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본 핵심업종투자 사전신고제 도입 정부차원 대응력 확보 요구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최근 일본이 핵심기술 유출 방어 및 기간산업 보호를 위해 해외자본의 국내 주식취득 관련 사전신고제도를 강화한 반면 한국은 기간산업 보호 관련 제도가 미흡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에게 의뢰한 '국가기간산업 보호를 위한 외국인투자 규제 - 일본 사례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14일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2019년~2020년 외국인투자자의 상장사 등의 일본기업 주식 취득 등에 관한 사전신고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방향으로 '외국환 및 외국무역법(이하 외환법)' 정령 및 고시를 대폭 개정했다. 국가안정 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력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 현대자동차 아산 공장 /사진=현대차 제공

우선 2020년 5월부터 사전신고 대상이 되는 주식취득비율 기준을 기존의 10%에서 1%로 강화했다. 둘째, 사전신고 대상업종을 확대했다. 당초 대상업종은 국가안전, 공중질서, 국가경제 원활한 운영 등을 위해 관리가 필요한 업종으로 항공기, 원자력, 전기·가스, 통신·방송, 항공운수 등을 포함했다.

이 법의 고시를 개정해 2019년 8월부터 안전보장 상 중요한 기술유출 및 국가 방위생산·기술기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집적회로 제조업 등을 대상업종에 추가했다. 이 법은 해외자본의 신고 없는 투자 또는 투자 변경·중지명령 위반에 대해 해당 주식 매각 등을 명령할 수 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2020년 7월 기준 전체 상장기업(3822개사)의 56.5%가 사전신고 대상에 해당한다. 도요타·혼다 등 자동차회사, 소니·도시바·샤프 등 전자회사 등 대표기업뿐만 아니라 배달 앱인 데마에칸과 목욕탕 체인인 고쿠라쿠유홀딩스 등도 자회사 등의 업무연관성으로 신고대상에 포함됐다.

한편 일본 재무성은 이 같은 외환법 개정이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국가안정 훼손 등의 우려가 적은 투자에 대해 ‘사전면제제도’를 마련해 제도를 보완했다. 구체적으로는 국부펀드와 같은 금융기관 및 펀드에 대한 ‘포괄면제제도’, 금융기관 이외의 투자자에 대한 ‘일반면제제도’를 도입해, 주주제안 및 임원선임 등 주주행동주의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주식취득비율 10%까지 사전신고 의무를 면제하도록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구 선진국 역시 해외자본의 국내투자 규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2020년 2월부터 '외국인 투자 위험 심사 현대화 법(FIRRMA)'을 전면 시행했다. EU는 회원국 수준에서의 외자 규제를 강화한데다, 2020년 10월부터 EU 및 회원국 사이의 대내직접투자에 관한 협력·정보 공유 체제에 관한 EU 규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최근 외환법 개정 역시 선진국의 투자제도 정비 동향에 발맞추는 것으로 안보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국은 기간산업 보호 법률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는데, 기업을 공격해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는 법률들만 도입되고 있다”며 우려했다.

이어 최 교수는 “최근 대내직접투자의 관리가 강화된 국가를 피해 민감한 기술의 획득 등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한국이 민감한 기술 유출의 구멍이 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핵심업종 투자에 대한 사전신고를 강화하는 한편, 사전신고 면제제도 도입을 병행해 외국인 투자가 원활하게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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