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눈치 보는 국회…국민이 원하는 개혁 첫 단추부터 잘못 꿴 듯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

2014년 공무원연금개혁을 둘러싼 국회 내외부의 진통에 이어 이제는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가 발족했다. 여야는 대타협기구를 통해 본격적인 연금 개혁 논의에 들어간다.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이하 대타협기구)의 인적 구성은 다음과 같다. 여야 추천 인사 각 6인씩, 정부 소관부서장의 지명인사 4인, 공무원연금 가입자 소속 4인으로 구성된 20인이다. 대의민주제라는 지금의 민주주의 체제 아래에서 합리적인 구성이다.

현 공무원연금의 적자재정은 국민세금을 통해 보전된다. 국민세금이 들어가기에 부족한 돈을 내어주는 입장인 국민들의 의사는 공무원연금개혁에 반영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 추천인사가 20인 중 12인을 점유한 것은 바람직하다. 한편 공무원연금을 관리하는 주무부서에서 4인을 추천하고 공무원연금의 납부 당사자이자 수혜자인 공무원들 본인이 직접 4인 들어간 점 또한 소수 의견을 경청한다는 민주주의 이치에 맞다.

이처럼 20인으로 구성된 대타협기구는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합의안을 도출하려는 모임이다. 금일 오후 2시에 전체회의를 연다. 대타협기구는 법적구속력을 갖고 있는 단체는 아니지만, 팽팽한 찬반 의결보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식물국회식 합의가 만연한 국회에서는 매우 큰 영향력을 발휘할 조직이다. 여야 간사는 대타협기구에서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이 최상의 방책이며, 입법권을 가진 국회특위가 이를 그대로 수용할 것이라며 입을 모은다.

   
 ▲ 공무원연금 및 사자방 국정조사 등의 논의를 위한 여야 대표·원내대표 회동이 2014년 12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렸다. 여야 지도부가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 우윤근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문제는 여야 국회의원 및 국회 추천인사

대타협기구의 구성원 20인 중 몇몇 인사는 입장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공무원연금의 적자재정, 재정건전성을 살펴야 할 정부 소관부서장의 지명인사들은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개혁안에 관해 호의적인 입장일 것이다. 반면 연금개혁에 대해 99%의 반대율을 자랑하는 공무원연금 가입 당사자 단체의 추천인사 4인은 기존 공무원연금제도의 존속만을 바라고 있다.

문제는 대타협기구에 참여하는 여야 국회의원 및 국회 추천인사 12인이다. 간사를 맡은 새누리당의 조원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공투본의 여러 가지 요구사항에 대해서 충분히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연금개혁이 거론된 작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전공노, 공투본 등 공무원의 입장만 그대로 대변해왔다.

여야 각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공무원의 의사를 대표하는 자인가?”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변한다. 지역구 의원이든 비례대표 의원이든 5천만 국민을 대신해서 의정 의사표결에 임하는 자리다. 헌법에서도 국회의원은 사익, 지역의 이익, 이익단체의 이익이 아니라 국익을 추구해야 하는 자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왜 국회의원 및 여야의 추천인사들은 5천만 민의가 아닌 160만 공무원의 의사를 반영하려 할까.

공무원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며, 투표에 개입할 수 없다. 이는 전공노 공투본 등 공무원집단 전체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무엇이 두렵길래 공무원들의 눈치를 보는지 의문이다. 160만 명의 공무원집단이 들고 일어나면 당신의 금뱃지가 위험한가? 필자로선 알 수 없는 일이다.

공무원연금의 갑은 국민, 을은 공무원임을 명심해야

공무원연금의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는 국민들은 ‘우리도 살기 힘들다. 그런데 안정적이고 나름 잘 지내는 공무원들에게 우리 세금이 왜 들어가야 하지’라고 여기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일종의 피라미드 구조인 공무원연금 재정체계는 후배세대 공무원은 물론 국민이 내는 세금이 공무원연금의 재원으로 쓰인다. 공무원연금 운용에 있어서 국민은 부족한 돈을 대는 격이며, 시민의 피땀 어린 세금으로 공무원의 노후가 보장된다.

공무원 업무 수행에 대한 보상은 시장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나라 살림, 국민의 세금에 기초하여 주어진다. 이 때문에 공무원의 근로조건과 임금대우는 국민에 의한 정치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 공무원연금의 돈을 공무원 스스로 알아서 충당하면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부족한 돈을 국민이 내고 있기에 국민의 목소리가 절대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공무원연금개혁에 있어 공무원은 갑이 아닌 을이다.

   
 ▲ 2014년 12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공무원연금개혁 국민운동본부,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연내 공무원연금 개혁안 통과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타협기구의 근본적인 한계

대타협기구는 공무원연금개혁을 이루어서 적자재정을 개선하고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공무원연금 수혜 당사자인 공무원집단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있다.

공무원연금개혁을 추진하거나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공무원들의 욕설과 비토는 기본으로 따라온다. 공무원들이 이익집단으로 변모하는 순간이다. 국익, 미래세대를 위한 양보, 연금재정의 지속가능성, 인구구조 노령화에 대한 고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은 안중에도 없이 공무원들은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99%의 연금개혁 반대의사는 이를 증명하고 있다.

수천만 국민을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들은 백만 공무원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야당은 애초부터 공무원을 위하겠다며 외치고, 여당 간사라는 자는 공무원집단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공언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기보다 분노를 금치 못하겠다.

대타협기구라는 말은 아깝다. 대타협기구라고 부르기보다 대야합기구라고 부르라. 섣부른 속단은 금물이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을 살펴보면,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는 국민이 아니라 공무원의 이익만을 충실히 지켜주는 여야 간의 야합 모임이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