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대란은 눈가리고 아옹…의무휴업 지정는 또다른 대란 불러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눈가리고 아옹하는 이케아 교통대책

2014년 12월 29일, 교통계획 건축계획의 인가 승인을 내주었던 광명시가 역으로 이케아에게 교통대책을 내놓으라 요구했다. 1월 7일까지 적절한 교통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매장 사용허가의 승인을 취소하겠다는 협박을 곁들였다.

이에 이케아는 기존 주차용량 650대에 850대를 추가로 확보해 1500대의 주차장을 운용하면서, 4~5시간의 무료주차를 3시간으로 줄이고 이를 넘을 경우 영수증과 주차시간을 확인해 주차비를 징수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구매 영수증 없는 고객이 3시간 주차를 넘길 경우 요금소에 일괄적으로 2만원을 내게 된다.

개장 후 이케아 광명점에는 18일 간 57만 명의 고객과 15만 4000대의 차량이 다녀갔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일일 평균 3만2000명, 8550대다. 주차용량을 늘리기 전까지 이케아 광명점의 일일 주차용량은 2000대(1회 주차용량 650대 × 3회)였다. 이제는 일일 주차용량이 4500대(1회 주차용량 650대 × 3회)로 늘었다.

문제는 지난 18일 간 개장일과 크리스마스, 신정 휴일과 주말을 포함한 공휴일은 9일이었다는 점이다. 방문 고객을 계산한 기간 18일의 절반이다. 9일 간의 공휴일 주말 동안, 백화점 및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이케아에 손님이 더욱 몰린 것은 당연하다. 이케아의 방문객 방문차량은 일일 평균 3만 2000명, 8550대였지만, 주말 공휴일에 국한해서 본다면 4만5000~5만 명, 12000~15000대는 몰렸다는 얘기다.

광명시가 영업허가 취소라는 칼을 들고 협박하여, 이케아가 내놓은 교통대책은 일일 주차용량을 4500대로 하고 무료이용시간을 3시간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케아의 늘어난 주차용량은 주말 공휴일에 방문 예상되는 고객 차량 12000~15000대에 비하면 3분의 1에 불과하다. 광명시와 이케아는 지금 눈가리고 아옹하겠다는 말인가.

   
▲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에 위치한 이케아 광명점 앞 주행도로는 이케아를 방문하려는 고객들의 차량으로 복잡하다. 

이케아에 대한 오해, 이케아는 대형마트가 아니다

이케아에 대한 오해가 있다. 이케아가 인근에 건물 하나 없는 광명시 개발지역 허허벌판에 들어온 이유 말이다. 촘촘하게 짜여진 대중교통망과 동떨어져 다른 쇼핑몰들과 함께 덩그러니 서있는 이케아 광명점은 애초에 대중교통이 아니라 자가용으로 고객을 끌어모으려고 들어선 매장이다. 이케아 광명점의 입지특성 상 대중교통에 구애 받지 않는 가족 단위의 자가용 이용 고객이 절대다수다.

왜 이케아가 고속도로 교통망의 허브 중심지에 들어왔나 생각해보면 답은 자명하다. 이에 더해 KTX 광명역 인근에 위치한 것은 전국 지방 고객의 접근도와 편의성을 높여서 전국 각지의 주민들을 방문고객으로 삼으려는 이케아의 영업 전략이다. 이케아는 광명시나 경기도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역을 상권으로 삼고 있다.

이케아에 대한 두 번째 오해는 첫 번째 오해 보다 더 알기 쉽다. 고객은 모두 알고 있는 단순한 사실이지만, 정치인들과 광명시 공무원들이 착각하고 있는 점이다. 이케아는 대형마트가 아니다. 고객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또한 궤를 달리한다. 가구 크기와 중량을 고려하면, 방문객이 가구를 구매한 후 자가용이 아니면 옮기기 힘들다. 어느 고객이 버스나 전철을 타고 와서 가구나 침구류를 사겠는가. 양기대 광명시장께 한번 제안하고 싶다. 양 시장이 걸어서 오든 버스타고 오든 대중교통으로 이케아에 와서 가구나 이불 좀 사가시라고 말이다.

식료품과 가구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는 엄연히 다르듯이, 대형마트와 이케아를 방문하는 손님들의 생각은 완전히 다르다. 이케아에 관심 있는 소비자는 각종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사전정보-가격, 중량, 디자인-를 확인한다. 그러면서 시간을 두고 다른 모든 매장 브랜드를 살펴본다.

식료품과 달리 가구는 여유를 두고 사는 것이며, 이케아 광명점은 다양한 가구 제품군과 가격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한 중간기착지 혹은 종착지다. 그날그날 생선이나 야채 과일 우유 등 신선식품을 사서 바로 요리하려는 사람들과 수년간 쓸 가구를 고르는 사람들의 구매 패턴과 방문 행태는 전혀 다르다.

   
▲ 대형마트의 선두주자, 이마트 본사의 모습. 

개념없는 정치권 생각없는 광명시

(1) 개념없는 정치권의 의무휴업 지정, 이케아 다른 영업일에 더욱 몰릴 것

이 와중에 정치권은 이케아의 의무휴업을 추진하고 있다. 1월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을 중심으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이케아에 대한 의무휴업일 지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퓰리즘 정책, 표적입법 논란, 영업규제 반대라는 원론적인 언급을 떠나 <이케아 의무휴업 지정>에 대해 한마디로 잘라 말하자면, ‘쓸데없는 짓’이다.

이케아는 앞서 언급했듯이 대형마트와 구매 패턴이 완전히 다르다. 대상 고객들도 광명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경기도 수도권 및 전국을 아우른다. 이케아를 이용하려는 소비자들은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고 주말 공휴일에 더욱 몰릴 수밖에 없다. 가구와 침구류를 둘러보려는 이케아 고객들은 왕복 2시간 내지 4시간 걸리는 것을 각오하고 이케아에 방문한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테마파크, 에버랜드 수준의 주차장이 갖춰지지 않는 한 이케아 주변의 교통대란은 방문하는 고객들로 인해 벌어지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케아는 오히려 삼성이 경영하고 있는 에버랜드와 비교해야 한다. 에버랜드와 이케아 모두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방문한다. 에버랜드에는 어린 자녀들을 둔 젊은 부부와 전국 각지에서 몰려오는 단체 입장객 및 해외 단체 관광객들, 젊은 연인들이 몰린다.

주말 주중 가리지 않지만 주말 공휴일에 더욱 많은 방문객이 몰린다. 이케아도 마찬가지다. 이케아에는 남녀노소 불문한 거의 모든 가족 단위, 1인 싱글족, 신혼 부부, 장년 중년 부부 등이 방문해서 가구와 침구류를 골라본다. 이들은 근로 중인 주중 보다는 주말 공휴일에 방문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케아와 에버랜드 모두 고속도로 수도권 교통망의 접점에 위치해 있으며 전국 전역 각지의 손님들을 끌어 모은다.

이처럼 이케아와 에버랜드는 취급하는 아이템이 다를 뿐 쌍둥이나 같은 업태를 보여준다.

   
▲ 에버랜드의 전경. 겨울용으로 열린 눈썰매장과 캐러비안 베이 실외유수풀이 눈길을 끈다. /사진캡처=에버랜드 홈페이지 

한번 가정해 보자. 에버랜드에게 한달에 2번씩 주말 공휴일을 쉬라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전국 각지에서 주말 시간을 이용해 방문하던 손님들은 모두 불편해한다. 에버랜드 어트랙션 놀이기구를 꼭 타거나 에버랜드 동물원에 방문하고 싶은 고객이라면 의무휴업일을 피해 다른 주말 에버랜드에 갈 것이다. 한달에 주말 공휴일은 9일 내지 10일이다. 그런데 이 중 이틀을 쉬게 한다? 영업하는 7~8일에 손님들이 더욱 몰릴 것은 자명하다. 한번만 생각해 보면 누구나 유추할 수 있는 간단한 논리다.

에버랜드와 이케아는 고객들의 방문행태와 구매패턴에 관해서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지금 이케아에 대해 한달 중 이틀의 의무휴업일을 부과하려고 한다. 주말에 말이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영업하는 다른 주말에 손님들이 더욱 몰리지 않을까. 국회의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개념이 없다. 개념이 없으니 이케아의 교통대란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법을 만들려 한다.

(2) 생각없는 광명시의 교통대책, 교통정체 해결은 커녕 악화만 시킬 것

광명시는 1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광명역 일대 교통문제를 긴급 진단한 결과 이케아가 장시간 무료 주차(5시간)를 허용해 전반적인 주차공간 부족으로 이어졌다”며 자체 진단했다. 한편 “개장 초기 이용객이 한꺼번에 몰렸으며, 버스 등 대중교통 접근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광명시의 이러한 지적과 영업허가 취소 협박에 발맞추어 7일 이케아가 내놓은 교통대책은 다음과 같다. 일일 주차용량을 4500대로 늘리고 무료 주차시간을 3시간으로 줄였다. 이는 주차공간의 전반적인 부족과 아울러 저조한 주차회전율을 높이고자 하는 나름대로의 해법이긴 하다.

광명시는 1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매장 특성상 쇼핑에 긴 시간이 소요돼 저조한 주차 회전율을 보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분석했다.

▶ 광명시의 이러한 조치는 교통정체 해결은 커녕 악화만 시킬 것이다. 우선 이케아가 확대한 일일 주차용량 4500대는 주말 공휴일 평균 이용차량 12000~15000대의 3분의 1이다. 3시간을 넘기고 영수증이 없는 고객에게 2만원씩 주차비를 부과하겠다는 발상도 탁상행정이다.

▶ 주차용량을 늘리는 것과는 별개로, 주차 회전율을 높이려면 기존에 주차된 차량들이 신속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주차 회전율을 결정하는 것은 주차 차량들이 나가고 들어가는 출입 속도다. 이는 초보운전자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이케아는 지금까지 주차장을 나가는 차량에 대해서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사실상 무료로 자유로이 주차장을 쓰도록 했기 때문이다. 만차가 될 경우 들어오는 차량들만 제한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워낙 들어오려는 차량들이 많아서 막혔던 것이다.

▶ 이케아가 내놓고 광명시가 허락한 교통대책에 따르면, 주차장을 나가려는 모든 고객차량은 일단 요금소에 정차해서 주차권과 영수증을 보여주어야 한다. 시간이 오버하고 구매하지 않은 고객들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차량들이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속도가 느려질 것은 자명하다. 이케아가 내놓고 광명시가 도장을 찍은 교통대책이 실시되면, 주차 회전율은 더욱 떨어지고 교통대란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케아 어쩌나, 사전에 알았음에도 답없는 대책 내놓은 광명시

광명시는 1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방문객ㆍ차량 수는 2012년 교통영향평가 당시 예측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케아의 교통계획과 건축계획에 도장을 찍어준 것은 광명시 공무원 본인들이기도 하다. 현재 이케아를 둘러싼 교통대란, 악화된 주차 상황의 책임은 전적으로 광명시에 있다.

광명시는 사전에 교통영향평가를 했고 이것이 현재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케아 영업허가를 내주었다. 광명시는 이후 별다른 교통 보완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케아가 마련하고 광명시가 대책이랍시고 고객들에게 내놓은 계획은 주차 회전율을 악화시킬 뿐더러, 준비되어 있는 주차 용량은 주말 차량이용량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케아 광명점은 광명시민만이 이용하는 매장이 아니다. 수도권은 물론이고 전국 각지의 남녀노소가 매일 방문하는 대한민국 단일 매장이다. 양기대 광명시장과 공무원들은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생각 없는 광명시, 대책 없는 광명시, 우리나라 지자체의 현 주소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