는 업적을 구상했더라도 5년짜리로 마감지어야 한다. 그 이후를 생각해서 주춧돌만 만들면 되지 길을 닦아놓으려 하면 안된다. 북한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또한 박 교수는 “인사 문제에서도 문 대통령이 지금까지처럼 자기사람만 계속 쓰면 레임덕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사 문제는 권력을 축소시키고 왜소화시킨다. 지금까지 회전문보다 심한 ‘셔터문 인사’였다. 이미 내부로부터 반발이 나오고 있고, 그 불만은 당 내 비주류 세력으로 몰리고 있다"면서 "더 나아가 문 대통령에 대한 비방이 터져나오기 시작하면 언제든지 레임덕을 맞을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문 대통령이 실천하지 못한 공약이 통합정부에 대한 약속이다. 야합형인 공동정부와 달리 통합정부는 반대편 국민의 목소리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라며 "비록 정책적으로 반대편에 있었지만 촛불혁명에 동참했던 국민도 껴안는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무리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문 대통령이 ‘진영의 보스’이기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민주당 전체가 늘 원하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레임덕 없는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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