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공신력 하락·국민 혼동 가능성…주총 안건 내지 말아달라"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하는 구본준 고문의 신설 지주사가 새 사명을 'LX'로 정한 것과 관련, 10년째 영문약칭 'LX'를 사용해온 한국국토정보공사가 대응에 나섰다.

   
▲ 한국국토정보공사(LX) 로고./사진=한국국토정보공사


12일 한국국토정보공사는 지난 9일 특허청에 'LX' 관련 상표 12건을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LG그룹이 신설지주 LX홀딩스를 사명으로 결정한 이달 초부터 특허청에 'LX'·'LX하우시스'·'LX MMA' 등 100건이 넘는 상표를 등록한 것에 대한 맞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한국국토정보공사는 2012년부터 'LX'를 기업 이미지(CI, Corporate Identity)로 정해 10년째 영문 약칭으로 사용해오고 있다. 사업명·간행물 등 대외 자료에서는 'LX'를 줄곧 써왔다. 이에 공사는 LG 신설지주가 새 사명으로 LX로 정했다는 소식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한국국토정보공사는 지적측량 등 국가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준정부 기관"이라며 "민간 기업 LG그룹이 'LX'를 사용할 경우 공사 공신력 하락과 국민 혼동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LG 측에 당 공사의 우려를 전해 'LX' 사명 사용 안건을 정기 주주총회에 올리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상태"라며 "특허청에도 선출원 유사성을 강조해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국토 지적(地籍)측량을 담당한다. 공사는 'LX'의 'L'이 국토(Land)와 장소(Location)를, 'X'는 전문가(Expert), 탐험가(Explorer)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상표법에 따르면 'LX'와 같이 알파벳 두 자(字)로 이뤄진 간단한 표장은 문자 자체만으로는 상표로 등록할 수 없도록 규정 돼 있다. 도형이나 독특한 필체 등 이미지를 더해 식별력을 갖춰야 상표가 될 수 있다. 공사는 지금껏 'LX 한국국토정보공사'로만 상표등록을 해왔다. 그러나 LG 측에서 'LX'를 이미지 상표로 출원하자 공사도 뒤늦게 자사 CI 'LX' 이미지를 상표로 출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LG그룹에서는 경영권을 장자가 승계하고 다른 가족 일원은 계열분리 하는 전통에 따라 LIG그룹과 GS그룹, LS그룹, LF 등이 분리 독립했다.

   
▲ 이달 말 LG그룹 정기 주주총회에서 계열 분리 될 LX그룹 로고./사진=한국특허정보원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삼촌 구본준 고문은 오는 5월 'LX홀딩스'를 설립하고, LG상사·실리콘웍스·LG하우시스 등 5개사와 계열 분리한다. 기존 LG상사는 'LX글로벌'로, LG계열 반도체 설계회사인 실리콘웍스는 'LX세미콘'으로 사명을 변경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LG그룹 관계자는 "LX 상표 사용 가능 여부에 대해 출원 전 충분히 검토한만큼 법적 이슈는 없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음주 중 한국국토정보공사 측과 만나 LX 상표 사용에 관한 건설적인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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