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여전한 인물난으로 안갯속 미래
윤석열, 별의 순간 맞아 '메시지'에 무게감
[미디어펜=조성완 기자]차기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둔 9일, 보수야권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후보군들이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가운데, 사퇴 후 정계 진출 가능성을 시사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여론조사에서 단숨에 1위로 올라서며 경쟁력을 과시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이 정반대의 상황을 맞이하면서 4·7 재보궐선거 이후 정국 방향에 따라 새판이 짜여질 가능성이 거론될 정도다.

국민의힘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인물난이다.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신선함이나 본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구나 이같은 인물난이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라 1년여 넘는 시간 동안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게 더욱 고민이다.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차기 대선 여론조사를 볼수록 국민의힘은 점점 존재감이 희미해져 가고 있다”면서 “정권 교체의 열망을 담아낼 후보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수권정당을 목표로 하는 공당으로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국민의힘 제공

현재 국민의힘 안팎에서 가장 움직임이 활발한 대권주자는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 홍준표 무소속 의원 정도다. 

‘경제통’인 유 전 의원은 최근 각종 언론과 SNS를 통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으며, 홍 의원은 특유의 ‘직설’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원 지사 역시 활발한 SNS 활동을 통해 주요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거기까지다. 각종 여론조사에 한자릿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확장성에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당 내에서는 본격적인 대선 분위기가 시작되면 여론이 움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판을 흔들 마땅한 묘수가 부족한 것도 현실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낮은 지지율로 밑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와 대권을 거머쥔 사례는 극히 드물다”면서 “더구나 1년여 남은 이 시점에서 아직 한자릿수 지지율이라는 점은 당과 대권주자 모두에게 뼈 아픈 현실”이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이에 따라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따라 보수야권의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23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 8일 공개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 윤 전 총장이 32.4%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월22일 실시한 KSOI의 동일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무려 17.8%p 상승한 수치다. 

리얼미터가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6~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 이날 공개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도 윤 전 총장이 28.3%로 1위였다.

   
▲ 3월 4일 전격적으로 사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대검찰청 제공

윤 전 총장이 정계 진출을 가능성을 시사했고, 경쟁력을 입증한 만큼 정치적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다만 자신의 사퇴를 두고 여권이 ‘정치적’이란 비판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당장 정치권에 뛰어들기보다는 기성정치권과 거리를 둔 채 ‘현안 메시지’를 통해 존재감을 유지하며 지지율 관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이 사퇴 후 처음 낸 메시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이라는 점도 이같은 분석에 무게를 실어준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더라도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통해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것만으로도 야권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도 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정치인에게 높은 지지율은 가장 큰 무기”라면서 “더구나 선두권 경쟁을 하는 대권주자의 메시지는 그 무게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제 야권은 윤 전 총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신경써야 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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