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지속된 국제유가 하락세 탓에 국내 정유와 석유화학기업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져가고 있다. 새해 들어 세계 원유 시장이 연속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유가는 6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지난 2009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 극에 달하고 있는 모양새다.

   
▲ 국제유가 급락

이번 국제유가 하락은 원유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로 알려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원유 생산량 감산을 거부한 데다 심지어 수요까지 줄어들면서, 국내 관련 업계의 시름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관련 기업들은 연일 떨어지는 유가에 대응하느라 그야말로 ‘초비상’에 걸린 모습이 역력하다.

정유업계의 경우 조직개편까지 실시하며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맞서고 있다. 조직운영의 효율화를 통해 유가하락의 태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는 모습이 사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들 기업은 유가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원유 도입선의 다각화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저렴한 원유를 도입해 유가 급락에 따른 손실 폭을 최소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석유화학업계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 ‘움직임’ 만큼은 사뭇 다르다.

석유화학업계는 정유업계와 마찬가지로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국제 유가 변동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으면서도, 한층 업그레이드 된 대책을 내놓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최근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등 일부 삼성 계열사를 인수할 것을 발표한 한화가 대표적이다.

한화는 이른바 ‘한화·삼성 빅딜’로 회자되는 대통합을 통해 석유화학 사업부문 매출규모를 18조원으로 끌어올리고, 석유화학 산업에서 국내 1위의 지위에 오른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삼성 계열사 8000여명 임직원들을 ‘천군만마와도 같은 존재’라고 비유하며 회사의 명운을 건 또 한번의 큰 도약을 선언했다.

LG화학 역시 최근 조직재편을 통해 소재·재료 사업을 집중적으로 성장시킬 것을 천명했다. 다른 점은 기존 석유화학사업의 기반을 뛰어넘어 첨단소재 기술을 강화해 경쟁력을 강력하게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소재부문의 경쟁력 강화로 정면돌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유가하락에 대응하고 있는 한화와 LG화학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어떨까. 나쁜 소식에 초점을 두고 미래에 집중력 있게 대비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나쁜 소식을 먼저 듣고 수용하지 않는다면 좋은 소식은 결코 실현되지 않을 터. 이들 기업은 보다 미래지향적인 선택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경영을 실천했다는 평가다.

사실 사용 가능한 석유는 점점 고갈돼 가고 있다. 특히 우리 산업은 어떻게 하면 석유공급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을까 하는 열강들의 전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 산업은 지금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에너지 위기의 정점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기존 석유시대의 패러다임에 미련을 두고 있다가는 전 지구적인 시장변혁의 흐름에서 밀려날지도 모른다. 유가하락의 위기에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짚어 바로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선도자가 되느냐, 후발 주자가 되느냐. 그 기로에서 이번 유가하락 사태는 우리 기업에 귀중한 나침반 같은 존재가 돼 줄 것이 분명하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