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과포화 상태로 신공항 건립 필요성 제기…도내 환경단체들 제동
국토부, 여론조사 결과 이유로 사실상 손 놔…철회 의미로 제주도지사 위임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토교통부가 가덕도 신공항 사업과는 달리 긍정적 검토를 마친 제주 제2공항 건설에는 도민 입장을 반영하라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제주국제공항에서 대기 중인 여객기들./사진=연합뉴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도내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심해 국토부의 제주 신공항 건립 계획이 표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환경단체연대 '한국환경회의'는 "신공항 예정 부지에 비바리뱀이 서식하고 있다"며 국토부의 제주도내 공항 정책에 제동을 걸어왔다.

제주국제공항은 전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으로 유명하다. 서울 김포국제공항-제주공항 간 여객편수는 일평균 180회에 달한다. 때문에 슬롯 과포화로 이·착륙 지연은 다반사인 상태다.

이와 같은 이유로 국토부는 2015년 11월 10일 기존 제주공항을 그대로 운영함과 동시에 인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신산리·난산리·수산리·고성리 일원에 제2신공항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제주공항을 앞바다쪽으로 확장하는 방안 또는 폐쇄 후 신공항 건설안도 있었다. 그러나 확장안의 경우 대규모 매립으로 환경훼손과 10조원에 이르는 공사비가 우려돼 불가능했다. 공항을 폐쇄할 경우 제주도민들이 접근성 문제로 반발할 가능성이 있었다. 국토부가 기존 제주공항 확충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한 셈이다.

이와 같이 국토부는 제주 신공항 건설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주춤하는 모습이다. 신공항에 대한 반대 여론이 찬성보다 우세해져서다. 

2017년 9월 27일, 제주도청은 국토부에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조기 추진 요청' 제하의 공문을 통해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상신했다. 그 결과 찬성 63.7%, 반대 24%로 나타나 도민 대다수가 신공항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지난달 15일 제주도기자협회 의뢰로 엠브레인퍼블릭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반대가 51.1%로 나와 찬성(43.8%) 여론을 오차범위 ±2.19% 밖에서 앞지른 것으로 집계됐다.

   
▲ 발언하는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사진=제주특별자치도청


이 같은 결과에 국토부는 제주도청에 지난 10일까지 공문을 통해 신공항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이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입장문을 내고 "공항이 들어설 성산읍 지역 주민들 65%가 찬성한다"며 "제주 신공항과 같은 대규모 국책사업은 찬반 숫자보다 내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여론조사를 통해 공항 입지에 대한 성산지역 주민 수용성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제2공항 접근성 문제 해결 차원의 인프라 구축과 제주 전체의 균형 발전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방안과 전반적인 환경관리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입지 지역민들의 높은 수용성을 바탕으로 거리가 먼 지역민의 접근성 문제를 해소하고 환경관리 역량을 보완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 지난 12일 원희룡 제주지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사진=원희룡 제주지사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특히 원 지사는 최근 제주도청 실·국장 현안업무 토론회의에서는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입수한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3시 30분 원 지사는 제주도청 탐라홀에서 "제주도는 관광산업으로 먹고 사는 곳"이라며 "이 점에 착안해 도지사가 되기 전부터 중앙정부에 신공항 건립 필요성을 적극 피력했음에도 묵살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지사는 "도지사 취임 이래 실제로 관광객이 급증했고 국토부도 제주공항 포화상태를 인정해 전문가들과의 검토, 법적 절차를 거쳐 신공항 추진에 이르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전체 도민 중 근소한 반대 의견이 우위에 있다며 이제는 신공항 프로젝트를 무산시키라고 한다"며 "지금도 공항에 쏟아져 나오는 교통량도 소화를 못해 노형 로터리가 미어터지며 종합운동장 야간 조명등 위로도 비행기가 뜨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무산시키면 대안이 있느냐"고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집단논리와 여론몰이로 몰면서 도지사에게는 중립을 지키라고 몰아부친다"며 "수년 전에 결론이 난 만큼 중앙정부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론조사 결과에 승복한다는 입장을 공문으로 내놓으라는 국토부 의도는 제주도지사가 신공항 포기 의사를 밝혔다는 것으로 정리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 지사는 "국토부에 입장을 전달했고, 국토부 장관·국무총리·대통령과 차례로 면담하겠다"며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 드러눕겠다"고 결기를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민주당은 '180석' 방망이로 28조6000억원이나 드는 가덕도 신공항 조성 비용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도 면제해버린다"며 "더 큰 관심과 투자를 요구할 당당한 권리와 자존심이 걸려있는 제주 신공항은 천덕꾸러기가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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