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은행 통합, 외환 노조 '무기계약직의 6급 정규직 전환' 요구에 발목 

하나-외환은행간 조기통합 협상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외환은행 경영진과 외환은행 노조로 구성된 협상단이 구두상 합의를 이끌어 냈음에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로 막판 실랑이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파행을 거듭하며 대화가 멈춰선 상태다. 사용자측과 노조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당분간 진통이 예상된다.

   
▲ 하나-외환은행 통합 협상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경영진측과 외환은행 노조측이 '무기계약직의 6급 정규직 전환' 의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한채 대화가 중단된 상태다. /뉴시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하나-외환 통합 협상단은 장시간 협상에서 1차 합의문 작성에 구두합의를 이끌어 냈지만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에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외환은행 노조가 주장하는 것은 △무기계약직 전원 6급 정규직 즉시 전환 △기존 6급 정규직의 급여기준 적용 △일정기간 경과 후 전원 5급으로의 승진 등이다.

이에 하나금융측은 2000여명에 달하는 외환은행 무기계약직을 6급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겠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당장 전환은 무리한 요구임을 분명히 했다. 다만, 하나-외환은행의 통합 후 1개월 이내에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한발 양보한 상태다.

또한 하나금융 측은 외환노조에 △6급으로 전환된 정규직을 5급으로 자동승진은 불가 △6급 정규직 전환 후 급여 수준은 무기계약직 급여를 그대로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급여수준의 경우 계약직 급여를 4000만원 받았다면, 6급 정규직으로 전환되더라도 4000만원 그대로 받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무기 계약직은 학력, 경력, 스펙, 나이, 급여 등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2000여명 모두 동일하게 해달라는 것은 무기계약직 사이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며 "6급 전환 후 자동승진이 아닌 승진 심사를 거쳐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5급 승진을 시켜주겠다는 입장"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어 그는 "노조의 요구대로 6급 전환 정규직의 급여수준을 맞춰줄 경우 급여 상승분을 따졌을 때 6000억원이나 된다"며 "이는 공생하는 것이 아니라 공멸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계약직간 급여도 2000만원 가량 차이가 나고 있으며 근속 10년, 2년, 대학졸업자, 고교졸업 등 천차만별의 경우의 수가 많기 때문에 동일한 승진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더욱 기존의 6급 사원들과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으며 신규 채용에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직급 상승을 위해 승진 경쟁률이 2대1에서 10대1까지 치열해질 수 있어 기존 정규직에도 부담을 주게 되는 셈이다. 또한 정규직 전환으로 2000여명의 대졸사원을 뽑는 것과 다름없어  대학을 졸업하고 은행 취업을 희망하는 예비취업준비생의 입지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현재 경영진은 무기계약직의 통합 후 1개월 이내에 선별적 6급 정규직 전환과 정규직 전환 후 급여수준 유지, 일정기간 경과 후 별도의 승진심사를 통한 승진기회 부여 등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 = 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