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국의 과제는 정확한 통일 준비·법치주의 강화 꾀해야
2015년 새로운 한 해의 시작과 함께 자유경제원은 ‘도약’을 이야기하는 신년토론회를 개최했다. 6일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자유경제원은 '2015, 대한민국 어떻게 도약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자유주의·정체성·경제 세 영역의 바로세우기를 꾀했다. 전문가들의 논의와 제언이 이어진 가운데 참석자들은 2015년 퇴보도 안주도 아닌 도약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무엇을 향해 가야 하는가 등의 많은 말들이 오고 갔다. 아래 글은 홍진표 시대정신 상임이사가 발표한 토론문이다.

정확한 통일 의식에 따른 통일 준비, 법치주의 수준 향상을 꾀해야

1. 통일 준비

1) 철저히 망가진 북한을 유산으로 받은 김정은 정권이 안정적으로 장기집권을 할 것으로 믿기는 어렵다. 집권 4년차에 접어든 김정은은 그동안 좌충우돌식 대남정책, 장성택 처형, 마식령 스키장 건설 등에서 미숙하고 거친 리더십을 보여주어 북한체제가 언제라도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2) 유엔에서 김정은의 ICC회부 결의안이 통과 되는 등 국제사회의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이 비상하게 높아지면서 북한정권에 대한 인권개선압력이 강화되고 있다. 당장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차원의 실질적 행동이 취해지는 건 어렵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방어의 피로감이 늘어날 것이 틀림없다.

   
▲ 자유경제원이 6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2015년 대한민국 도약 어떻게 하나> 신년토론회에서 홍진표 시대정신 상임이사가 토론하고 있다. 

3) 북한체제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흔들리게 될지 구체적으로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멀지 않은 시기에 급변사태가 가능하며, 이는 통일로 이어질 것이다. 이때 우리의 준비정도에 따라 상상이상의 복잡하고 어려움이 예상되는 통일과정과 통일이후 국가운영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다.

4) 통일준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통일인식이다. 김정은 정권은 심지어 느슨한 남북의 연합수준 조차도 자신의 기득권을 훼손하고 한국의 영향으로 북한체제가 위협에 빠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현 정권이나 현 체제를 유지하는 조건에서 통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북한정권을 상대하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공개적으로 이 점을 분명히 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민간에서는 성황인식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5) 북한체제가 붕괴되고 새로운 체제, 정부가 들어서서 남북한이 대등한 입장에서 통일하는 것은 형식논리상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에 새로운 정권이나 체제가 들어서서 안정화되는 것도 매우 어려운 마당에 그 정권이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되고 정권의 안정화를 방해할지도 모르는 통일을 실제로 추진할 것으로 믿기는 어렵다.

6) 어떤 경우에도 북한에 통일을 원하고 책임 있게 추진 할 안정된 정권이 존재하기 어렵다면, 한국이 북한의 주권을 흡수하는 통일 외에는 다른 대안을 찾을 수가 없다. 한국이 기존에 갖고 있던 체제 안정성, 경제력, 군사력에 기반하지 않으면 통일과정은 오히려 심각한 유혈충돌이 발생하거나 장기적인 혼란에 빠져버릴 위험이 크다.

7) 한국이 북한을 흡수통일을 한 상황에서 통일국가를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지는 여러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남북한의 격차에 대해서 현실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남북한이 오랜 기간 같은 문화를 공유했고, 현재도 같은 언어를 쓰고 외모가 동일하다는 점 때문에, 쉽게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남북한 사이에는 체제의 차이는 물론이고 문명과 비문명이라는 뛰어넘기 어려운 격차가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가 통일을 한다는 여러 내용 중에서도 문명의 통일이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될 수밖에 없다.

   
▲ 자유경제원이 6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2015년 대한민국 도약 어떻게 하나> 신년토론회의 전경 

8) 남북한이 동서독의 경우와 달리 근대문명의 기준에서 엄청난 격차가 존재한다면, 통일국가내에서 함께 섞여 사는 것이 북한의 근대화와 한국의 지속적 발전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남북한에 일정한 경계를 두고 북한의 발전단계에 맞는 정책을 쓸 수 있도록 하는 통일국가 운영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9) 통일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것이 가져올 위기적 측면, 기회적 측면 모두 다 안고 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적어도 통일 후 상당기간 국제사회의 투자나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북한의 근대화를 한국이 지원하려면 특별한 비용이 필요하다. 통일준비라는 측면에서도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으로도 문명단계가 다른 북한과 통일과정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유능한 정치인들이 요구된다.

2. 법치주의 수준을 높여야

1) 지난해 가장 충격적 사건인 세월호 침몰과 그 후 정쟁화 시도, 연말의 이른 바 ‘조현아 땅콩회항’ 등을 볼 때 우리의 법치수준을 높이지 않고서는 선진화에 이르기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2) 법치주의의 정상적 작동에 있어서 전제는 합리적 법과 공정한 사법체계의 존재이다. 권위주의 정치체제에서 흔히 발견되는 통치자 위주의 법과 사법체계 하에서의 법치주의는 피치자에게 일방적인 복종의 요구가 될 수 있다. 한국은 1987년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법치주의가 정당성을 얻게 되었다. 법에 결함이 있다면 자유로운 선거에 의해 구성된 입법부가 독립적인 권한으로 개정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는 위헌적인 법이나 공권력 행사를 교정할 수 있다. 완전무결한 법과 사법체계란 존재할 수 없다고 볼 때, 개선 가능성이 항상 열려있는 법치주의는 그 발전의 기초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3) 법치주의는 법의 정당성과 공정한 사법체계라는 전제 조건을 갖추었을 경우 공동체의 성원들이 그에 대한 신뢰를 갖고 동의하고 지키는 문화가 정착되는가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 법치주의가 일종의 질서와 약속의 체계라고 보면 ‘나는 혹은 우리는 예외다’라는 이른바 ‘열외의식’이야말로 법치주의 최대의 적이 되는 것이다.

   
▲ 2014년 가장 충격적 사건인 세월호 침몰과 그 후의 정쟁화 시도, 최근의 조현아 땅콩회항 등을 보면, 우리나라의 법치수준을 높이지 않고서 선진화에 이르기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사진은 세월호 사고 당시 구조 모습과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4) 법치주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권력과 부를 가진 이른바 기득권자들이 이익을 얻게 되고 법을 성실하게 지키거나 힘없는 사람은 손해를 보게 된다. 나아가 이런 풍조가 만연하게 되면 이른바 ‘깨진 유리창’ 현상이 벌어지게 되며, 사회적 갈등이 격화된다. 법치주의의 수준은 그 나라의 전반적 문명 수준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볼 때, 수백 년에 걸쳐 법의 지배를 쟁취하고 그 중요성을 자각해온 서구에 비해 한국사회는 아직 법치주의 수준이 못 미칠 거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5) 서구에 비해 뒤늦게 근대화를 이룬 한국이 일반적으로 법치주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다소 불가피한 현실을 인정한다면, 일반국민의 이른바 ‘떼법’이나 ‘고성불패(高聲不敗)’ 현상도 발전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것으로 감수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법은 정당할 때 지키고, 정당하지 않을 때는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법을 편의적으로 접근하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사회의 정치권, 시민운동, 노동계 등에 다수 존재한다. 이들은 자신의 존재나 주장이 정당하면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행위는 ‘세속적인’ 법의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믿는 것 같다. 한국사회는 권위주의 시대를 겪으면서 권력에 대한 투쟁문화가 생겨났고, 이 과정에서 권력에 대한 저항은 항상 정당하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양산되었고, 이들은 민주화 이후에도 법을 경시하고 법치주의를 도외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6) 법치주의를 약화시키는 도전 중에 가장 심각한 경향은 첫째, 이념과 정파대립이 격화되면서 상대를 반대하거나 자파를 옹호하기 위해서라면 법을 무시해도 좋다는 발상이다. 둘째로는 사법부의 권위와 공정성을 해치는 법원 내외의 무분별한 행태들이다. 끝으로 특정집단이 각종 사익추구 과정에서 이를 공익으로 위장하여 너무 쉽게 법을 무시하여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태도가 점점 널리 퍼지고 있는 경향이다.

7) 정치권이 날로 무능해지면서 정치력을 발휘하여 스스로 해결할 문제를 결국 사법적 판단에 의존하는 일종의 책임회피 경향도 발견된다. 정치적 해결이 필요한 갈등사안을 방치하여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사법부에 의한 분쟁해결은 기본적으로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형태이기 때문에 명쾌한 해법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설득과 타협, 그리고 조정을 통하여 공동체 다수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정치적 해결에 비해 일도양단이라는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사법부에 의한 판단 영역이 증가한다고 법치주의에 충실하게 되는 것은 아니며, 정치적으로 해결할 사안을 사법부의 해결에 의존하는 것은 사법부를 정쟁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오히려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8) 법치주의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면의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정치권의 각성이 필요하다. 법 무시, 사법부의 독립성 훼손은 물론 나아가 정치권이 책임지고 풀어야 할 문제도 사법부에 떠넘기기까지 하는 정치권이 바로 서지 않고는 법치주의의 강화는커녕 퇴보가 불가피해 보인다. 나아가 사법부의 온정주의도 절제될 필요가 있다. /홍진표 시대정신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