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가 7개월 간 기울여온 노력이 결국 물거품이 됐다. 최근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잠정합의안을 극적으로 마련됐지만 결국 조합원들이 이에 등을 돌리면서 업계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 현대중공업 노사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

현대중공업 노조는 7일 울산 본사 사내 체육관 등 전국 19개 투표소를 마련해 전체 조합원 1만6762명을 대상으로 잠정합의안 수용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투표자 대비 66.47%의 반대로 결국 부결됐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진행된 투표에는 조합원 1만5632명(93.26%)이 이날 투표에 참여했다.오후 개표 결과 찬성 5183표(33.16%), 반대 1만390표(66.47%), 무효 58표(0.37%), 기권 1표(0.01%)로 각각 집계됐다.

조합원 찬반투표가 부결되면서 노사의 임단협 재교섭이 불가피해졌다. 노조는 향후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교섭위원을 재선출하는 등 세부 일정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찬반투표 부결에 사측은 안타까움을 감주치 못하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 회사를 조합원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업계불황에 맞물려 수주부진 등으로 2분기와 3분기에 걸쳐 총 3조2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내는 등 경영위기 상황에 놓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긴급 투입돼, 지난해 연말 임단협 협상에서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던 권오갑 사장의 노력도 유명무실해졌다. 취임 이후 조직개편, 고강도 구조조정 등 개혁을 위해 힘써던 권 사장의 행보가 결실을 맺지 못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그동안 회사는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노력을 다했다”며 “조합원들이 이러한 상황을 헤아려주지 않은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5월 14일 임단협 상견례 이후 7개월여 70여차례에 걸친 교섭 끝에 구랍 31일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4차례에 걸쳐 부분파업을 단행하기도 해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3만7000원(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인상을 비롯해 △격려금 150%(주식으로 지급)+200만원 지급 △직무환경수당 1만원 인상 △상품권 20만원 지급 △상여금 700%를 통상임금에 포함 △특별휴무(2015년 2월 23일) 등을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잠정합의안의 세부 내용이 알려지면서 노조 홈페이지와 일부 현장조직들 사이에서 부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결국 조합원들은 잠정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한편 이번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임금수준이 다른 기업보다 높은 점, 최고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 등이 알려지면서 업계의 따가운 눈총을 사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근로자 평균 근속연수는 18년, 평균 연봉은 7200만원에 달한다. 더불어 직원 자녀들의 학자금으로 연간 700여억원이 지급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임단협 부결에 대해 “현실적으로 노조 측이 요구하는 사항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지만, 잇단 영업손실에 따른 경영위기 상황에서 노사 대립이 장기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