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TV,극강] 좌승희 박사 차별화 경제①-나비효과.발전원리.후발주자 추격
좌승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정규재TV 극강의 연속강좌를 통해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시장의 역할, 기업의 역할, 국가의 역할, 정치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관하여 강의한다. 좌승희 교수는 과거 한국경제의 성공요인과 현재 한국경제의 어려움, 근본원인과 앞으로의 과제 또한 독자들과 얘기나눌 것이다.

 

발전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삶이 나아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마차를 아무리 많이 만들어서 잇는다 해서 기차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마차를 만드는 사회와 기차를 만드는 사회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각각 비행기와 우주선을 만드는 사회 또한 마찬가지다. 이처럼 질의 변화를 통해서 사회가 전혀 다른 차원의 사회로 바뀐다. 상호 간의 매커니즘이 격동함으로써 사회가 완전히 탈바꿈하는 것이 발전이다.

발전. 마차를 만들던 사회가 30년 만에 자동차를 만들 수 있을까? 나비효과를 이해하지 못하면 현대 사회의 발전을 설명할 수 없다.

나비효과는 소위 나비날개 짓이 하나둘 씩 모이고 나비 떼의 파장이 이어지면 일종의 시너지 효과, 증폭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갈매기의 파장과 독수리의 파장까지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공기 흐름의 파장이 점차 전달되어 미국 최남단의 뉴올리언스에까지 도착하면 토네이도가 발생하기도 한다.

과학계에는 복잡계 과학이 유행이다. 복잡계 원리에 의하면 물리현상 중에 새로운 법칙이 존재한다. 최근 여러 가지 알 수 없는 현상들에 대해서는 과거의 패러다임으로는 설명이 불가해졌다. 질량보존의 법칙, 열역학 제1 법칙 이후 제2 법칙이 나오게 된다. 닫혀 있고 외부와 소통하지 않으면 점점 무질서해져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다는 말이다.

경제발전도 나비효과, 복잡계 과학과 마찬가지다. 마차를 만들던 사회가 우주선을 만들 수 있을까. 새로운 에너지가 오고 나가지 않으면 조직은 발전을 멈추고 망하게 된다. 열려있는 자세로 기업은 상대방/소비자와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고 자기에게 없던 장점을 상대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교훈이다. 이는 결혼/배우자의 경우도 동일한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어떤 나라 어떤 기업은 나비효과를 통해서 토네이도를 만들어 내지만, 다른 나라 다른 기업은 만들어 내지 못하고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게 된다. 농경사회처럼 말이다.

나와 내 가문과 지역, 국가 전체가 발전하는 방법이란 구성원들이 모두 열려있고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 미디어펜과의 신년대담 자리에서 좌승희 미디어펜 회장(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의 모습 

저차원의 사회가 고차원의 조직, 고차원의 사회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자세히 보면 재미있는 모습이 드러난다. 상호작용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더 배우는 사람이 사회 탈바꿈 과정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리더가 리더로 올라서는 과정은 상호작용을 통해서 더 성공하고 더 우수한 사람의 노하우에 무임승차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선두에 나선다. 선두에 서게 된 사람은 사회 변천을 이끌면서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된다. 그리고 다른 이의 무임승차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경제발전과 경제추격의 일반적인 과정이다.

어떤 나라가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하면 다른 나라들이 이를 따라가기 마련인데, 이는 일종의 무임승차이자 경제발전 과정 그 자체이다.

18세기까지는 중국이 가장 부유한 지역이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영국은 세계 제일의 선진국으로 올라서게 되었고, 이후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영국의 복제품이나 다름없던 미국이 세계 초강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중국이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한국의 발전을 이끌었던 박정희 대통령은 과거 군인 시절, 일본과 미국을 벤치마킹하고 배웠다. 후발자가 선발자로부터 배웠던 일종의 무임승차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다. 이를 통해 후발자(한국)가 선발자(선진국)를 뛰어넘었고 역사발전의 필연적인 과정을 보여주었다.

왜 삼성전자가 어려울까. 후발주자가 아니라 선두주자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여러 전자기업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전자업계가 삼성을 주목하고 삼성전자에 무임승차하려 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선두를 뛰어넘는 후발주자의 혁신 없이 무임승차만이 빈번해지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모범기업, 내가 본받을 만한 훌륭한 이웃이 있어야 내가 배울 수 있는데, 그럴 수 없게 된다. 발전은 없게 되고 모두가 하향평준화 된다. 농경사회처럼 말이다.

   
▲ 후발주자가 아니라 선두주자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어려워진 삼성전자. 사진은 삼성그룹 본사의 모습. 

세상의 역동성은 분명히 담보되어야 하고 이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각자가 서로가 발전하려고 하는 유인을 사회가 보장해줘야 한다. 사회는 훌륭한 문화인, 훌륭한 기업인, 훌륭한 노동자가 되고자 노력하기 위한 개인의 의지를 북돋아줘야 한다. 내가 기여한 만큼 사회가 보상을 해줘야 더 흥이 난다.

사회주의 국가가 망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회주의 국가는 서로가 노력하고 발전하려는 유인이 사라진 사회이기 때문이다. /좌승희 미디어펜 회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