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투자 의욕 감퇴 성장 발목…작은 정부·시장경제 원리 따라야

2015년 새로운 한 해의 시작과 함께 자유경제원은 ‘도약’을 이야기하는 신년토론회를 개최했다. 6일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자유경제원은 <2015, 대한민국 어떻게 도약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자유주의·정체성·경제 세 영역의 바로세우기를 꾀했다. 전문가들의 여러 논의와 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참석자들은 2015년 퇴보도 안주도 아닌 도약을 이야기했다.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가, 무엇을 향해야 하는가 등의 많은 말들이 오고 갔다. 아래 글은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이 발표한 토론문이다.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기로에 선 한국경제,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의 2015년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3.7%로 발표했다. IMF에서 발표한 세계 경제성장률 3.8%보다 0.1%포인트 낮은 수치이다. 다른 기관에서도 비슷한 전망들을 내놓고 있다. 앞으로 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는 분석보다 위기가능성과 추락을 말하는 분석들이 많다. 이러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경환 경제팀이 시행하는 경제정책, 일명 ‘초이노믹스’가 진행되고 있지만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점점 하락하고 경제는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침체하는 한국경제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2008 미국 발 금융위기와 2010 유럽 발 금융위기로 인해 상처를 입은 세계경제에 또 다른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원유가격이 지난 6월 고점대비 50% 가량 급락하면서 월가의 회사채시장은 요동치고 있고 재무제표가 튼실했던 기업들도 등급이 하락하고 있다. 신용상품이 저유가로 인해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고유가에 의존했던 러시아경제가 큰 타격을 입으면서 루블화가 폭락해 러시아發 금융위기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 2000~2012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추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거기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엄청난 부채폭탄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가계부채는 2013년 말 1058조1000억원을 기록하였고, 대출은 더욱 더 증가하여 2014년에는 1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가계부채만 문제가 아니다. 2013년 말 국가부채도 1058조원에 달했다. 방만한 공기업 경영과 무리한 국가사업으로 인해 부채가 급증한 것이다. 2013년 말 기준, 모든 부채를 합하면 우리나라 총 부채 규모는 4507조2000억원 수준이다. 정부의 한 해 예산의 10배를 넘는 수준까지 커진 것이다.

   
▲ 2011~2013년 한국 부채 총액 추이 (단위: 조 원)

한국경제가 추진력을 잃어가는 동안 신흥국들은 한국을 재빠른 속도로 뒤쫓고 있다. 중국에서 샤오미 등 저가 스마트폰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철강, 조선 등 우리나라 핵심 분야의 주력기업도 위기를 맞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한국경제는 좀처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성장잠재력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경제민주화’와 ‘무상복지’에 빠져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평등논리의 광풍이 불면서 성장보다는 분배에 초점을 맞추고, 국민정서를 핑계로 낭비적 재정지출을 야기하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정치적 이유로 등장했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이후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법들을 제정했다. 그런 논란 속에서 ‘징벌적 손해 배상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일감몰아주기 과세’,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경제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법률이 이어졌다. 이러한 결과, 기업들이 활기차게 움직일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기업의 투자의욕은 감퇴하였다.

경제 도약의 길

한국경제는 박정희 정부 시절 개방화와 경쟁정책을 통해 산업화의 도약을 이뤘다. 세계시장을 상대로 경쟁을 했고, 무한경쟁을 이겨낸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업의 경쟁력이 우리 경제의 수준을 높였다.

우리 경제는 1980년대 후반부터 민주화를 앞세운 노동세력과 비판세력에 의해 점차 성장동력이 줄어들었다. 기업의 활동을 억압하는 반시장적 정책들이 만들어졌으며, 경쟁보다는 보호정책들이 늘어났다. 정부는 민간에 대한 간섭과 통제에 집중하면서 정부 스스로 함정에 빠졌다.

다시 도약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시장경제원리에 충실해야 한다. 경제자유 수준을 높이는 것이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을 위한 길이다.

   
▲ 자유경제원이 6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2015년 대한민국 도약 어떻게 하나' 신년토론회 모습.

첫째, 작은 정부로의 전환이다. 점차 큰 정부로 변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지출과 보조금을 줄여 나가야 한다. 민간이 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의 활동을 줄이고 공기업을 민영화하여야 한다. 예산 범위 내에서 지출하는 재정건전성을 확보해 세금이 늘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법치의 증진이다. 사람의 자유로운 활동과 재산 그리고 계약을 보호해야 한다.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예외없이 처벌하여야 하며, 신용을 중시하는 성숙한 문화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여야 한다.

셋째, 개방화 수준을 높이는 노력이다.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개방적인 무역환경을 조성하고 자본과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

넷째, 통화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정부의 자의적인 통화정책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책리스크를 제거하여야 한다. 행정을 통해 가격을 통제하고 물가안정을 도모하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시장 기능의 원활화이다. 시장의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도록 해야 한다. 진입장벽과 퇴출장벽의 역할을 하는 보조금 정책과 인허가 제도를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시장의 가격기능이 작동할 수 있도록 규제를 통한 관치 방식을 해소해야 한다. 특히 금융, 노동, 기업 분야에 대한 규제 해소가 필수적이다.

한국경제가 다시 성장할 수 있는 해법

한국경제가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제 전반에 존재하는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경제성장을 위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더 이상 구조개혁을 미루거나 지체하면 한국경제는 일본처럼 장기간 경제 침체기를 맞을 수 있다. 박근혜 정부도 이를 인식하여 골든타임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지금이 바로 개혁을 통해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뜻이다. 한국경제는 구조개혁을 외면해서는 안되는 결정적 시기에 직면해 있다. 기업들도 부실한 부문을 털어내고 다시 ‘선택과 집중’의 사업조정을 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다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해법에 충실해야 한다.

첫째, 정부지출을 예산 범위 내로 줄이고 공기업 부채를 해소하여 재정건전성을 높여야 한다. 경제위기라며 무리하게 재정지출을 늘리는 일은 장기적으로 재정파탄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무리한 예산 증가가 해법은 아니다. 중앙정부의 국책사업도 엄격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여 세금이 함부로 낭비되는 상황을 지양하고 쓸데없는 부채가 생기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입 내 지출 원칙을 지켜야 한다. 예를 들어 Pay-go 제도를 도입해 중앙 및 각 지방 정부에 책임을 지게 하여 마구잡이로 진행되는 사업들을 스스로 제한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을 경계해야 한다.

둘째, 부채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급격히 증가하는 정부 부채와 민간 부채 모두 우려된다. 부채를 통해 경상비를 조달하는 방식으로 연명하는 경제는 그 끝이 좋을 수 없다. 부채경제로 몰락하지 않도록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가계든 정부든 공기업이든 살림살이가 어려우면 허리띠를 꽉 조이고 수입에 맞게 살아야 한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앞으로 닥쳐올 세계경제 위기를 고려한다면 건전성 유지는 필수적이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초이노믹스는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과세방안을 내세워 기업들의 투자위축과 국민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셋째, 부실기업들을 정리해야한다. 기업들은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구조조정하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충실해야 한다. 기업의 세계에서 경영사정이 어려워지면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 미루면 위기 시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자영업, 중소기업, 대기업 모두 예외가 아니다. 삼성그룹이 화학·방위산업 계열사 4곳을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위기에 앞서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장려해야 한다. 위기가 닥쳤을 때는 이미 늦을 수 있다.

정부가 관여하고 간섭하는 분야의 기업들은 정치적 유착관계를 통해 구조조정을 외면하려 한다. 보조금이나 지원정책으로 인해 유지되는 일명 ‘좀비 기업들’이다. ‘좀비 기업’은 한 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으면서 정부의 금융지원으로 겨우겨우 버티는 기업들을 의미한다. 정상적인 시장메커니즘이 작동했으면 이러한 기업들은 진작 퇴출되었을 것이고, 이들이 사용한 자본과 자원들은 새로운 기업이나 성공한 기업에게 이전되어 우리 경제에 활력을 줬을 것이다.

이러한 좀비 기업들의 비중은 2010년 13%에서 작년 15.6%로 증가했다. 좀비 기업들에 대한 전면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장기침체와 위기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좀비 기업들을 계속 지원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경제 활력을 줄이는 길이다. 정부는 각종 지원제도와 보조금을 폐지하거나 개혁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넷째, 노동시장에 대한 유연성을 제고해야한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은 상당히 경직되어 있다. 자유경제지수를 보면 한국의 노동시장 자유지수는 4.7점으로 134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은 9.0으로 3위, 영국은 8.3으로 17위이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경직성이 높은 이유는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와 근로관련 과도한 규제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의 규정들이 지나치게 노동시장의 자율적 선택과 기능을 억압하고 통제하고 있는 상태이며, 강성노조들은 노동현장을 ‘고비용, 저효율’ 상태로 만들었다. 그 결과 기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려 신흥국에 투자를 늘려왔고 공장을 이전시켰다. 우리나라에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가 기본조건이다.

다섯째, 규제개혁이다. 규제는 시장의 경직성을 불러온다. 규제는 경제주체들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제활동 하는 것을 막는 장벽이다. 자유로운 기업 활동이 있어야만 새로운 기업과 산업이 등장해 경제성장이 원활히 이루어진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규제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규제혁파를 외치며 끝장토론까지 열었지만 그 결실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규제개혁포털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08년에는 총 1만1625개였던 규제가 2013년에는 1만5064개로 오히려 증가했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기업이 이끌어 나간다는 사실을 망각한 국회가 기업의 활동을 억제하는 규제를 늘려왔다. 우리 사회를 장기간 저성장으로 추락시킨 대못 규제들이 있다. 수도권 규제, 토지 규제, 농업 규제, 서비스산업(금융, 교육, 의료 등) 규제, 노동 규제, 대기업 규제 등이다. 규제개혁에 정치권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느냐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달라질 것이다.

경제성장을 위해 경쟁압력을 높여야

다들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서 정부는 기업들에게 투자하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투자의 주체는 기업이고 그 결과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다. 무작정 기업에게 투자를 하라고 강요한다고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면 투자는 일어나지 않는다.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해줘야 기업들이 비로소 투자를 늘릴 것이다.

경제가 발전했다고 해서 성장률이 낮을 이유는 없다. 문제점을 개선하면 성장률은 높아진다. 싱가포르는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경제에 충실한 제도는 새로운 투자를 부른다. 우리 사회에도 성공 사례가 있다. 바로 제주도가 그 예이다. 제주도를 제주국제자유도시로 지정해 첨단과학기술단지, 해양복합레저단지, 국제문화 복합단지 등 다양한 사업을 실시하고 외국인 투자 자본을 유치해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은 그 만큼 투자환경이 개선된 것에 힘입은 바 크다.

경제성장은 언제나 기업들이 이끌어 왔다. 시장논리를 무시한 정부 주도의 투자나 지원은 성공하기 어렵다.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성공하는 기업이 많은 국가가 곧 강대국이며, 강한 기업이 많은 나라는 기업 간 자유로운 경쟁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한민국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불황을 떨쳐내고, 국민소득 3만 달러로 진입하기 위해서 국가는 기업이 자
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기업은 기업 간 경쟁을 통해 성장을 제고해야 한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