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검찰이 정치적 수사" 노골적 경고…검찰총장 비호 없어 '수사 부진'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폐쇄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 조작과 증거 인멸이 조직적으로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산업부 공무원 3명의 재판이 9일 시작하지만, 청와대 윗선 등 핵심 연루자에 대한 추가 기소는 오리무중이다.

한달전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됐고,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자진 사퇴가 맞물려 '월성 원전' 수사는 '시계 제로' 상태다.

여당은 "검찰이 정치적 수사를 벌인다"며 노골적인 경고에 나섰다. 지난달 검찰 정기인사에서 대전지검 등 수사라인 검사들은 유임됐지만 검찰총장의 비호 없이 청와대 윗선에 대한 직접 수사는 힘들 것이라는게 법조계 관측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후임 총장을 인선한 후 검찰 간부인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사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검찰 특성상 수사팀이 복지부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 백운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17년 10월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현안 보고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단 9일 열리는 공무원 3명의 1심공판준비기일에서 윗선에 대한 증인 신청 여부를 가리게 되는데, 이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기소 대상이자 증인 신청 후보군은 당시 장관으로 있던 백운규 전 장관을 비롯해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낸 채희봉 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청와대에서 에너지전환정책TF팀을 이끌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 문미옥 청와대 전 과학기술보좌관(현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산업정책비서관실 A모 행정관, 기후환경비서관실 B모 행정관, 김혜애 전 기후환경비서관 등이 꼽힌다.

관건은 수사팀의 수사 의지와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의 유무다.

앞서 '윤 전 총장 사퇴로 수사 동력이 약화된다'는 우려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대전지검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크게 드릴 말씀이 없다"며 "현재 진행 중인 월성 원전 의혹 수사는 수사팀이 더욱 더 철저히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모킹건 또한 불분명하다. 지난해 11월 수사팀은 한수원·한국가스공사·산업부 관계자들 핸드폰을 압수수색하면서 청와대 관련 물증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달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심사에서는 그 물증이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방청에 근무하는 한 현직 부장검사는 9일 본보 취재에 "인사를 빙자한 수사팀 해체나 마찬가지"라며 "물갈이가 이루어지고 나면 월성 원전 사건을 비롯해 권력 수사 전부가 딮힐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자발적으로 원전 조기 폐쇄를 결정한 것처럼 청와대와 산업부가 연출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며 "전체적인 지시·보고가 청와대를 정점으로 삼지 않았다면 그렇게 일사천리로 마무리 되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까지 수사 과정이나 재판에 들어가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사실상 꼬리자르기로 보인다. 재판은 윗선이라는 핵심 알맹이 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손발이 되어 움직인 공무원은 있는데 그 윗선이 누구인지 모르고 밝혀내지 못한다? 섣불리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담당 수사팀인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는 혐의를 인정한 산업부 공무원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2명을 구속시켰다.

수사팀이 남은 시간동안 윗선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추가 (불구속) 기소할지, 아니면 수사 자체를 보류할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