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중요성 공감, 준비는 부족
투명한 부의 상속 가능토록 세제상 혜택 등 제도 지원 필요

미디어펜=김재현기자 웰-다잉(well-dying). 베이비부머 세대가 정년을 맞아 노후준비와 함께 중요하게 부각되는 아름다운 마지막을 위한 준비를 말한다. 각 개인들이 일생동안 형성시킨 자산을 죽음과 함께 배우자나 자녀, 형제·자매 등에게 물려줘야 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산을 물려주는 부모세대가 생전에 축적한 자산을 분쟁없이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물려주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상속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지만 준비는 미흡했으며 역시 세금 문제가 걱정이었다.

   
▲ 베이비붐 세대들의 노후준비를 지원하기 위한 국민연금공단의 '베이비부머 은퇴설계 콘서트'에 참석자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뉴시스
8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상속 및 상속형 신탁상품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상속자산 규모는 약 64조원으로 추정된다. 축적된 부의 규모 증가, 사망인구 등을 반영한 과거 5년 평균 데이터를 활용해보니 오는 2020년 이와 관련한 자산은 약 108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속세와 증여세 규모는 지난 2005년 약 2조1000억원에서 2012년 약 5조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소득이 높은 소득 5분위 가구주의 연령별 가구소득은 60세 이상 고연령층이 1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상속 관련 분쟁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관련 소송건수도 2012년 기준 2005년 보다 35.7% 증가했다.

전체 상속에서 부동산(토지+건물) 비중은 증가하고 전체 증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했다. 부동산 상속비중의 경우 2015년 59.3%에서 2012년에는 63.3%로 늘어난 반면, 부동산 증여비중은 같은기간 64.5%에서 44.7% 줄었다.

이는 평균 수명 증가로 노후 대비를 위해 점차 부동산을 증여하기 보다 사후시점까지 보유하고 있다가 상속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동산의 가치 상승에 대한 회의적 시간이 반영된 것이다.

정부도 국내 인구의 고령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판단하고 지난해 세법개정에서 가업상속 공제제도와 관련해 일부 요건을 완화시켜 중소기업들의 가업 승계 관련 애소사항을 반영하는 추세다. 실제 2011년 가업 상속을 하고 있거나 준비 중인 기업이 19만5000여개에 달했지만 실제 공제혜택을 본 기업은 58개(2012년)에 불과했다.

가업상속 공제제도의 개선된 점을 보면, 매출액의 경우 기존 2000억원에서 3000억원 미만으로 대상폭을 늘렸으며 공제율도 70%에서 100%로 확대했다. 공제한도도 최대 500억원으로 기존 3000억원보다 200억원 상향시켰다. 

개인 증여재산 공제 한도금액도 인상됐다. 배우자는  동일(6억원)하지만 성인자녀는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미성년자녀일때는 1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확대됐다.

그렇다면 상속 준비는 제대로 되고 있을까. 상속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준비는 미흡했다.

상속과 증여에 대해 구체적으로 방법을 알아본 응답자는 12%에 불과했다. 이같은 이유로는 보유자산이 많지 않고 아직 젊고 건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계기는 '나이가 들어서(76.9%)'가 압도적이었다. '세금문제(55.1%)', '자녀가 자산관리를 더 잘할 것(46.2%)', '본인 건강 악화(20.5%)', '자산규모의 갑작스러운 변화(13.5%)', '이혼·재혼 등 가족문제(5.8%)' 등이 뒤를 이었다.

자산승계 시기는 '일부 증여·일부 상속'을 선택한 비중이 46.0%로 가장 높았다. '전부 사후 상속'을 선택한 응답자도 40.0%로 높게 조사됐다. 일부 증여를 먼저 생각하고 있는 응답자들은 유언장 작성(68.1%)을 통해 자산승계를 준비할 계획이었다. 전부 상속을 생각하는 응답자들은 유언장 작성은 계획하지 않고 있는 것(60.8%)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보유 자산규모가 클수록 세제인식 수준이 높았다. 50대가 상대적으로 다른 세대보다 세금에 대해 잘 알고 있었으며 50대 응답자들이 보유 자산의 승계 방법에 대해 세금 수준을 고려한 결정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경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비교적 보유 자산규모가 큰 경우 현재 자녀의 경제상황에 도움을 주고 비용절감을 위해 일부 증여를 고려하고 있다"며 "자산규모가 적은 경우 스스로 노후자금 관리를 하고 본인에 대한 관심이 낮아질 것을 우려해 전부 사후 상속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편, 증여 및 상속과 관련된 은행의 신탁 상품인 상속형 신탁(유언대용신탁, 수익자연속신탁 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3%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응답자가 전혀 들어본 적 없거나, 들어보았더라도 내용을 자세히 알고 있지 못해 일반인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매우 낮았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인지한 후에도 수수료 부담, 본인에게 특별히 필요치 않음 등의 이유로 신탁을 활용하는데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으로 나타났다. 이는 계약자 본인 자산의 생전, 사후관리 용이, 다양한 상속설계의 장점 등 유언으로의 신탁 활용 이점이 신탁을 이용할 만큼 장점으로 부각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수석연구원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고 수수료를 납부하는데 익숙하지 않아 수수료 수준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여겨진다"며 "상속형 신탁을 활성화 시키고, 투명한 부의 상속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세제상 혜택 등의 제도적 차원의 지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정식 하나은행 신탁부 팀장은 "신탁을 활용한 상속은 상속설계부터 자산의 관리, 이전 단계별로 객관적이고 투명한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방식으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많은 가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